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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 Jul 21. 2019

전시회를 통해 얻는 교훈

그루전시회를 하면서 소심했던 나의 생각을 일순간 바꾼 에피소드


헤이리 포터페어  '바람이 분다' 그룹 전시회를 무사히 마쳤다. 16명의 작가님들과 함께 참여한 이번 전시회. 

사실 나는 이번 그룹전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장소도 꼼꼼 하게 확인하지 못해서 전시할 장소가 이렇게 넓은 공간인 줄 모르고 평소처럼 작품을 11x14(a3) 사이즈로 출력했다. 그러나 막상 전시장에 걸린 내 작품은 여백이 많이 남아 왠지 허전해 보였다. 그에 비해 큼직하게 출력한 다른 작가님들 작품을 보니 내 작품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였다. 이것은 내 명백히 나의 실수였다. 

나는 예정돼있던 캐나다 여행이 전시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작품 설치는 내가 아닌 주최 측에 대신 맡겼다. 일주일의 캐나다 여행을 끝내고 전시장에 걸린 작품을 확인해보니 뿌듯함 보다 아쉬움이 밀려왔다. 작품을 다시 크게 출력해서 재설치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재설치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해 고민 끝에 이번 전시는 이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쉬움이 가득했던 내 작품을 다시 유심히 봤다. '삶의 계단'이라는 주제로 5개의 사진을 시퀀스 기법으로 연결한 나의 작품을 유심히 보니 오히려 지금 사이즈로 출력한 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작품이 결코 작은 사이즈는 아니다. 11x14 사이즈면 보통 갤러리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보통 규격의 사이즈다. 단지 여기 전시장이 기둥 없고, 천장이 높아 시각적으로 더욱 넓게 보여 아무래도 큼직한 대형 출력물 위주로 전시하기에 좋은 장소였던 것이다. 탁 트인 장소 특성상 내 작품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이즈가 내 작품의 주제와 의도를 표현하기 가장 좋은 사이즈로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통해 얻은 4가지 교휸




1. 전시장소의 넓이 크기 등 정보를 꼼꼼히 확인할 것.

2. 작품은 가능하면 내 작품을 가장 잘 아는 업체에 맡기거나 직접 테스트 프린트를 해볼 것.

가장 좋은 것은 사진 출력 전문 프린터를 구입해 직접 출력하면서 작품의 컬러, 상태, 느낌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pc에서 내가 원하는 색감에 원하는 느낌이라 생각하고 후보정 작업을 했는데 막상 출력하고 보니 내가 의도한 컬러 값이나 느낌이 아닌 사진이 출력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번 자유롭게 테스트 인쇄를 할 수 있게 사진 출력 전문 프린터를 구입하는 것이다. 


3. 사진은 보통 크게 출력하는 게 좋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사진은 무조건 크게 출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말은 틀린 건 아니다. 가능하면 크게 출력해서 보는 게 훨씬 좋다. 그러나 무조건 크게 뽑는 사진이 다 좋은 작품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배웠다. 결국 크기를 떠나서 사진 자체가 좋은 작품은 출력 크기가 상관없이 작품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있다. 이 작품이 어느 크기로 출력할 때 가장 빛이 나는 작품인지, 작품의 주제와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사이즈를 찾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아,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순 없지. 크게 출력 할수록 비용도 많이 든다는 사실. 


4. 작가는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교훈이다. 작가는 어떤 경우라도 나의 작품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나의 작품에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면 누가 나의 작품을 봐주고 인정해준단 말인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작가가 자부심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평가절하는 꼴이 되고 만다. 나의 생각, 나의 느낌, 나의 의도, 나의 마음을 사진 한 장에 함축한 것이 바로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을 비유하면 어머니가 자식을 10달 동안 뱃속에 품어서 낳았듯이, 작품도 전시장에 출품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시간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자랑스러운 내 작품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지나치게 겸손을 빙자해서 이번 전시회 때 걸린 내 작품을 평가 절했다. 그런데 내 작품을 보신 어느 여성작가분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크기가 작가님의 주제와 생각을 더욱 잘 드러내는데 가장 좋은 크기라 생각해요. 전 오히려 더욱 좋습니다. 더욱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요.  그분의 한마디를 듣고 소심하게 스스로 자신을 깍아내렸던 나는 한동안 뒷통수 얻어맞은듯한 짜릿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 맞어, 내 작품인데 내가 자부심 가져야지!?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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