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아름다웠던 샤모니(락 블랑) 트레킹
사실 이 글을 쓰기 전, 작년 8월 프랑스에서 잃어버린 외장하드 생각에 아직도 마음이 참 씁쓸하기만 하다.
그 외장하드에는 45일간 유럽여행을 하며 촬영한 수많은 사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사진들 한 장, 한 장이 우리의 추억인데 오늘 글을 쓸려는 샤모니 여행기에 사용할 사진도 함께 날아가 버렸으니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샤모니 여행하면서 촬영한 멋진 알프스 사진들... 공개도 하지 못하고 허망하게 잃어버린 내 마음은 누가 알 까나...? 그나마 다행인 건 스마트폰으로 당시 촬영한 샤모니 알프스 사진들이 남아 있어 부족하지만 이 사진들로 대신한다. 아마도 유럽 여행 글 쓰면 착잡한 마음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정식 이름은 '샤모니 몽블랑'이다. 샤모니(Chamonix)는 몽블랑 산기슭에 자리한 프랑스 오트사부아 주의 작은 도시이며 인구는 9,830 명이다. 프랑스의 겨울 스포츠 메카로 알려졌으며, 특히 스키장이 유명하다. 1924년 최초의 동계 올림픽과 1960년 동계 유니버시아드가 이 곳에서 열렸다.
샤모니를 위키백과에서 검색하면 위에 글 처럼 소개된다.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지만 알프스 산기슭에 있다 보니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몽블랑이라는 알프스 최고봉이 근접해 있어 몽블랑 트레킹의 거점도시여서 수많은 관광객과 등산가들이 1년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은 레저 스포츠 도시다.
우리 부부가 앙시를 거쳐 샤모니에 도착 한때가 7월 6일이다. 우리가 이곳을 방문 한때가 아마도 샤모니에서 1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때였나 보다. 샤모니 있는 3일 내내 맑은 날씨의 연속이어서 몽블랑이 바로 우리 눈앞에 보였다. 때때로 운이 없는 사람들은 어렵게 시간을 내서 샤모니에 왔건만 날씨가 안 좋아 몽블랑을 비롯한 알프스를 볼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면에선 우린 정말 하나님이 주신 행운이 큰가 보다. 이렇게 맑고 투명한 날씨 속에 아름다운 알프스의 풍경을 실컷 볼 수 있다니! Thanks for GOD!
샤모니에 도착한 우리는 몽블랑이 아주 잘 보이는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 캠핑장은 몽블랑 바로 아래 위치해 있어 샤모니에 있는 캠핑장중 가장 인기 있는 캠핑장이다.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 혹시나 자리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우리가 텐트칠 자리가 남아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얼른 텐트를 쳤다. 역시 인기 있는 캠핑장이어서 이미 우리 주변엔 다른 캠핑족들이 일찍부터 와서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는 텐트 방향을 몽블랑이 잘 보이는 방향으로 텐트를 쳤다. 텐트 안에 편하게 누워서 몽블랑의 정상과 빙하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명당자리였다. 이런 게 진짜 신선놀음 아닌가?! ㅎㅎㅎ 아래 사진이 바로 우리 텐트 안에서 촬영한 몽블랑과 그 옆에 흘러내리는 빙하 사진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는 간단하게 아침을 해 먹고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샤모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덕분에 볼 것도, 할 것도 많은 마을인데 그중에서도 샤모니 여행의 핵심은 바로 몽블랑 트레킹일 것이다. 우리는 몽블랑 트레킹을 할 예정이다.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 융프라우, 마터호른과 함께 가장 인기가 높다. 흔히 '투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불리는 이 트레킹은 몽블랑 주변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트레킹 코스고,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보여주고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리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을 넘나들면서 트레킹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매력이다.
사실 마음 같아선 투르 드 몽블랑 일주를 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트레킹 준비는 안 돼있고 다음날 샤모니를 떠나야 하기에 우리가 선택한 트레킹은 '락 블랑 트레킹' 이였다. 락 블랑 트레킹은 가장 핵심인 몽블랑과 그 주변 알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루트가 하루면 가능해 우리같이 짧게 온 여행자들이나 힘들게 트레킹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에게 안성맞춤인 최적의 트레킹 코스다.
