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동안 런던 여행기! 1편
첫날은 공항에서 밤을 꼴딱 지새웠다. 어둠은 사라지고 해가 뜨기 시작한다. 여름의 영국은 낮이 정말 길다. 새벽 4시 반이면 해가 떠올라 밤 10시가 넘어야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름보다 훨씬 긴 낮시간에 우리 부부는 초반에 살짝 적응이 안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것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대륙 전체가 여름이면 낮시간이 길고 반대로 겨울이 되면 낮시간이 매우 짧다 오후 4시만 돼도 어두워진다고 하니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의 길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아침이 됐다. 우린 공항을 빠져나와 런던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 철도를 탔다. 처음 타보는 런던의 지하철은 생각보다 폭이 좁았다. 영국 런던은 세계 최초로 지하철을 운영해온 나라다. 1863년에 개통했으니, 그 역사만 150년이 훌쩍 넘는다. 서울, 도쿄, 파리, 뉴욕 같이 지하철 노선이 정말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엄청 오래된 지하철망 치고는 관리는 철저하게 하는지 뉴욕 지하철처럼 더럽진 않았다. 나중에 런던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데 런던은 대중교통계획이 잘 구축된 도시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체계가 서울과 비슷해서 내 생각엔 서울시가 런던을 롤모델로 대중교통계획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런던을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여행하는 최고 방법은 '오이스터 카드'(런던 교통카드) 구입 후 충천해서 쓰는 것이다. 기본 대중교통요금이 비싼 런던에서 매번 버스와 지하철 탈 때마다 요금을 지불하면 그 교통비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오이스터 카드를 구입하고 하루 혹은, 일주일 단위로 충천해서 쓰면 훨씬 저렴하게 런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여행 가기 몇 달 전 아는 동생으로부터 받아서 런던에서 유용하게 사용했고, 슈빙은 지하철역에서 구입해서 쓰고 다녔다.
지하철을 타고 우리가 내린 곳은 '스톡웰'이란 동네였다. 이른 아침시간 이곳의 풍경은 서울의 평일 아침 출근 풍경과 비슷했다.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 교복 입고 학교 가는 학생들 등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제 한국에서 미리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첫 번째 숙소인 ZOLY네 집을 구글맵을 켜고 찾아야 한다. 처음 와보는 동네라 지도를 보고도 찾는데 한참 걸렸다. 호스트인 ZOLY에게 지금 입실해도 되는지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ZOLY에게 온 답변은 오늘 퇴실할 손님이 아직 퇴실을 안 해 아직은 입실은 힘들다. 11시에 퇴실할 예정이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뭐... 별수 있나 원래 체크인 시간이 1시인걸 생각하면 기다려야지...
하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길거리에서 무작정 기다리긴 힘들었다. 그때 마침 근처에 공원 있다는 간판이 하나 보였다. 슈빙이랑 곧장 그 공원을 향해 이동했다. 잠시 후, 우리 눈앞에 초록빛 잔디 그리고 푸른 하늘이 아름답게 펼쳐진 공원에 도착했다. 6월의 런던은 날씨가 매우 맑고 깨끗했다. 마치 우리가 런던에 온 것을 환영한 듯 너무나 기분 좋은 날씨였다. 오전 시간대라 공원은 참 평화로웠다. 가끔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들만 지나갈 뿐... 우리는 공원 양지바른 잔디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누웠다. 우리 눈에 비친 파아란 하늘, 그사이로 비행기 한대가 지나가고 런던의 첫인상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전날의 비행으로 인해 여행 여독이 몰려온다. 우리는 잔디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을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ZOLY 네 집으로 갔다. 도착해서 ZOLY를 만나 인사를 하고 체크인을 했다. ZOLY의 안내로 숙소 곳곳을 구경한 후, 우리가 3일간 숙박할 방에 들어갔다. 방에 도착하니 마음이 놓였다. 오늘은 아무래도 좀 쉬다가 저녁에나 런던 마실 나가봐야겠다. 그렇게 침대에 누우니 씻을 생각도 못하고 기절했네 ㅎㅎ
한참을 자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다. 나와 슈빙은 부스스한 차림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7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밖은 환하다. 우선 우리는 숙소 가 있는 스톡웰 지역을 이곳저곳 탐방했다. 주변에 식당이랑 마트, 지하철역 및 버스 타는 곳 등을 알아보았고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을 했다. 동네 식당에 갔는데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소문대로 역시 런던의 물가는 장난 아니다. ㅠㅠ 우리 둘이 한 끼를 먹으려면 최소 12파운드(당시 환율 1700원) 우리 돈으로 2만 원을 줘야 먹을 수 있다. 결국 식당에서 먹는 건 포기하고 마트로 갔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은 작은 시골마을까지 대형마트가 꼭 있다. 물가가 비싼 런던이지만 마트만큼은 저렴했다. 결국 마트에서 장을 봤다. 숙소에서 간단한 요리는 가능했기 때문이고, 그게 더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요리를 해 먹었다. 런던에서의 우리 부부의 만찬은 비록 소박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함께 요리를 해 먹을 수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런던에 온 지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런던을 구경할 예정이다. 그전에 새로운 숙소를 찾아야 한다. ZOLY네 집은 우리가 임시로 지낼 숙소라 앞으로 일주일 정도 머물 숙소를 잡아야 했다. 사실 ZOLY네 집이 생각보다 좋아 계속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위치가 런던 시내서 걸어서 구경하기엔 다소 거리가 있어 결국 새로운 숙소를 찾기로 결정했다. 일단 어떤 숙소로 가야 하나 슈빙과 의견을 나눴다. 우리는 대략 5가지 조건에 부합된 숙소를 찾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위치가 좋아야 한다.(주요 관광지 걸어서 이동 가능한 곳)
두 번째, 교통편이 좋아야 한다.
