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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

함께 걷는 길 즉, 인생의 동반자...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 1편

by Doo

함께 걷는 길,

우리 여행의 주제다. 우리의 여행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이 여행 주제를 보고 한 번쯤 궁금해할 것이다.

함께 걷는 길? 같이 길을 걷는다 이런 뜻인가? 문자적 그대로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 뭔가 심오한 뜻이 있는 건 아닐까? 추측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여행 주제가 왜 '함께 걷는 길' 인지에 대해 그리고 우리 여행이 목적이 무엇인지 이 글을 통해 설명하려고 한다.


페북-커버.jpg 우리 여행의 메인 이미지, 페이스북 커버사진과 명함에 이 디자인을 적용했다.


여행의 계기

먼저 우리 부부가 여행을 하게 된 계기를 소개하기 전, 나의 여행 스토리부터 소개하는 게 글맥의 순서상 맞는 거 같다. 왜냐하면 우리 부부의 여행은 순전히 나의 여행 프로젝트 일환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예~~ 전부터 나만의 원대한 여행 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라시아 대륙을 한 바퀴 돌아보는 '유라시아 일주 여행 계획'이다. 싱글 시절부터 여행을 좋아했던 나는 틈날 때마다 혼자서 국내외 가리지 않고 여행을 하였는데 중국 상해 여행, 호주 워킹, 히말라야 트레킹, 킬리만자로냐 트레킹, 인도 배낭여행, 설악산 등정, 지리산 종주, 제주도 하이킹 등등 꽤나 많이 여행을 다녔다. 주변 친구들 중에서 나만큼 여행을 많이 다녀본 친구는 없을 정도로 한번 빠져든 여행의 매력은 헤어 나올 수 없는 '늪' 과도 같았다. 이래서 한번 여행한 사람 치고 두 번안 가는 사람 없다는 소리가 있지 않는가? 여행을 하면 할수록 좀 더 미지의 세계로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솔솔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행 관련 책이나 잡지 등에 소개된 세계 일주하는 여행가들을 보면서 언제 나도 저런 대단한 여행을 해볼 수 있을까? 부럽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봉인된 여행의 욕구를 조금씩 조금씩 자극을 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결국 30살이 될 무렵, 난 가칭 원대한 여행의 꿈을 계획했다. 이름하여 '유라시아 일주 여행'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역시 예상대로 만만치 않았다. 최소 6개월을 잡고 떠나야 하는 장기여행이라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가야 하는 결단도 필요한데 그럴 용기가 사실 쉽게 나질 않았다. 무엇보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난, 사실 모아둔 돈이 얼마 없는 가난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보면 비용 문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

11083665_829260753818541_8053826458705639571_n.jpg 여행을 가려고 회사를 퇴사해야 하는 고민은 늘 어렵다. 정말 어렵다. 11번가에서 마지막 근무날 내명찰을 기념으로 촬영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만 유라시아 일주 여행 묻어두고 지내다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이는 점점 먹어가는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을 소비할 수 없다는 여행에 대한 강한 직찹감이 몰려왔다. 비용이 문제라면 한 번에 가는 것보다 나누어서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작이 중요하니깐, 어느 나라를 가장 먼저 여행할까 고민하다 인도가 문득 떠올랐다. 수많은 사진가들이 찾는 인도, 나를 찾아 떠나는 나라 인도, 나 스스로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 떠나는 나라 인도....



그래 인도로 떠나자!


_DSF4604.JPG 인도 콜카타에서 '노란택시'


2015녀 2월 어느 날, 나는 무작정 인도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4월 2일 날 출발하는 델리행 편도 비행기표이다. 그렇게 비행기표를 예약하니까 마음이 어느 정도 후련해졌다. 그렇지만 인도행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많았다. 당시 나는 현실 속에서 직장 퇴사에 대한 고민, 충분하지 않은 여행자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실연 등 내 마음은 여기저기 멍이 들어 바람 잘날 없었다. 특히 당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직찹때문에 여행을 포기할려고도 하였다. 냉정하게 판단할 때 나의 상태는 힐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였지만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거부하려 하였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결국 모든 상황이 나를 인도행 비행기에 반강제로 태웠다. 당시엔 몰랐지만 이미 그때부터 내 인생에 반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첫 번째 인도 여행 당시 나의 마음 상태를 솔직하게 작성한 글
'인도 배낭여행 나는 왜 인도로 가는 것일까?'
http://blog.naver.com/juydpk/220310913754