우선 락 블랑 트레킹의 출발점인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케이블카 타는 곳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에 가서 케이블카 표를 끊었다. 케이블카는 3단계 코스가 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 끝에 올라갈 때만 케이블카를 타고 중간 경유지에 내려 락 블랑 전망대로 걸어 올라가는 편도 티켓을 끊었다. 그러나 하산길에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2시간 이상 걸어 내려가야 한다는 함정이 있지만...
<알프스를 배경으로 역대급 내 사진>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중간 경유지에 올라갔다. 중간 경유지까지만 왔는데도 한눈에 샤모니와 알프스 풍경이 펼쳐졌다. 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대체 정상쯤 가면 얼마나 더 멋진 풍경을 보여주려고 벌써부터 하이라이트급 풍경을 보여주는 거지? 우리 부부의 기대치가 상승했다. 중간 경유지에서 락 블랑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이제 락 블랑 향해 즐겁게 걸어가면 된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오랜만에 하는 트레킹이다. 난 트레킹을 좋아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해봤고 지금도 기회가 되면 세계 곳곳의 유명 트레킹을 하고 싶어 한다. 이번에는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트레킹을 한다! 비록 짧게 해서 아쉬움이 남지만
락 블랑 트레킹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아닌 우리와 같은 트레킹 코스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허름한 배낭에 길다란 바게트 빵 하나를 짊어지고 열심히 산에 오르는 여자, 웃통을 벗고 멋지게 선글라스 씌며 뛰어서 트레킹을 하는 젊은 청년들, 빙하호수에서 수영하는 유러피언 커플,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람은 어떤 가족이었다. 아빠는 어린 아들을 배낭에 태우고 묵묵히 산을 오르고 있는데 어린 아들은 세상 편하게 잠자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두 명의 딸들은 엄마랑 같이 산을 아주 잘 탄다. 분명 이 가족은 틈만 나면 트레킹 하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이 프랑스 가족을 보면서 우리가 꿈꾸던 가정의 이상을 이 가족을 통해 발견했다. 흔히 우리가 생각했던 가족의 행복은 남편은 돈을 많이 벌어 오고, 아내는 내조를 잘하고, 자녀들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행복한 가정의 기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 가족을 통해 발견하게 됬다. 물론 위에 언급한 그 조건은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조건 중 하나인 건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가족 간의 대화가 점차 없어지고 부모 자녀 간의 생각 차이로 인한 갈등이 만연한 대한민국 가정을 보면서 가족의 행복한 가치는 어쩌면 가장 기본인 '대화와 다름의 이해' 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 자녀가 함께 여행을 하고, 식사도 하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생각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이런 노력이 바탕이 될때 정말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후에도 여행을 하던 종종 함께 여행하는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가족들은 일반 가족에서 느낄 수 없는 끈끈한 가족애와 그 가정의 행복이 온가족의 얼굴에 묻어나 있다. 이것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행복감을 느낌으로서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긍정적인 효과라 생각한다. 사람 사는 세상, 가장 기본단위는 바로 가정이다. 가정이 올바르게 세워져야 사회가 변하고 국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할수 있다.
그러고 보면 여행만큼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고
서로를 알아가는데 이것처럼 좋은 게 또 있을까?
<락 블랑 트레킹 중, 우리 부부 모습 그리고 나의 독사진>
우리 부부는 트레킹을 하면서 몽블랑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 삼아 사진을 많이 남겼다.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 할지라도 하나님이 만드시 놀라운 풍경을 완벽하게 담아낼 수가 없다. 오직 하나님이 주신 우리 두 눈만이 완벽에 가깝게 볼 수 있을 뿐이다.
안내표시판에 2시간 정도 걸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우리는 쉬었다 가고, 멋진 풍경이 나오면 사진 찍다 가고를 반복하다 보니 원래 예정시간보다 40분 더 걸려 2시간 40분 만에 락 블랑 전망대에 도착했다. 해발 2352m 한라산보다 400m 더 높고 백두산보다 400m 낮은 바로 이곳, 정상에는 빙하가 녹아 생겨난 커다란 호수가 있는데 이 락 블랑이란 이름 뜻이 하얀 호수, 즉 이호수를 뜻하는 단어다. 참고로 해발 4810m의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의 이름 뜻도 '하얀 산' 이란 뜻이다. 락 블랑 전망대에는 산장이 있는데 수많은 트래커들이 알프스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쉬고 있다. 우리는 풍경이 잘 보이는 야외벤치에 자리를 잡고 캠핑장에서 싸온 도시락을 꺼냈다. 유럽은 외식비가 비싸다 보니 우리 부부는 웬만하면 장을 봐서 직접 조리해 먹는다. 아침에 만든 샌드위치를 점심때 먹었다. 락 블랑 산장에서 몽블랑과 알프스 산군들을 바라보며 먹는 샌드위치 맛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아마도 이 샌드위치 맛은 내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을 맛이다.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이런.... 우리가 들고 온 물이 다 떨어졌다. 올라오면서 덥고 땀을 많이 흘려 물을 많이 마신 결과다. 내려갈 때도 물이 필요할 텐데 아무래도 물을 사야 할 듯하다. 산장에 가서 물 가격을 물어봤는데 가격을 보고 난 허걱 놀랬다.
