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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Oct 27. 2020

부산, 가고 또 가고 싶은 서점

기장 이터널 저니로의 여행


'책의 가장 큰 적은 스마트폰'
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소리였다. 증거를 찾아 어디 멀리까지 갈 것도 없이 내가 바로 스마트폰 때문에 책을 전보다 덜 읽고 있는 좋은 예인 까닭이다.

무조건 빠른 속도로 많이 읽는 것이 독서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백수천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세상에 살며 앉은자리에서 손끝만 까딱하면 원하는 정보를 제깍 찾아낼 수 있는 요즘의 우리가, 단 한 권의 책을 구하는 것도 모험이었을 과거를 살았던 이들보다 사유의 폭이 넓지도 깊지도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왕왕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일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을 읽던 나였다. 책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기도 여러 번이었고 아침에 읽던 책의 다음 부분이 너무나도 궁금해 퇴근 시간만 기다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느라 책 읽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그런 내 모습이 아쉬우면서도 아니러니 하게도 한 번 검색의 늪에 빠지면 그곳에서 헤어 나오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해오다 보니 만나야 할 작가님이 쓰신 책이나 내가 진행하는 행사와 관련된 도서는 의무감에서라도 챙겨 읽곤 했는데 그나마 그 덕분에 나의 독서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올여름의 2박 3일을
부산에서 보냈다.


언제나처럼 우리 가족은 여행 중에 읽을 책을 각자 한 두 권씩 챙겨갔다. 나는 울낭군과 여행이가 잠든 시간이나 그 둘이 놀고 있는 시간에 가져간 책을 틈틈이 읽곤 했다.

여행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리고 밤에 잠들기 직전엔 늘 책을 읽는데 특히 내가 제 옆에 누워 자기가 고른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지에서도 예외는 기에 이른 아침 여행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오면 난 그걸 정성껏 읽어주었고 늦은 밤,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아 눈이 반쯤 감긴 여행이가 다시 한번 책을 내밀면 둘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 아침보다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이어 읽어주기도 했다.


단 며칠 동안이었지만 스마트폰 이전의 생활로 돌아간듯해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부산의 북동쪽 해안가에 자리한 기장군 기장읍의 한 호텔에서 삼 일을 머물렀다. 호텔과 바로 연결되는 곳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 잔 할 수 있는 카페와 상당히 맛깔스러운 요리를 내는 레스토랑들이 모여있는 공간이 있었고 그곳엔 서점도 있었다. 너무나도 멋진 서점이.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는 서점과 카페, 전시공간 등이 어우러진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면적이 무려 500평이나 되는 곳은 객실에서도 그야말로 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우리는 오며 가며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점에만 들어서면 우리 가족은 바빠진다. 이때 나와 울낭군은 전략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인해 굳이 전략을 재논의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신속이 생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빠르게 움직여야 이 멋진 서점을 우리 셋 모두가 여유롭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가 아동 도서 코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나 장난감을 살펴보고 있을 때 나와 울낭군 중 한 명은 잠시 자신의 욕구는 접어 두고 여행이를 밀착 마크한다. 좋아하는 책 본다고 아이를 잃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때 나머지 한 명은 레이더를 최대치로 켜고 자신의 관심 분야 책을 빠르게 훑은 후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거나 살 준비를 한다. 보고 싶은 책이랑 만져보고 싶은 소품이 너무 많아 우왕좌왕하는 여행이를 마크하던 사람이 에너지가 바닥나면 이제 선수 교체 시간이라는 의미.


여행이가 제 아빠와 아동코너를 돌고 있을 때 나는 혼자서 이 아름다운 공간을 둘러보았다. 이터널 저니에는 디자인만으로도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들이 많았고 디스플레이도 환상적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얼얼했다.


여행을 떠나 오기 전부터 공룡시대를 방문하는 생쥐, 제로니모의 이야기를 읽던 여행이는 오랜만에 공룡 대백과를 사달라고 졸랐다. 이미 집에 비슷한 책이 여러  있어서 사주지 말 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인데 라는 생각에 지갑을 열었다. 원하는 책을 손에 넣은 여행이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만큼이나 무거운  책을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공룡대백과의 쓸모. 아령편



이터널 저니 외부에는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앉아있을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있다. 엄마, 아빠가 음료를 사오네 사진을 찍네 하며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엉덩이 무겁게 한 자리에 앉아 새로 산 책에 푹 빠진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여행이는 부디
스마트폰에 늦게 눈뜨게 해 달라고.



-2020년 6월, 부산-


◇ 여행팁 ◇

● 이터널 저니
주소: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8-31
전화번호: 051-604-7222
운영시간: 월-금요일 10:00-21:00/ 토, 일, 공휴일 9:00-21:00
웹페이지: https://www.ananti.kr/kr/cove/eternal.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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