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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Oct 27. 2020

제주를 대표하는 동물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방인 입장에서
 '제주'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동물은 무얼까?


나의 경우 그것은 흑돼지였다. 오래전 성읍 민속마을의 통시, 일명 똥돼지간에서 만난 흑돼지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고 제주도내 수많은 식당 간판에 쓰인 세 글자를 제주도 여행객으로서 외면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제주를 여행한 후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섬을 대표하는 동물은 따로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학술적, 또는 관상용 가치가 높은 천연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한다. 천연기념물 제347호가 제주에 있다. 재래마인 제주마(濟州馬)가 그 주인공이다.

고려시대의 기록에 따르면, 충렬왕이 재위하던 13세기 말에 원나라 사람들이 제주에 목장을 만들면서 제주마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연구자들은 제주에 실제로 말이 살기 시작한 시기는 기록에 남아있는 것보다 훨씬 전인 구석시 시대 말에서 청동기 시대 사이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오랜 역사를 지닌 제주의 말은 명마로도 알려졌는데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 당시 개성에 입성할 때 탔던 말도 다름 아닌 제주도산 말이었단다. 마치 서리가 응결한 듯 새하얀 자태를 뽐냈다는 그 말의 이름은 응상백(凝霜白)이었다.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한 해는 제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었다. 부모님과 우리 자매는 제주도를 완전정복할 기세로 훑었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장소 중에는 마방도 있었다. 그곳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말타기 체험 상품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직접 만난 제주의 말은 실망스럽게도
내 상상 속 준마와는 전혀 달랐다.


말을 처음 타는 내 주제는 생각도 못하고 바람처럼 달릴 수 있는 날렵하게 잘 빠진 말을 기대하고 갔는데 마방에서 나눠준 카우보이 모자와 카우보이 조끼까지 멋지게 차려입은 내 앞에 나타난 말은 딱히 볼품은 없어 보이는 조랑말이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우리 같은 관광객들을 태우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한 듯 천천히 마방을 돌던 그 말들은 역사 속 제주마가 아닌 혼혈 조랑말들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스릴 따위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태운 말은 마방에서 일하시는 분께 고삐가 잡힌 채 천천히 걷는 게 다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첫 '승마'였기에 나는 신이 나긴 했다.





몇 해 전 여름,
울낭군 그리고 여행이와
제주를 방문했을 때
우리는 말고기를 먹어보기로 했다.


울산에 가면 고래고기 맛을 보고 싶고 노르웨이에 가면 순록 고기를 먹어봐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서였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곳이 진정한 맛집이라는 생각에 제민일보인가에 제주 맛집 지도가 올려져 있는 것을 참고해 찾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원이라는 간판을 내건 그곳은 유명한 말고기 전문점이라 했다. 고기 맛은 둘째치고 한옥 스타일로 지어진 데다 넓은 정원까지 갖춘 공간 자체가 멋있어 요리가 맛없어도 만족했다는 평점을 남기고픈 곳이었다. 게다가 참으로 다행히도 처음 먹어본 말고기는 흐음...나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와 양고기를 제칠만한 맛이라고는 말 못 하겠으나 육질이 꽤나 부드러워 회로도 먹을만했다.




제주는 어느 계절에 가도
참 좋은 곳이다.


그런 제주엘 올해도 몇 번이나 가려고 타이밍을 보다가 얼마 전에는 큰 맘먹고 좋은 풀빌라도 예약하고 항공편까지 다 예약했었다. 그러던  또다시 치솟는 확진자 수에 두려워져 결국 예약을 취소하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이 커서 그런지 제주 생각을 종종 하는 요즘이다. 제주 생각을 하다 보니 제주의 먹거리 생각으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니 흑돼지 구워 먹던 생각도 나고 흑돼지 생각을 하다 보니 흑돼지가 정말 제주의 대표 동물일까라는 데에까지 생각이 닿아 그건 아니지, 제주 하면 말이지로 연결되어 결국 이렇게 구구절절 제주마에 대해 논하고 제주에서 말 타고 말고기 먹은 이야기로까지 이어졌다.


중심을 못 잡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지만 여하튼 마무리를 해보자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번 제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말고기도 먹고 말도 타는 일타쌍피 여행을 목표로 해보겠다는 말씀!


-2016년 7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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