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라는 무게
며칠 전에 포털의 야구 섹션을 뜨겁게 달군 소식이 있었다. 두신의 김태형 감독의 뒤를 이을 감독이 바로 삼성의 국민타자 이승엽이라는 것이다.
나야 삼성 라이온즈의 팬이 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왕조 시절부터 삼성의 팬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삼성이라는 팀은 이승엽이라는 레전드 선수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사실 집에서 티비 프로그램을 볼 시간도 없고, 보통은 네이버로 프로야구 경기나 뉴스만 보기때문에 말로만 들었지 처음 본 프로그램이었다.
그가 두산의 감독이 된다는 뉴스, 특히 신임 지도자로 최고의 연봉을 받는다는 뉴스에 온라인에서는 한번도 코치나 감독을 해보지 않은, 기껏해야 최강야구프로그램의 감독이었던 그가 과연 두산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냐 라는 의견들이 있었다. 지도자로서 경험이 없어 검증도 되지 않았으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야구 실력이 지도자서의 실력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비록 올해는 9위로 시즌을 종료하긴 했지만, 두산을 7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명장 김태형 감독의 후임으로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뮬론 티비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미 레전드의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는 팀에서 감독을 하는 것은 실전과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본 두 회의 최강야구에서 그는 주눅든 선수는 격려를, 잘한 선수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잘하든 못하든 분위기 침체되지 않도록 선수단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또한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며 교체 타이밍을 보고, 상대팀 작전도 간파할 줄 알며, 적절히 타선도 이리저리 바꿀 줄 아는 전략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온라인 상에서의 우려가 기우라고 생각하고, 감독으로서의 이승엽 선수가 기대가 된다.
이왕이면 영원한 삼성맨으로서 우리 팀에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의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삼성에서 잘 키운? 선수가 다른 명팀의 감독으로서 친정팀과 붙게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나름 있을 것 같다. 우리 팀은 내년에 더 잘할 거니까, 내년에는 한번 이승엽 선수의 친정팀인 삼성과 이승엽 감독의 새 팀이 될 두산이 가을 야구에서 맞붙게 되는 진풍경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