4월 2일 아침, 배낭을 싸는 둥 마는 둥 마음이 붕뜬상태에서 친구가 빌려준 45리터짜리 배낭 한 개만 짊어지고 델리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재미있는 건 나의 첫 번째 인도 여행은 시작부터가 다이내믹했다. 중간에 환승공항인 푸동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했음에도 아무 이유 없이 8시간 연착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말 어이없이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덩치 큰 중국 남자에게 둘러싸이며 8시간을 갇혀? 있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는 인도 델리에 도착했다. 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은 인도의 관문이어서 그런지 깨끗하고 시설도 훌륭했다. 나름 도심까지 연결해주는 공항철도까지 있어 그때까지만 해도 인도가 생각보다 잘 사는 나라였나?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뉴델리역에 내려 나온 순간 여기가 진짜 인도라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푹푹 찌는 더위, 질서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혼돈,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수많은 인도 사람들, 도로 곳곳에 다니시는 카우 사마(소님)들, 도로 위에 싸질러놓으신 지뢰 같은 소똥들.. 내 눈앞에 펼쳐진 인도라는 나라의 첫 풍경은 정말 매우 강렬했다. 너무 강렬해서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그렇게 나는 몇 분간 멍 때리면서 딱 네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아...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내가 여길 왜 왔지?

내가 여길 여행할 수 있을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살아서 돌아와야겠지...?



그래 살아서 돌아와야겠다!




아마도 인도를 처음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나의 이런 심정 100% 공감 하리로 믿는다. 나중에 인도 여행하면서

만난 여행자들에게 인도의 첫인상 어떻냐고 물어보면 전부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거다.

11074587_843499262394690_1119686918460265290_n.jpg 아그라 도착당시 밤이였다 기대했던 타지마할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숙소옥상에 올라가 보니 타지마할이 보였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아련한 흰색의 타지마할 내눈앞에 펼쳐졌다.



강렬했던 기억, 인도에서의 첫날

델리에 처음 도착한 2015년 4월 3일 이날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살아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 라는 생존본능 욕구가 발동되면서 나는 현지인들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힘차게 발걸음을 띄었다. 그리고 처음 인도 여행 온 사람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나 인도 여러 번 방문한 여행자야~ 이런 아우라를 풍기면서...

그런데 그런 인도 사람들은 영악했다. 그들은 이미 내 머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첫 방문이 아닌걸 티를 안 내려해도 인도 사람들 눈에는 난 처음 온 사람인 게 티가 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난 그들의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흔히, 뉴델리에 도착하면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빠하르 간즈'다. 이곳은 뉴델리의 여행자 거리인데 인도에 여행 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여행자 숙소가 몰려있는 빠하르 간즈로 가게 된다. 나 역시 한국에서 미리 빠하르 간즈 숙소를 알아보고 그곳으로 갈려고 했다. 공항철도 뉴델리역에서 내려 빠하르 간즈를 갈려면 기차역인 뉴델리역 육교를 건너야 한다. 그게 인도 여행의 첫 번째 미션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육교를 건너는 입구가 보이질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입구가 보이는데 그곳을 지키는 경찰들이 못 들어 가게 한다. 이곳은 나가는 출구이니 올라가는 출구 쪽으로 가라고... 올라가는 출구를 못 찾고 헤매니 이런 나를 금방 알아챈 인도인들의 타깃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리고 인도 오자마자 첫 번째 사기를 당했다. 어떤 인도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빠하르 간즈 가냐고 물어봤다. 내가 그렇다고 했더니, 육교를 건너지 말고 돌아서 가야 한다고 설명해 주더라 상황이 상황인 지라 그런가..? 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은 내가 안내해줄 테니 따라오라고 했다. 난 순진하게 그 사람을 따라갔고, 그 인도 사람은 나를 어떤 오토릭샤(툭툭이) 기사에게 소개해 주더니 이걸 타고 가라고 한 거였다. 난 이때 정말 순진하거나 바보였나 보다. 그걸 그대로 믿고 안심하고 안내해준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오토릭샤에 올라탔다. 릭샤왈라(기사)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유 자빤? 짜이니? (너 일본이야? 중국이야?) 난 단호히 노!라고 대답하고 코리아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릭샤왈라가 오~ 꼬레아(인도 힝글리쉬 발음 그대로 씀) 꼬레아 베리 굿~ 하면서 연신 한국 최고라고 한다. 뭐 이건 그냥 예의상 입에 발린 칭찬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러면서 인도 처음 왔냐 물어보고, 어디로 갈 거냐 물어보고 숙소 정했냐 물어보고 이것저것 물어봤다. 자기가 잘 아는 숙소 있는데 소개하여 주겠다고 한다. 난 그럴 필요 없다 예약한 숙소가 있다. 어서 빨리 빠하르 간즈로 가자고 재촉했고 릭샤왈라는 오케 오케 하면서 금방 데려가 준다고 했다. 하지만 웬걸 릭샤왈라는 델리 시내를 한 바퀴 돌더니 나를 어디 이상한 관광사무소에다 나를 데려다 놓았다.


