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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로움 May 12. 2022

9회 말 2 아웃, 홈런 그리고 밀어내기 역전승

내가 야구를 끊을 수 없는 이유

나는 삼성 라이온즈 팬이다. 10여 년 전, 대부분이 두산 팬인 사내 야구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잠실로 두산 vs 삼성 경기를 보러 갔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앞으로 어느 팀을 응원할 거냐고 물어봤다. 그때는 야구에 관심이 없었기에 앞으로 오늘 이기는 팀 팬을 한다고 했다. 그날 삼성이 이겼다. 하지만, 그렇게 얼떨결에 삼성의 팬이 된 이후로 사실 10여 년간 야구를 챙겨 본 적이 없었다.


야구를 다시 제대로 보기 시작한 작년, 처음 봤던 경기가 하필 “삼성에 가을바람이 불어온다”는 9회 말 1사 만루 김상수의 희생 플라이 끝내기 역전의 SSG전이었다. 10여 년 만에 야구를 본 나에게 이런 감동과 재미를 선물해주다니! 그날 이후로, 난 삼성 라이온즈 경기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승리 후, 업데이트되는 유튜브 영상들도 말이다. 영상에서 볼 수 있는 더그아웃 안에서의 삼성 선수들의 활기차고 긍정적인 에너지 역시 내가 삼성 라이온즈의 팬인 이유다.


이번 해에는 이재현, 김지찬, 김현준 그리고 입대한 김재혁 선수까지 아기 사자들의 활약이 너무나도 돋보인다. 또, 타 구단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때문에 고민이 많지만, 삼성은 분위기 메이커인 뷰캐넌, 매 경기 마지막 경기처럼 임하는 열정의 피렐라, 그리고 성실한 수아레즈가 워낙 잘해주고 있다. 그래서 올해의 삼성이 작년의 삼성보다 더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올해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신나고 다이내믹하다. 매 경기 종료 직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올해 전체 승리의 약 65%인 11승을 역전으로 따냈다. 그리고 7회 이후 역전승이 벌써 6승이라고 한다. 이것이 절대 경기를 중간에 끄지 못하게 하는 삼성 라이온즈만의 치명적인 매력이다. 이렇게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하는 구단을 봤나?


어제 경기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굳건한 1위 SSG와의 화요일 경기도 졌던 데다가, 8회 초에 SSG에서 투런 홈런이 터지며 1 대 5가 되어 패색이 짙다고 생각했다. 또 유난히 경기가 지루하다고 생각되어 책이나 다시 읽으려고 했던 8회 말, 오재일의 투런, 김동엽의 솔로 홈런이 터지면서 4 대 5가 되었다. 거기에다가 9회 말 2사에서 피렐라의 다시 터진 솔로 홈런으로 경기는 원점이 되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렇게 시즌 두 번째 연장전이 시작되고, 12회 말 만루 상황에서 강민호가 풀카운트에 몸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역전승했다. 삼성은 올해 두 번의 연장전에서 모두 역전하여, 오승환 선수를 2승의 승리 투수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작년에 내가 처음 본 경기처럼, SSG를 상대로 역전승하다니! 강민호 선수가 엉덩이에 볼을 맞는 순간, 물병을 들고 환호하며 더그아웃을 뛰쳐나오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덩달아 환호했다. 격리되어 우울했던 나에게 뜻하지 않게 기분 좋은 하루의 마무리가 선물 되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9회 말 2 아웃, 여기에서 나오는 홈런으로 연장전까지 가서 이겼다. 물론 초반에 실점을 안 하면 더욱 좋겠지만, 끝까지 집중해서 점수를 만들어내는 선수들이 대단한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야구는 오래 이길 필요가 없다고, 마지막에 이기면 된다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이 매력. 내가 삼성 라이온즈의 야구를 끊지 못하는 이유다.
 

Photo by Thomas Par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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