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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 Feb 25. 2017

03. 런던 에피소드

우리가 겪은 런던 에피소드

어쩌면 파리보다

더 매력 있는 도시, 런던

유럽 최대의 관문도시, 세계 3대 금융도시, 영국의 수도, 이 모든 수식어는 ‘런던’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영제국 시절, 한때는 세계의 중심도시로서 그 영향력이 막강했던 런던... 과거 옛 영광은 지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의 위상은 오늘날에도 강력하다. 최강대국 미국의 모태국이요 지금은 독립국가들이지만, 한때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영국의 식민지 국가들이 영국을 중심으로 연합국 모임인 '영연방(영국 연방)'을 구성하고 있으며 영연방 국가들 중 호주, 캐나나, 뉴질랜드는 지금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자신들의 국가원수로 모시고 있고 그들의 언어인 영어는 세계 공영어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런던의 영향력은 21세기인 지금도 유효하다.

버로우 마켓에서 일하는 영국인들

런던이 주는 매력은 다채롭다.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 해리포터 등 수많은 영화들의 배경이 되었으며 런던의 명물인 빨간 2층 버스, 템즈강과 빅벤, 버킹엄 궁전, 트라팔가 광장, 타워브리지, 런던탑, 대영박물관, 케싱턴 가든, 버로우 마켓 등등 수많은 명소들은 런던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줘 런던 여행에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매력에 푹 빠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런던을 찾고 있고 수치상 2016년 한 해 동안 런던을 방문한 관광객 수가 무려 1988만 명이다. 이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런던을 방문한 결과다.


어쩌면 프랑스 파리보다
 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도시는
런던인 것 같다.

빅벤 과 빨간2층버스
템즈강 다리 한편에서


브렉시트, 뜻밖의 행운

우리 부부가 영국을 방문했을 무렵인 2016년 6월 영국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로점에 놓인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그것은 바로 ‘브렉시트’ 브렉시트란 영국의 유럽연합( EU) 탈퇴를 말하는 것인데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더 나아가서 전 세계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던 날 저녁, 빅벤을 배경으로 뉴스를 진행하는 기자의 모습

EU의 두 번째 경제대국이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는 당사자국인 영국과 유럽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경제에 미칠 파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 국가적인 문제로 인해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뜨겁게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영국 언론에서는 시시각각 브렉시트 관련된 기사가 봇물 터지듯이 넘처났고, TV 토론에선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패널 과 반대하는 패널이 출연해 열띤 토론을 하는 등, 당시 영국은 그야말로 브렉시트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비오는 날 런던 길거리 반영

국민투표가 실시됐던 6월 23일  이날의 런던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한다. 브렉시트의 운명을 하늘은 미리 암시하는지 이날 런던은 날씨가 흐렸다. 우리는 숙소에서 나와 런던 시내를 구경하는데 평소와 다르게 런던 사람들은 차분했고, 시내 곳곳에는 투표를 독려하는 간판과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은 브렉시트는 안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 오가는 길에 국민투표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맙소사… 예상과는 다르게 브렉시트가 결정된 것이다.


영국인들은 국민투표로 설마 브렉시트 되겠어하다가, 진짜 브렉시트가 결정되고 말았다. 다음날 영국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브렉시트 결정되고 다음날 영국인들은 표정은 마치 내가 뭔 짓을 한 거지? 이런 멘붕상태의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게 되었으니깐 말이다.

비오는 날 도로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

이 사건은 영국뿐만 아니라 영국이 유럽연합에 잔류하기를 원했던 유럽 국가들이나 전 세계까지 커다란 충격에 빠뜨렸다. 브렉시트의 영향은 다음날 금융에서 바로 나타났다. 하루 만에 파운드화가 100원 이상 폭락했다. (1700원에서 1500원대) 동시에 1300원대를 유지하던 유로화는 1200원대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파운드와 유로가 동반 폭락하는 사이, 미달러와 일본 엔화는 급등했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일본 아베 총리가 엔화를 떨어뜨리기 위해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정책을 4년 동안 시행해서 기껏 엔저 현상을 만들었는데 엔화를  하룻밤 사이에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다는 웃픈 이야기가 흘러나왔을까?


경제적으로 이 사건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건 분명하였지만, 개인적으로 환율 폭락은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나 유학생에게는 호재로 다가왔다. 파운드와 유로의 폭락 덕분에 유럽여행을 어느 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율운이 좋았다. 인도 여행할 때도 루피가 전년과 비교해서 무려 8원이 나떨어져 여행비용을 더욱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1루피  24원, 2016년 9월  1루피 16원)

버로우 마켓, 굴다리 밑에서 휴식을 취하는 런던시민들

아무튼, 세상사 모든 일들은 상황에 따라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나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것 같다.  브렉시트 영향으로 인한 환율 하락은 우리의 여행비용을 줄여주었고,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지만 그 운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가끔 주시는 일종의 신의 보상이 아닐까?


브렉시트, 우리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의 선물’이었다



일정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장기여행 중에는 항공권을 너무 일찍 예약하지 말자

우리 부부가 여행한 루트를 보면 유럽에서 시작해 인도. 네팔을 거쳐 동남아를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루트다. 그런데 사실 원래 우리 계획은 유럽여행 끝나면 인도에 가기 전에 아프리카 여행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아프리카 여행은 취소되고 인도로 변경했는지 그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어디로 여행을 가야 하나...?

