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페낭을 선택했어요?
지난해 12월 22일 페낭에 도착을 했으니 페낭살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4개월이 다 되어 간다.
페낭살이에 들어가며 바로 시작해보려 했던 나의 페낭 일기는 아이들의 학교가 두 번째 텀을 시작하면서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훅 지나가버린 지난 4개월의 이야기... 시간이 너무 지나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추억소환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일기처럼 남겨보리라...
내가 해외살이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의 학업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사실 두 번째 이유이고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살아보는 게 우리 역마살 부부의 버킷리스트였다.
흔히 강남 8 학군이라는 곳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해외여행이 대중화되기 전인 80, 90년대에 친구들이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기념품을 사와서 돌리고, 나중에는 해외유학까지 가는 모습을 보며 막연하게 외국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그 꿈은 마침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여행을 다니며 조금씩 채워갔다. 신혼여행을 몸집만한 배낭 하나씩 둘러메고 프랑스로 떠났다. 보름동안의 신혼여행을 마치며 1년 정도... 가능하다면 그 이상으로 해외에서 살아보자며 해외살이를 버킷리스트에 추가했다.
특히 결혼 후 첫 보금자리로 얻었던 집의 주인 어르신들이 매해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나라로 1-2개월씩 여행을 가서 살다 오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그렇게 멋지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거 같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도가니탕까지 끓여다 주셨던 어르신들은 우리가 서울을 떠나 제주도로 이사를 간 후에는 제주도에 오시면 연락을 주시며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언젠가 한국의 추운 겨울이 오면 두 어르신 다정하게 손 잡고 페낭으로 한 달 살기를 오시지 않을까 하며 내심 기대해 본다.
그렇게 결혼 후 연휴만 생기면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고, 2주 살기, 한 달 살기, 두 달 살기를 하며 낯선 곳에서의 적응,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며 나름 조금씩 해외살이에 대한 준비를 했다. 물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아이들 또한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었겠지만 준비과정을 함께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들 또한 여행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의 음식도 무리 없이 잘 먹고 잘 적응했다.
해외살이에 앞서 남편의 일이 원거리 재택으로도 문제가 없을지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2017년 여름 제주 구좌읍 세화리에서의 한 달 살기를 시작으로 자신감을 갖은 우리 가족은 망설임 없이 제주도 이사를 결정했다.
결정을 했다면 행동은 빠르게~!
2018년 1월 제주도에 내려가 집을 알아보고 그 해 2월 말에 제주도로 입도하며 제주 조천댁이 되었다.
큰 아이가 6살, 작은 아이가 4살이었는데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키우고 싶었던 나의 바람까지 겹쳐져 단 6개월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제주살이.
이것이 나의 첫 해외살이인 페낭행의 시발점이었다.
한국을 떠나올 때도... 페낭에 도착을 해서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이다.
다행히 남편의 일이 공간적으로 자유로운 일이었기에 해외살이를 생각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 해도 시간적 자유로움까지 있는 건 아니었기에 우리나라와 시간차가 크지 않은 나라
이왕이면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기 좋은 환경
우리나라보다는 물가가 무조건 쌀 것
기반 시설, 의료 시설이 너무 열악하지 않은 곳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한 곳
그렇게 나름의 기준으로 심사숙고해서 찾은 곳은 말레이시아였다.
그렇다면 말레이시아의 어느 도시로 가면 좋을까?
일단 가장 처음 꼽은 곳은 조호르바루였다.
2019년 12월 말 아이들의 겨울방학 기간 동안 조호르바루 한 달 살기를 하고 말라카와 쿠알라룸푸르를 둘러보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가 조호르바루에서 한 달 살기 중이던 2020년 1월, 춘절을 지나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을 했다.
무서워서 콘도 밖은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살이 같은 한 달 살기를 마쳤다.
사실 조호르바루는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뭔가 어수선한 도시 분위기로 인해 마음이 가지 않아 우리의 해외살이 리스트에서는 제외하기로 한 상태라 그리 아쉬움이 많이 남진 않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우리의 해외살이 또한 무기한 연기되고.... 그동안 다시 열심히 찾아보고 비교하며 결정한 곳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페낭이다.
정확히 말하면 풀라우 피낭주에 속해있는 섬으로 첫 느낌이 ‘제주도와 닮았다’였다.
그렇게 페낭살이의 꿈을 키우며 기다리는 동안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종식 대신 With corona로 전환이 되었다. 다시 해외여행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남편은 바로 페낭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코로나19로 갇혀있던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가 겹쳐져 두 달 반이라는 일정으로 그동안의 최장 여행기간을 갱신하며 2022년 7월 우리가족은 제주도를 떠났다.
두 달 반 중 보름동안은 태국 방콕과 후아힌을 먼저 다녀왔는데 코로나19의 타격에서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으로 예정했던 일정 중 절반을 포기해야했다.
그렇게 살짝은 아쉬웠던 여행을 마치고 두 달 살기 할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출발~!
페낭에서의 두 달 살기는 첫 날부터 조호르바루에 살 때와는 완전 달랐다.
구도심과 신도심의 적절한 조화
바로 직전 다녀온 태국과 비교가 되서인지 뭔가 좀 더 체계적인 스마트한 환경
자가운전도 가능해 보이는 도로상황
기대이상 좋은 날씨로 오히려 제주도보다도 습하지 않고 뽀송하며 맑은 하늘, 저녁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 좋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우리나라와 1시간 차, 세상 저렴한 물가와 친절한 사람들, 일상생활 속에 녹아들어있는 영어...
그렇게 페낭 도착 3일 만에 최종 정착지를 결정했다.
Malaysia pulau pin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