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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Oct 24. 2020

너의 첫 번째 생일

아산 외암 민속마을에서의 전통 돌잔치


조선 중기 명종(明宗) 재위 시절(1545 ~ 1567), 풍수지리에서 으뜸으로 치는 배산임수 지형의 한 마을에 예산이씨가 들어와 살기 시작한다. 그 가문이 인물을 배출하고 이어 후손들이 같은 곳에 터를 잡으며 마을은 예산이씨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그곳이 오늘, 우리가 찾아갈 외암 민속마을이다. 오늘날의 행정구역으로 따지자면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에 자리한 이곳은 마을 전체가 중요 민속자료 236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아산 외암 민속마을은 우리나라 민속마을의 대표 격인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과 생김새는 비슷하나 두 마을에 비해 전체적으로 굴곡이 덜한 지형에 자리한 탓에 아기자기한 맛은 덜하지만 한결 평온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을 앞에는 제법 큰 내가 흐르는데 사람들은 그곳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야만 마을로 들어설 수 있다. 다리를 건너다 옆을 흘끗 보니 오래된 나무다리의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날의 돌다리를 걷는 이들도 이제는 소임을 다한 나무다리의 흔적을 통해 이 마을의 과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다.

마을 입구에는 장승이 서 있었다. 예로부터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거나 이정표의 역할, 또는 잡귀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의 역할을 맡기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마을 입구에 장승을 세웠다 한다. 장승을 보니 또 장승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찾아보니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 세운 장승에는 이정표시도 없고 '천하대장군'이며 '지하여장군'과 같은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단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도 내가 모르던 비밀은 얼마든지 숨겨져 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를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시켜 주는 일. 그래서 결국 익숙한 사물에 대한 낯선 사실을 알게 해주는 일. 이 또한 여행의 역할이 아닐까?





우리가 외암 민속마을을 방문한 것은
여행이의 돌잔치를 위해서였다.


가까운 가족끼리 여행이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어린 여행이에게도 편하고 가족 모두에게도 더 의미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상을 꾸미겠다는 결심도 오래전에 했던 터라 직계가족끼리만의 소규모 전통 돌잔치를 하겠다는 결정은 쉽게 내려졌다. 한 자리에 모일 일이 많지 않은 양가 가족들과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김에 돌잔치 겸 여행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장소를 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사실, 친정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기에 처음에는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에서 고택을 알아봤다. 하지만 숙박은커녕 돌잔치를 위해 몇 시간 빌리는 데도 장소 대여료가 꽤나 비쌌고 반드시 고택 측을 통해 돌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곳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돌상 준비 가격도 비쌌다.


사람마다 아낌없이 돈을 쓰는 포인트가 다르니 우리가 옳고 우리 가족과 다른 모양으로 돌잔치를 치르는 이들은 틀렸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가족은 돌잔치 몇 시간에 그렇게나 큰돈을 들이는 것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여행이의 돌잔치에 참석하는 모든 이들이 내 집에서  지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그날을 즐겼으면 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댁인 서울과 친정인 공주의 중간쯤에 위치한 충남 아산의 외암 민속마을에 1박 2일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숙소가 남아 있다길래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결제를 했던 것이다.



나의 아빠와 나의 아이


돌상은 친정 부모님과 동생 덕분에 수월하게 준비했다. 야무진 내 동생이 자신의 첫째 아이 돌잔치를 위해 만들었던 현수막이며 수작업으로 만든 소품 몇 가지를 재활용하고 엄마가 개인적으로 갖고 계시던 소품들과 이날을 위해 주문하신 떡 케이크를 비롯한 갖가지 떡, 과일 등으로 돌상을 꾸몄다.


말이 셀프 돌상이지 여기에서 셀프는 내가 아니라 친정 부모님과 나의 동생이라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저녁에는 온 가족이 마당에 모여 고기를 굽고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저녁을 즐겼다. 여행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돌잔치 바로 며칠 전까지 찍은 사진들을 함께 살펴보며 우리 아이가 지난 일 년 동안 얼마나 예쁘고 건강하게 자랐는지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돌사진도 그냥 가족끼리 서로서로 찍어주는 것으로 대체했다.


나는 원래 사진 찍히는 것을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라 결혼을 할 때도 스튜디오 촬영 같은 걸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이의 돌잔치를 하면서는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어줘서 그런지 사진 촬영에 대한 부담감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내가 피눈물 나게 후회하는 게 있다면 내가 돌잔치 당일에도 얼굴에 선크림만 바르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그냥 평소에 하던 대로 돌잔치도 편하게 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내 얼굴이 어찌나 초췌해 보이던지! 아무거라도 좀 찍어바를걸. 여행아....엄마가 네 돌잔치 사진에 화사하게 등장하지 못해 정말 정말 미안하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여행이의 돌잔치를 가족여행 겸 작은 파티로 진행한 것이 지금 뒤돌아 생각해도 참 잘 한 일인 것 같다.




그 배경이 되어준 외암 민속마을.
그곳은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리 가족의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2015년 8월, 충청남도 아산-


◇ 여행팁 ◇

● 아산 외암민속마을
주소: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9번길 13-2
전화번호: 041-541-0848
운영시간: 하절기 9:00-17:30/ 동절기 9:00-17:00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청소년, 군인 1,000원/ 65세 이상 노인, 7세 미만 어린이, 아산시민, 민박 손님 무료
웹페이지: http://www.oe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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