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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 May 26. 2017

15.아를에서의 사진축제

사진에 대한 나의 고민과 철학

아를,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비뇽에서 차로 1시간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곳 '아를'  일찍이 아를을 포함한 프로방스 지역은 로마의 흔적이 현재도 남아있는 지역이다. 아를 시내 중심가에 로마시대 때 지어진 원형경기장이 있다.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작지만 그래도 2만 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고, 보존 상태도 콜로세움보다 훨씬 양호해서 2000년이 지난 현재도 투우 경기가 이곳에서 펼쳐진다고 하니 로마의 건축기술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고흐가 1년 2개월간 거주하며

불꽃같은 열정으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아를,

고흐는 이곳에서 3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특히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밤의 카페'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아를에서 그려졌는데 우리는 아를에 도착한 그날 밤, 그의 작품 속 실제 배경이 된 밤의 카페가 아직도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그 카페를 직접 찾아갔다. 시내 한복판에 노랗고 칠해진 밤의 카페를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 두둔으로 직접 본 밤의 카페... 작품 속 그대로였다. 120년이 훌쩍 넘는 지금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몇 백 년 된 오래된 건물을 꾸준하게 관리해서 현재까지 잘 사용하는 것을 보면 오래된 건물이라면 무조건 철거하고 새로 다시 짓는 우리나라의 행태가 아쉽긴 하다.  


이 카페는 원래 그림처럼 노란색 카페가 아니었다. 고흐가 작품을 그릴 당시 색맹이 있어 카페 배경을 노랗게 칠했다. 시간이 흐른 후 작품 속 밤의 카페가 사람들에게 유명해져서 카페 주인은 고흐의 작품처럼 카페를 노랗게 칠했다고 한다.

 

아를 사진축제, 사진가들에게 기회의 장

어쨌든 고흐가 살았던 도시로 일반인들 뇌리 속에는 유명한 아를이지만 나와 같은 사진가들에게 이곳에서 매년 여름 개최하는 세계적인 사진축제인 아를 사진축제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아를 사진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사진가들이 아를에 몰려온다. 이 작은 도시에 수많은 사진가들이 몰려오다 보니 행사가 열리는 여름이면 숙소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 근처 아비뇽까지 숙소가 꽉 차는데 1년 전에 미리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아를은 사진축제 기간 동안만큼은 매우 북적거린다.


그럼 아를 사진축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문득 궁금해진 나는 구글링에 통해 자료를 찾아봤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아를 사진축제는 점차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사진축제로 성장했다. 매년 7월~9월까지 2달간 아를 시내 곳곳에서 진행되는데 내가 찾아갔을 땐 8월 초였다. 가장 핵심적인 전시회와 워크숍은 오프닝 주간에 많이 집중돼 있어 아쉽게도 보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많은 전시회들이 시내 곳곳에서 관람객들이 와서 봐주길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사진축제 기간 동안에는 도시 곳곳에 사진 포스터들이 걸려있고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면 전시회의 모든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유료 전시회 티켓팅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유료 전시회 말고도 무료 전시회가 있는데 무료 전시라도 전시되는 사진들의 작품성은 매우 훌륭하다. 나는 아를에서 3일간 머물면서 사진축제에 참가한 작품 하나하나 살펴보며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 작품이 포트폴리오 심사에서 인정받아 수많은 작품들과 함께 당당히 전시돼 있을 내 작품들... 생각만 해도 기쁨이 벅차오른다. 비록 상상이지만 그 상상을 현실로 이루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아를 사진축제는 신진작가들에게도 굉장히 열려있는 기회라고 들었다.나이, 성별, 국적, 출신학교 상관없이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아를 사진축제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진에 대한 나의 고민

나는 결혼하자마자 와이프와 함께 200일간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우리 부부가 꿈과 비전을 찾아 어떻게 살아 갈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찾아보자는 뜻에서 '비전트립:함께 걷는 길' 이란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시작했지만 적어도 나는 여행을 출발하기 전부터 내가 가야 할 진로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로에 대해 여행하는 내내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사진가의 길이다. 나의 사진에 대해 고민은 깊어졌다. 내가 현재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두 가지다.



나는 어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것인가? 
내가 사진으로 대중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땐, 찍는 재미가 있었다. 다양한 소재를 멋지게 찍다 보니 어느 순간 주변에서 내 사진을 좋아해 주는 지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남들이 내 사진을 알아주니 나 역시 신바람 나서 더 열심히 찍게 되고, 사진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해보고, 전시회도 가고, 전국 유명한 출사지에 가서 사진을 찍게 되고, 사진 강의도 듣게 되는 등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이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진가들이라면 공통적으로 겪어나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사진이란 놈 공부할수록 점점 너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땐 정말 쉬웠는데 사진을 진지하게 대하면서부터 사진이 어려워졌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더 잘 찍는 사진가들은 수두룩하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다. 

