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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 Mar 08. 2017

06. 아찔했던 수동차 운전기

파리 시내에서 아찔했던 첫 수동차 운전기

파리에 도착한 지 이튿날 아침, 아침부터 날씨가 차~암 좋다. 오늘은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했던 자동차를 인수받는 날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미리 알아보고 예약한 자동차 리스, 아침일찍부터 숙소를 나선 우리는 숙소에서 보이는 에펠탑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는등 기분을 한껏 내면서 자동차를 인수받기로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파리 16구역에 위치한 TT카센터에 도착한 후 인포메이션에 있는 직원에게 자동차 리스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계약서를 확인한 직원은 잠시 후 우리가 계약한 자동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우리부부의 첫차?  '두빙카' 와 함께
자동차를 리스하고 다음날 파리외곽에 위치한 캠핑장에서


주차장에 한쪽에 보라색의 아담한 차량이 우리를 반겨줬다. 이차는 이제 앞으로 우리를 태우며 45일간 유럽 곳곳을 함께 여행할 동반자이다. 우리가 탈 차종은 '씨트로엥 피카소 C3' 소형차지만, 레이처럼 아담하고 실내공간은 넓고 공간 활용도가 좋은 차이다.


렌터카와 다른 리스차의 장점이라면 공장에서 막 출고한 100% 새 차로 나온다는 것! 즉, 우리는 완전한 새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다! 보랏빛이 반짝 빛나는 우리 차를 보면서 우리 부부는 매우 흐뭇했다. (후에 우리 부부는 차에 이름을 붙여줬다. 이름하여 '두빙카') 카센터 직원은 우리에게 차량에 대한 기본적인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 준후, 차키를 우리에게 건네줬다. 이제 이차는 45일간 우리의 자동차이다! 그리고 인생에 처음으로 내 명의로 나온 의미가 있는 자동차이다.


캠핑용품도 구했고, 이제 이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된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주문한 차량이 수동기어 차량이라는 점! 사실 운전면허 취득할 때 잠깐 수동기어 차량을 운전했지만, 실제 도로 위에서 수동기어 차를 운전한 경험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수동기어 차량이다. 연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 사람들은 대도록이면 오토기어 차량보다 수동기어 차량을 선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에서 출시되는 자동차는 특별히 추가 비용 들여 오토기어로 주문하지 않은 이상 기본적으로 수동기어 차량으로 출시된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자동차를 리스 예약할 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동차를 리스 예약하기 전, 며칠간 고민했었다. 편하게 오토기어 차량으로 예약할 것인가 이기회에 수동기어 차량으로 예약해 수동차를 마스터할 것인가 한 번도 운전해보지 못한 수동 차량을 과연 내가 유럽에서 잘 끌고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됐지만, 내가 원하는 차량은 오토기어로 출시가 안된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결국 큰 마음먹고 수동기어 차량으로 예약했다.


그까짓, 수동기어 이번 기회에 마스터해보자! 이럴 때 해보지 언제 해보겠어? 도전!


그렇게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자동차를 인수받고 운전하려고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 어떻게 출발하는 거였더라...?  일단 심호흡을 하고 운전석을 찬찬히 살펴본다. 먼저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 1단으로 넣었다. 브레이크를 떼는데 차가 드르르륵 떨리더니 이네 곧 엔진이 꺼져버렸다.


으잉? 뭐지 다시 해봐야지


다시 시동을 켜고,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밝고 기어 1단을 넣었다. 그리고 클러치를 살살 떼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도 살짝 풀었다. 그리고 액셀을 밟자 차는 드르르륵 하더니 다행히 이번엔 엔진이 안 꺼졌다. 차는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엑셀을 살살 밟아가며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무슨 배짱인지 몰라도 곧바로 도로로 진입했다.


아찔했던 파리 시내 언덕길 사고

일단 나는 기어 1단을 넣은 상태에서 앞만 보고 운전했다. 파리의 길은 잘 모르고, 더욱이 처음 운전해보는 수동기어 자동차 이래 봬도 나는 운전경력 14년 차이고 무사고인데 이 순간만큼은 왕초보가 되었다. 얼떨결에 기어 2,3단을 넣고 그 상태로 파리 시내를 달렸다. 오토차만 운전한 사람이 아무런 연습 없이 수동차를 몰고 운전한다는 것은 간 뎅이가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함부로 할 수도 없고, 사고위험 때문에 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난 그런 무모한 도전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사고 안 난 게 천만다행이었다.


