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알프스의 아름다웠던 앙시 이야기
유림이와 반나절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우리는 리옹을 떠났다. 목적지인 샤모니까지 갈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밤새 차를 몰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우리... 하루 종일 운전을 하니 몸이 피곤하다. 아무래도 오늘 운전은 여기까지 하고 하룻밤 보낼 장소를 찾아야겠다. 때마침 교통표지판이 5km 더 가면 휴게소가 나온다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조금더 힘을 내 휴게소에 도착한 우리는 결국 그날 밤은 휴게소 한쪽에 텐트 치고 자는 걸로 결정했다. 자동차 여행 시작 한지 3일째인데 벌써 이런식으로 숙박을 두 번이나 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우리는 휴게소 화장실에서 세면을 하고 간단하게 바게트 빵으로 아침을 때운 후 샤모니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은 샤모니를 가기 전 중간에 있는 앙시에 들렸다가 갈 생각이다. 먼저 이곳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두 도시를 소개하자면
앙시(Annecy)
프랑스 동부, 론알프 지방의 오트사부아 주에 있는 코뮌이다. 오트사부아 주의 주도이다. 인구 52,890(2006).
알프스 산맥 기슭, 안시 호에 면한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져 있다. 제네바에 속했다가 15세기 사보이 공국의 영토가 되었다. 16세기 종교 개혁으로 제네바가 개신교 지역이 되면서 제네바에서 추방당한 가톨릭 주교가 이 곳으로 옮겨오는 등 반종교 개혁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후 대성당과 수도원이 건립되었다. 프랑스혁명 기간 중 프랑스에 속했다가 부르봉 왕정복고로 다시 사보이 공국의 사르데냐 왕국에 넘어갔으나, 1860년 완전히 프랑스 영토가 되어 신설된 오트사부아 주의 주도가 되었다. 아름다운 관광도시로 알려져 있다. 중세 시대의 옛 건물이 많으며, 주변은 알프스 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휴게소를 출발한 지 4시간 만인 12시쯤 앙시에 도착했다. 원래 앙시는 잠깐만 보고 바로 목적지인 샤모니로 쏠려고 하였지만, 그러기엔 앙시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도시였다는 사실을 여기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ㅜㅜ
일단 우리는 앙시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인 앙시 호수를 갔다. 정말 너무나도 맑고 깨끗한 호수물에 감동하였다. 어쩜 물이 이렇게 청명하고 깨끗한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호수 저멀리 눈 덮인 알프스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매우 아름다웠다. 마을은 또 어떤가.. 동화 속에 나올법한 아기자기 하 예쁜 마을은 정말 우리의 마음을 홀딱 뺏어가 버렸다. 결국 우리는 원래 계획과 달리 앙시에 매력에 홀딱 빠져, 이곳에서 이틀을 머물게 되었다. 여행 계획이야 뭐 변경하라고 있는 거니깐! ㅎㅎㅎ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야
진짜 여행이지
호수와 알프스 산들이 잘 보이는 어느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난 후 우리는 다시 호숫가로 갔다. 호수에는 이미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와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수영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이걸 그냥 보고 갈 리가 없지! 차 안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프랑스 사람들 틈에 끼어 수영을 했다. 물은 투명한데 생각보다 차가웠다. 이 앙시 호수 물이 알프스 빙하가 녹아서 생성된 호수라고 한다.
물에 들어가기 머뭇거리는 우리 슈빙은 천천히 천천히 물속에 몸을 담근다. 물이 차가워서 쉽게 들어감 엄두가 나질 않은 것 같다. 옆에서 내가 재촉해서 간신히 들어갔다. 물이 차갑다고 난리 치는 슈빙에게 곧 있으면 몸이 차가운 물에 적응돼 별로 차갑지 않을 거라고 달래준다. 슈빙은 정말 그런가? 약간 못미더운 눈길로 나를 본다.
나는 정말이라고 그런 슈빙을 안심시켜주고 수영을 한다. 역시 내말대로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슈빙도 차가운 물에 적응됬는지 내옆에서 어설픈 수영을 하고 있는데 그모습이 참 귀여웠다. ^^
우리는 호수에서 1시간가량 물놀이하면서 놀다가 뭍으로 올라와서 일광욕도 즐겼다. 나는 유림이가 선물해준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고, 슈빙은 옆에서 일광욕을 하면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런 여유로움... 지금 아니면 언제 즐겨볼까?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여행은 즐기는 것이니깐!
수영을 마친 후 우리는 캠핑장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벌써 시간이 저녁 먹을 시간 되었네? 아직 해가 질려면 한참 남았는데...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는 프랑스 여름의 긴 낮시간을 이용해 자동차를 타고 호수 한 바퀴 드라이브를 했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30분 걸렸다. 앙시 호수가 생각보다 꽤 크다. 호수가를 따라 조성된 도로를 타고 한 바퀴 드라이브하면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은 정말 우리의 머릿속에 잊혀지질 않는다. 그날의 해지는 햇빛도 너무 아름다웠고, 그 햇빛에 비친 호수며, 산과 들, 집들 심지어 바람까지도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 이 아름다운 순간은 마치 우리들 머릿속에 영화 한 장면의 필름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으로 남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