이들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달력에 나올법한 멋진 풍경만 촬영하는 그냥 평범한 사진가로만 남을 것이다. 사실 사진을 취미로만 한다면 이 정도까지만 해도 좋다. 뭣 하러 힘들게 사진을 업으로 하려 하는가? 사진으로만 돈 버는 사람이 과연 국내서 몇이나 될까? 거의 없다. 선배 사진가님들에게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었다. 사진가로 인정받으려면 일반적인 사진가들과 달라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사진은 철학이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됐다. 
왜냐하면 사진가들은 사진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메시지를 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은 철학이다 라는 이 말을 이제야 실감하게 되었다. 사진가들은 주제를 정하고 촬영에 하기 앞서 자신이 찍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고 연구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고 열심히 탐구하고 공부한 끝에 촬영을 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사진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프로와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페이를 받고, 안 받고 차이도 있지만 더 중요한 차이점은 사진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냐 어떤 주제가 가지고 있느냐가 프로와 아마추어 사진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안타깝게도 난 그런 사진의 주제가 없다. 그래서 나만의 주제를 찾기 위해 이렇게 장기간 여행을 하고 있다. 사실 사진에서 찍는다는 행위는 프로나 일반인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 누구나 주어진 최적의 환경에서 똑같은 사물을 찍으라고 하면 프로, 아마추어, 일반인 사진 결과물의 차이는 거의 없다.

결국 사진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내 생각을 어떻게 말하고 싶은 지가 이게 가장 큰 관건인 것이다. 사진학교에서 찍는 스킬과 구도를 가르치기보다 사진을 보는 눈, 그리고 주제를 가지고 사진에 내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을 많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꿈꾸는 사진가

내가 사진으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나도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 내가 추구하는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가들은 스티브 맥커리, 세바스티앙 살가두, 유진 스미스, 로버트 파카 같은 사진가들이다. 이들은 다큐. 보도 사진가들이다. 이분들의 사진을 보면 내 심장이 뛰었고 나도 이런 사진작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으니 애초부터 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가는 게 어쩌면 맞았나 보다.


다큐사진가? 여행 사진가?

그렇다면 다큐 사진을 좋아한다면 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런데 난 다큐 사진 에서조차 애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짜 다큐 사진이 좋은지 아니면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사진이 좋은지 나조차도 헷갈린다. 내 사진들을 보면 여행 사진 치고는 좀 어두운 면이 있다. 콘크라스트가 강한 면이 있는데 이것은 다큐 사진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그런 것 같다. 여행사진으로 하기엔 내 사진은 리얼리티하고 선이 굵은 강한 느낌의 사진들인 것 같다.


그렇다고 다큐 사진으로 보기에도 애매한 게 주제가 없다. 전체적인 느낌은 다큐 사진 이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없다. 이게 내 사진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다큐라는 것이 내 주변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보면 여행사진도 어찌 보면 다큐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거 같다.

어쨌든, 주제를 찾아야 한다. 내가 사진을 찍고자 하는 주제를
그리고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내가 찍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전문성


어떤 작가는 해양사진 전문 가고, 

어떤 작가는 고래 사진만 찍는 작가다. 

어떤 사진가는 동물 사진 전문 작가도 있고, 

어떤 작가는 조류사진 전문 작가도 있다.

또 어떤 작가는 산악사진만 전문으로 하는 작가도 있다. 


이렇게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파서 전문성으로 승부하는 작가들이 꽤 있다. 대표적으로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다. 그는 30년 동안 주구장창 소나무만 찍었더니 소나무 

사진에 대해선 예술의 경지에 이르었다. 그래서 소나무 사진 하면 배병우 작가가 떠오르는 것이다. 


이렇게 한 분야에 집중해서 전문성으로 승부하는 것이 내가 공부해야 할 커다란 과제다.

이들은 다른 사진에 대해 몰라도 자기 주종목 분야 사진에 대해선 최고의 전문가이다. 

어떤 분야건 한 분야에 10년 이상 시간을 투자했다면 그 사람은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사진 주제를 찾아보자.
그리고 사진에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자. 아무 생각 없이 촬영한 사진으로 

어떻게 대중을 설득하고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먼저 나 스스로가 생각하면서 

촬영하는 훈련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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