일반적인 도로주행은 그래도 무난하게 했다. 그런데 최악의 문제의 순간이 다가왔다. 바로 내 눈 앞에 보이는 오르막길 구간이었다! 수동차를 운전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수동 초보에게 오르막길이 얼마나 공포인지 잘 알 것이다. 오르막길을 피할 틈도 없이 우리가 탄 차는 그대로 오르막길로 올라섰다. 꽤나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인데 난 그래도 어느 정도 가속도를 받았으니 쉽게 올라갈 줄 아랐다. 이게 바로 14년 동안 오토차만 운전해본 사람의 한계였다. 나는 수동차도 오토차 처럼 쉽게 올라갈 줄 아랐다. 이것은 나의 순진한 착각 이였다.


하지만 최악의 위기가 우리 앞에 닥쳐왔다. 액셀을 밟고 오르막길 중간 정도 올라가는데 차가 힘이 빠지면서 엔진이 덜덜덜 거린다. 순간 매우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가 엔진 꺼지는 거 아냐?!'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에선 기어를 1단이나 2단으로 변경하고 올라갔어야 하는데 수동운전이 처음인 내가 그것을 알턱이 있었을까? 그대로 기어 3단으로 액셀을 밟고 올라가니 차는 덜덜덜 거리고, 결국 엔진이 꺼지면서 차가 멈춰 섰다. 이 모든 것은 오토차만 운전해본 내 운전경험의 한계였다.


그래도 그동안의 운전경험이 헛것은 아녔는지 나는 침착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시동을 켜고 기어 1단으로 넣었다. 그런데 차가 못 올라간다 ㅠㅠ 오히려 뒤로 밀린다. 헉! 왜 이러지?!


아무리 해도 도통 올라갈 생각을 못하고 계속 뒤로 밀리기만 했다. 나와 슈빙은 차 안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우리 차 뒤에는 어느 순간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가 멈춰서는 바람에 뒤따르던 차들도 동시에 멈춘 것이다. 뒤에서는 차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차는 앞으로 가질 못하고 뒤로 밀리기만 한다. 최악의 상황이였다. 그리고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오토차였다면 가뿐하게 올라갔을 텐데, 이놈의 수동차는 그게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 내가 왜 수동차로 주문을 해서 사서 고생하나 후회가 밀려왔다. 눈앞이 깜깜했다.ㅠㅠ


도로 한 폭판, 우리 때문에 파리 시내 교통체증이 시작되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있을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나는 급한 마음에 슈빙에게 말했다. '슈빙! 일단 뒤에 버스기사한테 얘기해서 도움을 요청해봐요!' 나의 다급한 외침에 슈빙은 차에서 재빠르게 내려 뒤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기사한테 가서 우리의 급한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버스기사는 불어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자 불어가 안되는 우리는 영어로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충 상황을 짐작한 버스기사는 버스에 내려 우리 차 운전석에 착석해 기어 1단을 넣고 운전을 시도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차는 뒤로만 계속 밀리는 것이었다. 몇 번을 시도해도 그러자 버스기사는 우리에게 렌트한 차냐고 물어봤다. 우리가 그렇다고 하자 렌터카에 바로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한다. 우리는 급하게 렌터카 업체에 전화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냈는데 이런.... 아직 유심칩을 구입하지 못해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버스기사가 자신의 폰으로 대신 전화를 해줬다.