여기가 어디지? 빠하르 간즈가 여긴가? 긴가민가 하면서 내렸고 택시비용을 지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택시비도 바가지요금 낸 거 같다. -_-+ 델리에 처음 그것도 혼자 온 나로선 어쩔 수 없는 노릇... 릭샤왈라의 안내로 관광사무소에 들어갔더니 웬 사장님같이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서 나를 맞이해 줬다. 그러면서 자기가 좋은 숙소 소개해 줄 테니 여권번호 알려달라고 한다. 그제야 난 퍼뜩 생각이 났다.


아! 이런, 사기당하겠구나!



어떻게든 얼른 여길 빠져나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권번호를 안 주고 머뭇거리자 그 아저씨가 얼른 여권번호 알려달라고 재촉한다. 난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대충 둘러대고 황급히 그 자릴 떴다. 혹시라도 그쪽 일행들이 나를 미행할까 두려워 빠른 걸음으로 무작정 걸었다. 다행히 그쪽에선 나를 쫓진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정차 없이 걸었다. 처음 와보는 델리... 길도 모르고, 난 혼자고... 인도에 온 첫날부터 제대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내가 가야 하는 빠하르 간즈는 대체 어디지? 하면서 무작정 걷다 보니 시내 어느 곳에 스타벅스가 보였다. 잘됐다 싶어 일단 한숨 돌릴 겸 스타벅스 안에 들어가 커피 한잔 주문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에 연결했다. 일단 현재 내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파악하는 게 첫 번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있는 곳은 뉴델리 코넛플레이스라는 델리에서 가장 번화한 중심가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 가야 하는 빠하르 간즈, 정확히 메인 바자르에 위치한 인도 방랑기 식당은 어디에 있는지 구글맵을 실행해서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코넛 플레이스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걸어서 30분 거리 구글맵을 켜고 빠하르 간즈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때 알게 사실은 해외에서 구글맵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체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구글맵 덕분에 간신히 빠하르 간즈를 찾았고 그곳에 있는 인도 방랑기 식당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다. 인도에서 첫 번째 미션 클리어!


인도 방랑기 :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 숙박업도 같이 운영한다. 인도를 처음 찾는 여행자들이나 몇번와본 여행자들이나 인도 여행을 시작하는데 인방(인도 방랑기 줄임말)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더욱이 처음 온 여행자라면 인방에 더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을 정도


인방에 도착하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온몸은 땀으로 샤워를 했다. 사기당할 뻔하고 더운 날씨에 몇 시간을 델리 시내에서 헤맸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간신히 도착한 인방에 휴식을 취하면서 점심을 사 먹고 빈방 있냐고 물어봤다. 인방 사장님은 안타깝게도 방이 없다고 했고 대신 근처에 숙소 하나 잡아줄 테니 그쪽에서 숙박하라고 권유했다. 첫날부터 제대로 신고식을 톡톡히 당한 난 다른 숙소 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저 어서 빨리 쉬고 싶은 생각뿐, 인방 사장님 제안을 받아들여 근처 호텔로 숙소를 정했다. 숙소를 잡으니 그동안 정신줄 잡느라 고생했는데 순식간에 긴장이 풀려 피곤함이 몰려왔다. 밤샘 야간비행, 오전 내내 델리 시내에서 헤맴, 피로가 미친 듯이 달려오는데 그 어떤 장사가 이겨낼 수 있을까? 그렇게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해서 글을 쓰니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정도로 인도에서 첫날은

선명한 색채같이 발광하는 결코 잊히질 않을 추억이 돼버렸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인도 여행, 50일간의 다이내믹했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1138604_838635382881078_2107613885992971417_n.jpg 자이살메르에서...인도에서 만난 형,누나,동생들 이 사람들과 인도 여행을 같이 다녔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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