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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Oct 17. 2020

알려드릴게요, 아이와의 여행이 쉬워지는 법

서천석 박사님 가라사대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아빠 어디 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티브이 프로그램의 자문으로도 활동해 온
육아계의 셀러브러티,
서천석 박사님의 특강에 다녀온 적이 있다.
벌써 몇 해 전 일이다.


그날 저녁은 마침 울낭군도 출장이었나 야근이었나 여하튼 아이를 어디 맡길 데가 없어 나는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 응! 외마디 소리로 대동단결, 자신의 의사를 뚝심 있게 표현하는 여행이를 안고 내 출퇴근용 가방에 기저귀, 물휴지, 장난감, 비상용 까까 등으로 가득 찬 여행이의 가방까지 든 채 강연장 입구 근처에 서서 서당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는 서당개가 된 심정으로 훔쳐 듣다시피 박사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 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로도 서천석 박사님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본 적이 없고 그분이 쓰신 책도 제대로 읽어볼 겨를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있어 서박사님은 육아의 멘토와도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그것은 오롯이, 땀까지 흘려가며 힘겹게 들었던 육아특강 덕분이라 하겠다.


그날 배웠던, 내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육아 노하우 중에 오늘날까지도 알차게 활용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아이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라. 마트에 가서 엄마, 아빠 쇼핑할 때 얌전히 기다리면 장난감 사준다는 이야기. 아이가 어떻게 한 시간을 얌전히 기다리나. 못 기다린다. 어차피 사 줄 장난감이라면 미리 사줘라. 그러면 한 시간 동안 엄마, 아빠는 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런 거, 뜸들이지 말고 먼저 하나 쥐어주란 말씀


물론 마트에 갈 때마다 장난감을 사줄 순 없다. 하지만 아이가 타의에 이끌려 어딘가엘 가게 될 경우 그곳에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고 그것을 먼저 하게 해 준다면 아이도 즐겁고 부모 입장에서도 즐거운 상태의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덜 피곤한 게 사실이다.


우리 부부는 여행을 할 때면
어른들도 기념품을 사니 공평하게
여행이도 원하는 장난감을 하나
살 수 있게 해 준다.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행을 시작할 즈음 장난감을 살 기회를 주는데 고른 장난감 하나가 여행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 그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에스토니아 탈린(таллин/ Tallinn)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이가 기념품 가게에서 나무로 만든 바이킹 칼 하나를 뽑아 들었다.


그게 너무너무 갖고 싶단다. 그래서 이것이 이번 여행의 선물이다라는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의 여행은 바이킹 칼을 사기 전과 산 후로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나무칼 하나만으로 질리는 기색도 없이 줄기차게 놀던 여행이. 더 놀라운 은 그때 산 칼을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종종 갖고 논다는 사실이다. 돈이 솟아 나오는 화수분이 없는 엄마는 이런 가성비 장난감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사실 칼이나 총 같은 종류는 장난감이라도 사주고 싶지 않았고 그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저 에스토니아 나무칼이 우리 가족에게 베풀어준 은혜를 생각하면 내가 매일 아침 정화수 떠놓고 감사기도를 올려도 부족할 판이다.


글이 길었는데 요는 이렇다.


여러분, 아이와 여행하실 때 여행 초반에 꼭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 하나 사주세요. 그러면 여행의 퀄리티가 달라집니다. 단, 사줄 수 있는 장난감의 개수는 반드시 정해 두고 그 이상은 사주면 안 됩니다. 원하는 걸 다 사주면 애 버릇 나빠집니다.


이상 에스토니아의 추억을 곱씹던 이천석 올림.


-2018년 9월, 에스토니아 탈린-


◇ 여행팁 ◇

● 에스토니아 북서부, 발트해의 핀란드만 연안에 위치한 탈린(Tallinn)은 1219년 덴마크의 왕, 발데마르 2세(Valdermar II)가 에스토니아인들이 만든 성채 자리를 성으로 삼은 데서 기원한 도시라고 한다. 이후 발트해 연안 도시의 상인들이 대거 이주해 온 덕분에 13세기 동안 탈린은 무역항이자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의 중심도시로 번성한다. 탈린은 스웨덴, 러시아, 독일 나치의 지배 아래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번성했던 중세의 모습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올드타운으로도 불리는 탈린의 역사지구는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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