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전에 읽었다면 달라졌을 나의 독후감
매달 하는 야구 관련 독서모임에서 이번 달 읽은 책은
<야구의 인문학 9> (이용균 저, 경향신문)이다.
이미 WBC 8강 진출에 실패한 상태에서
중국에게 22:2로 무의미한 콜드승을 한 직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8강 진출에 성공했다면, 혹은 WBC 시작 전에
읽었더라면 나의 독후감을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경향신문의 이용균 야구 전문 기자가 쓴 칼럼 100여 편을 담고 있다. 물론 코로나의 끝에 서있는 이 시점에 메르스 때 이야기도 나오고, 내가 야구에 관심이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도 나오곤 한다.
그렇지만 KBO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만의 문장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예리한 분석력뿐 아니라 야구팬들은 물론 선수들, 코치진, 프런트 등 야구인에게 따끔한 교훈을 주기도 한다.
마침 112페이지에 기자가 2017.3.3에 쓴 칼럼은 마치 오늘 2023년 3월 14일에 쓴 것 같은 '데자뷔'를 주었다. "WBC대표팀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대표팀 패배의 데자뷔, 팬들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 감독은 '내 잘못', 선수들은 '할 말 없음'. 이런 반복으로는 진짜 성장이 어렵다. 우리 사회 전체가 '지면 죽는다'를 넘어 '지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다."
야구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운명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공놀이에 불과한 야구에 우리는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배신당하기도 한다.
2015.3.16 저자의 칼럼은 "팬들에게 묻는다. 야구팀 함부로 포기하지 마라, 3월의 봄, 누구나 뜨거워질 권리가 있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적어도 2023년 3월의 봄 야구팬들은 뜨거워질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2015년 11월 23일 저자가 프리미어 12 우승 이야기와 김인식 감독의 1000번의 패배 이야기를 언급하며 썼듯 "과거와 다른, 올바른 미래를 만드는 것은 '성공'의 역사가 아니라 '실패'의 역사"니까... 이번 '실패'를 통해 대표팀이 아시안 게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제발 기대한다.
이 호구팬은 바보같이 이번 WBC를 금방 또 잊고, 4월에 또 시즌 개막하면 신나게 우리 팀 야구를 응원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