런던에 있을 당시 우리는 유럽여행이 끝나면 그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했다. 유럽여행을 시작하지만 다음 여행지를 일찍 정해 미리 항공권을 예약하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 아프리카, 북미 등등 이 지역들을 놓고 슈빙이랑 의견을 나누던 끝에 결국, 아프리카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프리카! TV에서만 보던, 평소에는 여행하기 힘든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우리를 상상하며 스카이 스캐너를 통해 최저가로 검색된 케냐 나이로비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9월 8일 파리에서 출발하는 로열 모로코항공편 2인 편도, 77만 원짜리 티켓이었다.

런던의 길거리

하지만 나중에 와서 이렇게 한 것을 후회했는데 첫 번째는 변수가 많은 장기여행 중 너무 일찍 다음 여행지를 정한 것, 두 번째는 물가 비싼 파리에서의 체류기간이 너무 긴 게 문제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손해를 보고 케냐행 비행기를 취소했다. 그로 인해 손해비용이 50만 원 이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만 원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케냐행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인도행 비행기 표를 예약하게 된 것은 이미 손해를 본 이상, 손해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고 여러 상황을 설정해 꼼꼼히 따져본 결과 케냐행 비행기를 취소하고 날짜를 앞당겨 바로 인도로 가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손해를 가장 적게 보는 방법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금전적 손해를 본 경험이 세 번 있었는데 차근차근 소개해하려고 한다.)


사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못 가게 된 이유는 여행자금 문제였다. 여행비용 60%를 유럽에서 소비했는데 아끼고 아낀 유럽여행이었지만 물가가 비싼 유럽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여행이 끝날 때쯤 앞으로 여행할 나라들은 많은데 아프리카까지 여행하자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행자금은 부족했다. (아프리카 여행비용은 생각보다 비쌉니다!)

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날의 타워브릿지

그래서 유럽여행 끝나면 파리에 한 달간 머물면서 여행비용 충당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현지에서 돈을 번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이 부족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하고 아쉽지만 아프리카를 포기하고 바로 인도와 동남아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그런데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여행 후반부 들어서 여행비용 줄일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었지만 이때만 해도 그런 방법을 몰랐었다.


이래서 경험이 참 중요하다.


판 크라스트 역에서 노숙하기

우리 부부는 런던에서 총 9일을 머물렀다. 시간이 지나 이제 런던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6월 27일 밤 우리는 판 크라스트 역으로 이동했다. 판 크라스트 역은 킹스크로스 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데 유럽 대륙과 연결시켜주는 유로스타의 출발점이 되는 역이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로스타를 타보게 된다는 사실에 내심 기대가 됐다. 한국에서 미리 유로스타표를 예약해 놓은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안 그랬으면, 비싼 가격으로 티켓을 구입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가 예약한 열차표는 28일 아침 7시 10분 파리로 출발하는 열차였다. 이른 아침 열차시간이라 비싼 숙소에 서 숙박하는 것보다 돈을 아끼기 위해 과감히 기차역 노숙을 감행했다. 근데 막상 역에 도착해서 보니 그리 노숙을 할만한 장소는 안보였다. 역 맞은편에 맥도널드가 있었는데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곳에 가서 밤을 지새 볼까 가봤지만 웬걸,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역으로 돌아온 우리는 그날 밤 역 안에서 서로를 기대며 밤을 지새웠는데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새벽의 런던의 공기는 차가워서 몸을 벌벌 떨었다. '아놔 그깟 돈 몇 푼 아끼려고 이 고생해야 하나?' 그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와이프님은 이렇게 라도 아까야 한다고 말씀하시니 난 그저 와이프님의 말씀에 묵묵히 따를 뿐이다. ㅠㅠ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어느덧 아침해가 떠오르고 우리는 서둘러 유로스타에 탑승하기 위해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그곳에서 영국 출국심사를 마치고 동시에 프랑스 입국심사를 했다. 프랑스 심사관이 우리에게 한국사람이냐고 묻는다. 우리는 한국사람 맞다고 하니깐 빙그레 웃으면서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거참, 낯선 이국땅에서
우리말로 인사를 해주니 반갑네 ㅎ

어쨌든 역에서 입국심사를 마친 우리는 대합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탑승할 시간을 기다렸다. 이제 곧 있으면 영국을 떠난다. 9일간의 런던 여행, 충분히 구경한 것 같은데도 무엇인가 마음속 한켠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것은 런던 이외 다른 지역을 안 가봐서 그런가...? 뭐,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둬야 나중에 다시 영국을 찾겠지? 아쉬움 마음을 스스로 달래 본다. 이제 우리의 다음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다. 파리에서부터는 한국에서 미리 계약한 자동차를 인수받아 본격적인 유럽여행이 사작된다. 본격적인 유럽여행 시작, 런던에서 여행 워밍업은 잘 마쳤다.

이제 우리는 유럽 대륙을 달릴
준비만 돼있으면 돼~


유로스타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우리 슈빙
킹스크로스역은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하다. 벽면에 해리포터가 벽을 뚫고 나가는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우리는 그것을 찾아 기념삼아 한껏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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