통화를 마친 버스기사는 뒤를 돌아봤다. 우리 때문에 수많은 차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경적을 울리고 있었고 몇몇 프랑스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자동차를 도로 한 복 판에 그대로 둘 순 없었다. 마침 다행히도 도로 옆에 차 한 대 들어갈 공간이 있었다. 우선 그쪽으로 차를 빼자고 얘기했다. 나는 다시 운전석에 앉아 이번엔 후진기어를 넣고 사람들 인도 속에 차를 천천히 옆 공간으로 후진하면서 이동했다. 다행히 도로 옆 공간으로 간신히 차를 빼는 데 성공했고, 앞에서 가로막았던 우리 차가 빠지자 그제야 뒤에서 영문도 모른 채 대기하던 차들이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 30분간 상황은 그렇게 종료됐다. 얼마나 당황하고 긴장했던지 내등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우리 때문에 교통체증이 일어나서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 우리는 너무 부끄럽고 죄송했다. 연신 프랑스 사람들에게 쏘리 쏘리를 외쳤다. 우리를 도와준 버스기사와 몇몇 프랑스인들은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도리어 이번 일로 놀란 우리를 달래줬다. 그리고 일단 카센터에 연락했으니 여기서 기다렸다가 자동차 점검받으라고 충고해주면서 현장을 떠났다.


그렇게 우리만 남겨진 도로 위에서 우린 한동안 멘붕에 빠져 아무 말 없이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시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수동 자동차를 예약하면서 며칠은 고생할 것이라 각오는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강하게 첫날부터 그 대가를 아주 독하게 톡톡히 치루고 있었다. 정말 아찔했던, 여행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스틱기어, 국내서는 요즘 보기 힘들지만 유럽이나 3세계 국가들에서는 아직도 많은 운전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카센터 직원이 가르쳐준

언덕길에서 수동차를 움직이는 법

한참 후 카센터에서 직원이 도착했다. 카센터 직원은 그 자리에서 차량 점검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점검을 해봐도 자동차에는 문제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무렴, 새 차인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카센터 직원은 나에게 일단 한번 테스트 운전을 해보라고 권했다. 난 차에 올라타 근처동네를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돌아왔다. 문제가 보이지 않으니 카센터 직원으로선 달리 방도가 없었다. 직원이 차량 점검을 마치고 돌아가려 할 때였다. 우리도 다시 출발하려고 차에 시동을 켜고 기어 1단으로 넣고 출발하려는 그때! 아까와 똑같이 차가 뒤로 밀린다! 앞으로 나가질 못하고 뒤로 밀리자 난 직원을 급하게 다시 불렀다. '이거 봐요! 차가 뒤로 밀려요?! 왜 이렇죠?' 직원은 우리가 탄 차로 급하게 다가왔고, 한참을 내 운전모습을 보더니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반클러치 한상 태서 차가 덜덜덜 하고 떨릴 때
브레이크를 떼고 엑셀을 지그시 밟아봐요

직원의 말대로 하자 신기하게도 우리의 차는 앞으로 천천히 언덕을 올가 가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언덕길에서 수동차를 어떻게 운전하는지 몰라 발생한 어이없는 사고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나의 운.전.미.숙!


그 직원 덕분에 언덕길에서 차가 밀리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드디어 깨우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기쁜 마음에 직원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런 우리의 모습에 직원은 허탈하게 웃더니 그래도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며 안전 운전하라고 얘기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우리도 악몽 같았던 그 장소를 무작정 떠났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고 차를 몰고 20여 분간 서북쪽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어떤 한산한 동네를 발견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차도 잘 안다녀 그야말로 그 동네는 운전연습을 하기 최적의 장소였다.


나는 그 동네에서 약 2시간가량 수동기어 연습을 했다. 1단, 2단, 3단, 후진기어 등등 동네를 몇십 바퀴 돌면서 수동기어가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했다. 그렇게 연습하니까 이제야 수동기어에 감이 왔다. 그래도 한동안 수동기어 차를 몰고 여행을 하는 동안 완전히 익숙해지기 전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45일 동안 매일 수동 자동차를 운전하니깐, 자동차 여행 후반부터는 수동기어가 완전히 익숙해져서 자유롭게 기어를 변속할 수 있게 되었다.


하여튼, 첫날 파리 시내 언덕길에서 호된 신고식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그것 덕분에 나는 이제 수동, 오토 가리지 않고 운전할 수 있는 하이클래스 운전자가 되었다.-_-v 지금도 그때 사건을 생각하면 아찔했지만, 두고두고 우리 부부에게 잊히질 않은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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