세 번째, 하루 숙박비 50파운드 이하
네 번째, 조식이 가능한 곳
다섯 번째, 숙소 청결 상태가 깨끗해야 함
위의 5가지 조건이 세워지자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열심히 숙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에어 비엔비,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게스트하우스 등등 각자 찾은 숙소 후보가 나왔다. 그중에서 괜찮은 숙소 하나를 발견했다. '런더너'라는 한인믹반집 이였다. 우리의 조건에 맞는 숙소였다. 문제는 가격(80파운드)이었는데 그곳은 조식뿐만 아니라 석식도 제공해주었다. 찬찬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우리 두 명의 두 끼의 식사비용 약 40파운드, 방값으로 우리가 책정한 금액 하루 50파운드, 30파운드를 조식+석식 값이라 생각하고 준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하루에 10파운드를 더 세이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결국 우리는 런더너로 결정하고 런더너 사장님에게 카톡으로 예약을 신청했다. 그리고 런던 시내 구경하고 오면서 돌아오는 길에 들려 예치금 80파운드(나머지 숙박비용은 퇴실할 때 지불) 걸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두 번째 숙소를 확정 지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흐뭇하게 바라보며 서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 거참 우리도 숙소 구하는데 참 깐깐하긴 하네 ㅎㅎ
슈빙 : 그래도 우리가 일주일을 지낼 숙소인데 당연히 깐깐하게 봐야지? 안 그래?^^
나 : 당연하지~ ㅋㅋㅋ
다음날 아침, 우리는 졸리네 집에서 퇴실했다. 다행히 졸리네 집에서 런더너 민박집까진 걸어서 20분밖에 안 걸린다. 런더너에 도착해서 잠깐 배낭을 맞기고 입실시간 때 입실한다고 사장님에게 얘기한 후 런던 시내를 투어 하러 나섰다. 런더너가 위치한 복스홀(Vauxhall) 역은 런던 남서부 쪽 교통 요충지이다. 지하철, 버스는 24시간 수시로 다니고 있고 주요 관광지(빅벤, 런던아이, 템즈강, 트라팔가 광장 등)와 걸어서 30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우며 숙소 근처에 공원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았다.
사진출처 (런더너 홈페이지 http://www.londoner.kr)
런더너는 영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1층에는 자신들이 사는 방이고, 2층에 2인실, 가족실, 도미토리(남. 녀) 룸이 있다. 부엌은 공용이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각층에 배치되어 있어 큰 불편함은 없었다. 사장님 부부한테 2명의 자녀들이 있는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고, 여자아이가 누나 인듯하다. 둘 다 영국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한국말보다 영어로 주로 대화하고, 한국말을 알아듣긴 하지만, 말은 잘못하는 것 같다.
런더너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 난 그중에서 가장 큰 장점을 뽑으라면 사모님이 아침에 해주시는 음식이라 생각한다. 정말 너무 맛있다. 영국이란 타지에서 이렇게 맛깔스러운 한국음식은 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한식당에서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은 시중에서 최소 8~10파운드 이상 받는다. 그런 걸 감안하면 자신의 집에 숙박하는 손님들을 위해 매일 아침 이렇게 정성껏 차려주시는 사모님이 대단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아침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는 후문... 후후후후 그것도 모자라 여기서 제공하는 석식(컵라면+김치+밥) 제공시간이 8시까지 인데 런던 시내를 열심히 구경하다가도 8시 전에 꼭 들어가서 저녁까지 챙겨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란 말이 있지 않는가?
잘 먹어야 여행도 잘할 수 있다.
이것은 진리다.
런더너 한인 민박집(런던 복스홀 파크)
졸리네 집(에어 비엔비, 영국인이 운영하는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