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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가족 Dec 25. 2021

다시, 셋이서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가 함께 하는 여덟 번째 크리스마스

둘이었던 우리가 셋이 된 2014년. 셋이 함께 하는 첫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은 우리 가족은 로드트립을 떠났다. 미국 동부 워싱턴 DC에서 출발해 버지니아, 노쓰 캐롤라이나, 싸우쓰 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를 거쳐 텍사스까지 갔다가 다시 워싱턴 DC로 되돌아오는 16박 17일의 여정이었다.


결혼 전 틈 날 때마다 길고 짧은 여행을 떠나곤 했던 나는 혹시나 여행에 관심이 없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면 어쩌나라는, 뒤돌아 생각해보니 안 해도 될 걱정을 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여행에 대한 열정이랄까 혹은 집념이 나보다 더 넘치는 사람과 짝이 되어 커플이 된 이후로도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이번엔 아이가 태어나면 과연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되는 시기를 맞이했다. 다행히 다시 한번 걱정은 웬걸!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해 여행을 하던 중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자연스럽게 '여행이'라는 태명을 지어준 우리의 아기는 아주 어려서부터도 육해공 그 어느 탈 것이라도 멀미 한번 안 하고 잘 타고(출발할 때는 바깥 구경을 하다가 조용하다 싶어 쳐다보면 스스로 잠들어 있고 신기하게도 도착할 때쯤 되면 눈을 반짝 떴다!) 가리는 음식도 거의 없는 데다 어디엘 데려다 놔도 잘 노는 꼬마 명랑 여행자가 아닌가.


모든 것이 낯선 여행지에서 보냈든 눈 감고도 길을 찾을 수 있는 익숙한 곳에서 보냈든 우리가 함께 하는 매 크리스마스는 특별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오랜만에 우리의 첫 크리스마스를 추억해 본다. 나와 울 낭군의 품에 안겨, 때로는 빨간 유모차에 누워 미국 남부를 여행하던 꼬마 여행이. 그 여행 중에 여행이는 고개를 번쩍 들고 배밀이에 성공하기도 했고 엄마가 야심 차게 준비한 산타 복장을 입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게 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인 것만 같은데 내 옆에 앉은 여행이를 돌아보니 팔다리가 길쭉하고 오동통하던 볼살도 조금은 빠져 제법 어린이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야속한 세월이여.


어느덧 나와 울 낭군, 그리고 여행이가 함께 하는 여덟 번째 크리스마스다. 그리고 우리는 몇 시간 후면 사막으로 떠난다. 중동에서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와 연말인 만큼, 우리는 사막과 오아시스를 번갈아 방문하며 며칠을 보내기로 했다. 곧 사막 한가운데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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