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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이로움 Jun 19. 2022

평생의 숙제, 다이어트

나의 다이어트 도전기

    누군가가 나에게 평생 가장 끈기 있게 꾸준히 해 온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다이어트라 말할 것이다. 원 푸드, 황제, 고지방, 점핑, 한약 다이어트 등 해보지 않은 다이어트가 없고, 청포묵, 닭가슴살, 풋사과, 단백질 쉐이크, 두부 등 다이어트에 좋다는 음식은 입에 물리도록 먹어봤다.


    어디 그것뿐인가? 다이어트에 참 많은 돈을 썼다. 시중에 나온 가르니시아 성분의 식욕억제제, 효소, 클렌즈 주스는 대부분 사봐서, 아직도 종종 인터넷 구매 후기에 나의 지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제대로 성공했다면 투자라고 말할 수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허공에 돈을 뿌렸다. 학창 시절에 아는 것은 많은 것 같고 아이들을 잘 가르쳐 주지만, 막상 시험은 잘 못 보는 친구가 반마다 한 명씩 있었는데, 다이어트와 관련해서는 마치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약 20년, 1년 365일 동안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효과는 미미하거나 없었다. 일생에 단 두 번만 급격하게 살이 빠져 목표 달성을 한 적이 있다. 모두 자의적이기보다는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 어쩌다 보니 빠진 경우들이었다.

    

    첫 번째는 대학교 신입생 때였다. 입학 후 첫 달, 장염으로 무려 3주간을 고생했다. 제대로 먹지 못해 약 6kg이 빠졌고, 수업을 참석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딸이 갑자기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줄 아시고, 휴학을 권하기도 하셨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다 보니 병이 난 것은 맞았다. 하루가 멀다고 술을 마시는 낯선 대학생 문화에 적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염으로 포장되었던 나의 병은 술이라는 낯선 신세계에 빠져 걸린 술병의 결과였다. 핼쑥해져 학교에 돌아가니 선배와 동기들이 예뻐졌다고 했다. 그때, 역시 최고의 성형은 살 빼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하지만 이렇게 빠진 살은 금방 다시 찌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살찐 내 모습에 자존감이 낮아졌다.


    다시 살이 올랐던 내가 두 번째로 살이 많이 빠졌을 때는 이전 남자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 당시에 나에게는 코로나로 주가가 폭락한다는 소식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그 친구와 약 1년 반 동안 매일 밤 8시 이후에 만나 데이트하다 보니 어느새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찍었다. 살쪄도 평생 예뻐해 줄 것이라고 했던 그와 이별 후, 나의 삶을 되돌아보니 남은 건 나의 몸 여기저기에 붙은 살뿐이었다. 이별의 잔재인 살과 함께 무기력하게 살아가다가, 헤어지고 독신으로 살겠다는 그 친구가 1년 만에 결혼하는 것을 보니 마음을 달리 먹게 되었다. 그렇게 발전 없이 멈추어진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충격으로 인한 잠시 동안의 단식과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떨쳐버리려 시작했던 밤 조깅으로 한 달간 무려 5kg이 빠져 있었다.


    그렇게 몇 년간 유지되었던 체중이 작년 말부터 슬슬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치수 높은 옷을 사기 시작했고, 그렇게 큰 사이즈의 옷을 입어도 거울에 비친 내가 예뻐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계단을 올라가도 심장이 터질 듯이 숨이 차서 헉헉거리기도 했으며, 아침마다 몸이 무거웠다. 자존감이 다시 낮아지고 나 자신이 예뻐 보이지 않으니,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혹시나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들어오는 소개팅들도 나중에 살 좀 빼고 하겠다며 거절했다.


    3개월 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친한 동기 오빠의 추천을 받아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도저히 혼자서는 빼지 못할 것 같았다. 한의약을 먹으면서 매일 1,000칼로리만 섭취하기 시작했으며, 10,000보 이상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한 지 석 달이 되어가고, 나는 8kg을 뺐다. 아침에 몸이 가벼워졌고, 계단을 오를 때에도 더 이상 헉헉되지 않는 점이 확실히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건강해보이니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졌다.


    다이어트는 나에게 평생의 숙제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하는데, 물만 먹어도 그대로 붓고 찌는 체질로 태어났다며 조바심을 내고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많았다. 통통한 부모님 두 분을 닮아 살을 빼고 싶어도 유전적으로 어렵다며, 다이어트 실패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게을러서 운동은 꾸준히 하지 않고, 식단으로만 승부를 보려고 하니 사실 누굴 원망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반 일흔 살의 대부분을 통통족으로 살았다.

    

    하지만, 최근 운동과 식단 조절 그리고 약의 도움까지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해 처음 시도해본 다이어트 방법이 통하니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다시 살은 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도 마음먹으면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고 또 내 모습을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방법을 조금은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Photo by i yunma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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