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후, 지난 1년

여행에서 돌아온 지 지난 1년간 그리고 우리의 길

by Doo

꼭 1년 전인 오늘, 우리 부부는 20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날이다.

200일 동안 유럽, 인도, 네팔, 동남아등을 여행하며 우리 부부에게 많은 추억을 남겼고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사건이자 도전이었다. 시즌1 여행(200일 여행을 통칭하는 단어)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6개월간 '서울 워킹홀리데이' (시즌2 여행을 준비하는 기간) 가지며 잠시 숨고르기를 한 우리 부부는 그해 6월 20일 다시 시즌2 여행인 아이슬란드 히치하이킹 여행을 37일간 떠났다. 아이슬란드 여행은 나의 버킷리스트였던 여행지였기에 떠났고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정말 고생하면서 여행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여행은 아이슬란드에 대한 나의 환상을 확실하게 깨 주었다. 길어야 10일 다녀오는 아이슬란드를 우린 37일간 히치하이킹으로만 여행했으니 아무리 아이슬란드 풍경이 환성적이고 외계행성을 방불케 한다고 하지만 차도 없이 무작정 걷고 남의 차 얻어 타고, 캠핑장에서 텐트 치며 생활한 37일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방자한 고생이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니 아이슬란드에 대한 환상이 싹 사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아이슬란드가 별로였다는 소리는 아니다. 우리가 하드코어 방식으로 여행을 해서 그렇지 차를 렌트하고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 정말 환상적인 경험을 선물하는 여행지임에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젊을 때 체력과 열정을 바탕으로 하는 히치하이킹 여행은 젊을때 도전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라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아직 우리 부부는 젊기에 가능했고, 그리고 도전했고, 마침내 해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은 하고 싶지는 않다... ㅎㅎㅎㅎ 마치 남자들이 군생활을 평생 두고두고 추억하지만, 두 번은 가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랄까? 다음번에 다시 아이슬란드를 여행한다면 캠퍼밴(캠핑카보다 작지만 간단한 잠자리가 마련돼있는 자동차)끌고 여행하고 싶다. 아이슬란드는 도시를 벗어나면 대중교통도, 편의시설도 아무것도 없다.여기는 캠퍼밴(자동차)을 끌고 여행하기에 환상적인 장소다.

여행 그 이후, 우리가 얻은 것

아이슬란드 여행까지 모든 여행 일정을 마친 우리는 얻은 것은 무엇일까? 시즌1(200일)+시즌2(37일)+서울 워킹홀리데이(6개월) 까지 우리 부부는 지난 1년 2개월간 오로지 여행에 집중했다. 시간과 돈, 모든 것을 여행에 올인했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수도, 팔자 좋다고 볼 수도 있고, 부러워할 수도, 한심하다고 볼 수도 있다.


맞다. 우리는 팔자가 좋고, 남들의 부러움 많이 받았고, 한편으론 분명 우리 부부를 보고 속으로 미쳤다, 한심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탓하거나 비난하고 싶은 마음 1도 없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각자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와 정 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우리를 보면 한심하게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내 생각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타인을 볼 때가 많다. 솔직하게 그렇다.


하지만 이건 하나 확실한 건 타인의 시선과 판단을 신경 쓰며 살지 않는다.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타인의 시선을 일일이 신경 쓰기엔 내가 가야할 길이 멀고 바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정금보다 귀한 시간을 그렇게 놓치고 싶지 않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분명 있다. 솔직한 고백이다. 지난 1년 2개월간 여행에 집중하느라 경제적으로 쪼들리며 살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내가 하고싶은 것을 얻으려면 나는 그댓가로 한동안 경제적 어려움이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세상일 이라는게 그런게 아닐까? 둘다 없을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여행에 투자했고, 여행을 하는 기간에는 소득보다 지출이 훨씬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여행에 쓴 돈을 '투자'라고 했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지출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멀리 내다볼 때는 난 분명 내 인생의 역대급 투자를 했다고 확신한다.

나의 길(MY WAY)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게 됐으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의 가치관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게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을 통해 성장했고, 앞으로도 여행을 통해 성장해 나갈 것이며, 여행은 내 삶이고, 이젠 여행이 나의 업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준비할지 여행과 사진에 집중하는 것이 지금 내가 여행 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내가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여행을 통해 나의 길을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의 길에 대한 확신은 한두 번 여행으로 깨달은 것이 아니다. 서른을 앞둔 6년 전, 2012년 히말라야 트레킹부터 시작해 2015년 인도 여행을 거쳐 결혼하고 시작한 2016-2017년 우리 부부의 배낭여행까지 2년이란 시간 동안 여행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나의 길이다. 감사하게도 여행이 후 조금씩 길이 열리고 있다. 여행 스토리를 담은 작품을 사진 공모전에 출품해 우수상에 선정됐으며, 올해 3월 5일, 그동안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사진전을 충무로에 있는 어느 갤러리 카페서 후원을 받으며 하기로 결정됐다. 그리고 여행잡지 트레비에 1년간 리뷰어로 선정되어 여행사진작가로 한 발자국 나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모든 결과가 바로 여행을 통해 비로소 얻은 비록 작지만 나에게 의미있는 커다란 도약이라 생각한다.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 나는 그동안의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된 나의 길을 집중해서 가려고 한다. 모든 두려움 걱정 떨쳐내고 용기를 내어 내가 확신한 나만의 길을 묵묵히 가려고 한다.


올해는 내가 여행사진작가로서 전환하는 원년이 되는 해가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이다.


우리 와이프,

여담으로 이 여행의 나의 가장 소중한 파트너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우리 와이프는 여행을 통해 비로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았다. 그동안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던 우리 와이프는 여행을 하고 조금씩 자신의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고 있다. 한 달 전 나와 같이 집 근처 불광천을 걸으며 나한테 했던 얘기다.


앞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해보고 싶다고 한다. 평소 패션,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몰랐던 우리 와이프가 여행이 끝난 지금 비로소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발전이었다. 올해부터 와이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시작하기 위해 정규과정에 들어갔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내 꿈을 응원해주고 겪려 해 주었던 우리 와이프, 이제는 내가 그녀의 꿈을 응원하고 도움이 되고자 한다. 무엇보다 든든한 나무가 되어 그녀의 곁에 있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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