7 유로면 그때 당시 환율(1유로 1300원대) 9100원!! 헉~ 만원에 가까운 매우 매우 비싼 물이다.
이런 젠장 ㅠㅠ.... 고지대에 있는 산장이라 물품 조달이 쉽지 않아 물가가 평지보다 더 비싸다. 너무 비싸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결국 거금(?) 7유로를 주고 물한병을 샀다. 점심값 아끼려고 도시락까지 싸왔는데 웬걸~ 결국 한 명분 점심값을 내준 꼴이 되고 말았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비싼물인지라 나는 금단지 모시듯 귀하게 모셨다. 마실 때도 정중하게 마시고...-_- 그런데 화장실을 다녀온 와이프의 말을 듣고 난 정말 놀라 자빠질뻔 했다.
두~ 산장 바로 아래 약수 있는데
사람들 거기서 물 떠서 먹던데요~
<락 블랑 호수에서 슈빙, 눈 위를 걷는 와이프>
이 얼마나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ㅠㅠ 바로 아래 공짜로 물 받아먹는 약수터가 있었다니! 아오~~ 조금만 둘러봤다면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생각 못하고 7유로씩이나 주고 물을 사다니 너무 돈이 아까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난 물을 샀고, 그리고 그 물을 마셨으니 환불도 할 수가 없다. 그저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마실뿐이다. ㅠㅠ
락 블랑 산장에서 구입한 물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싸게 주고 산 역사적인 물이 되었다.
락 블랑 산장에서 1시간 30분 이상 머물렀다. 파란 하늘과 하얀 알프스 산들의 조화가 너무 아름다워 보고 또 보아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으니까, 락 블랑 정상은 2300m가 넘는 고지대라 눈이 쌓여있다. 이 눈들은 녹지 않은 만년설 같은 눈들이다. 그나마 빙하가 녹아 생긴 호수 물은 정말 깨끗하다. 호수 물에 손을 담가봤다. 정말 차갑다. 그리고 마셔봤다. 이물이 바로 에비앙이구나...
이제 락 블랑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하려고 한다. 하신길에서 느낀 몽블랑은 정말 평화로웠다. 세상에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는 건지? 이런데서 집 짓고 살면 딱 좋겠다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 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은 은퇴 후 노년에는 물 좋고,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에서 사는구나 생각이 절로 들었다. 뭐 이건 유럽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인종, 국적, 민족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살고 싶겠지?
내려오는 길은 확실이 올라갈 때보다 시간이 단축됐다. 1시간 40분 만에 케이블카에서 내렸던 경유지에 도착했다. 우리는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먹고 내려갈 준비를 했다. 편도 티켓으로 끊었으니 내려갈 땐 튼튼한 두 다리에 의지해 내려가야지~
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급경사 내리막길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데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안 쓰던 우리의 허벅지 근육이 오늘은 무리하게 써서 그런지 엄청 당겨 오기 시작했다. 워낙 급경사 길이라 허벅지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내려가는 중간에 길 잘못 들어 20분 더 시간이 걸렸다. 어째 내려오는 하신길이 더 힘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간신히 아침에 케이블카를 탔던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의 두빈카(우리 자동차의 애칭)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마음은 얼른 캠핑장으로 돌아가서 씻고 쉬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차를 몰아 15분 만에 캠핑장에 도착한 우리는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그날의 노고를 풀었다.
이제 샤모니는 해가지기 시작한다. 텐트에서 보는 몽블랑은 어두워지는 그 순간에도 하얀 눈 때문에 그 자태는 더욱 영롱하게 빛나서 아름다웠다. 몽블랑과 마주하며 대화를 나눴던 그날 밤의 추억은 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지금, 한편의 꿈같은 시간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