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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 Dec 27. 2016

혼자서 여행하게 된 계기

사실은  별것 아닌 이유 

혼자서 여행하게 된 계기라니, 거창해 보일수도 있지만 사실 별 것 없다. 내가 쓴 책 <나 혼자 떠나는 여행> 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것은 몇 번의 혼자 여행을 해본 후 100일간 유럽을 갈 때의 마음이었다. 결국 그 이전의 ‘처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간다.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던 내가 정말 ‘나홀로 여행자’가 된 그 사건말이다. 


언젠가 친구와 함께 갔던 대만에서 문제가 생겼다. 떠나기 하루 전 날 밤 사건이 터졌다. 그 이유는 차마 밝힐 수 없지만 다음날 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봤자 거의 하루 남짓한 시간이었다. 우린 각자의 여행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따로 여행하기로 했다. 예상치도 못했고 좋은 일도 아니라서 기분은 좋진 않았다. 하지만 몇일 없는 내 소중한 여행을 마무리를 이대로 흐지부지 끝낼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비행편을 타고 한국에 돌아가야 했기에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정해 다시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특별한 생각이나 기대도 없던 채로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듯 천천히 그 세계에 입문한 셈이었다. 


고로, 혼자 여행하게 된 계기는 거창한 목적이나 의도가 아니었다. 혼자일 수밖에 없어서다. 그 날 제일 먼저 한 일은 지도 한 장을 손에 들고 MRT를 탔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촬영지인 단수이에 가려던 참에 우연히 내 옆자리 사람과 몇마디 주고 받았다. 그는 나에게 한국인이냐며 먼저 말을 걸었다. 사업차 가족들과 동대문을 자주 다녀간다고 했다. 드문드문 알고 있는 한국어를 뽐내며 한국을 잘 알고있어서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목적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온라인게임 길드 행사에 간다고 했다.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목적지는 정해진 곳이 아니다.



“같이 갈래?” 



라고 물어보는 그의 말에 살짝 고민한 후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곧장 내려할 역에 도착했다. 함께 역에 내린 친구와 또 그의 친구들을 만나서 편의점에 갔다. 어디든 노는데 술이 빠지진 않는지 편의점 냉장고를 탈탈 털어 하이네켄을 샀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빵빵 울리게 튼 차의 음악소리는 한국에서 온 낯선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반겨주는 친근함이었다. 사실 역에 도착한 후 걸어가면 될줄 알았는데 친구 차를 타고 더 가야한다고 했을땐 당황했다. 낯선 나라에서 조금 전 처음 만난 사람을 따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길을 차를 타고 가야한다? 일반적으론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한 쪽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 날의 내 느낌은 맞았다. 


‘혼자’서 여행하는 첫 날, 예상치도 못하게 유쾌한 사람들을 만났다. 거리낌 없이 나를 반겨줬다. 그들의 친목을 다지는 행사에서 음식과 음악, 분위기를 공유했다. 나에게는 잊지 못할 유쾌하고 특별한 시간이었다. 조금의 용기와 결단은 필요하지만, 내가 혼자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가 있었을지 되물었다. 친구와 함께였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을테고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은 줄었을 것이다.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가기로 한 곳을 찾아갈 터였다. 만약 이런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더라도 친구와 나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나는 가자고 하고 친구는 그러지말자고 할 수있으니까. 결국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혼자여서란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얼떨결에 혼자 여행을 살짝 맛본 느낌이었다. 혼자서 여행을 하다보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때도 있고, 말을 걸기도 한다. 그 모든 시도에 좋은 의도만 있진 않다는 거도 잊지 말아야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막상 혼자 다녀보니 그리 어려울 것도 없고,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가 생기고, 또 내 시간을 마음껏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 여행의 첫 번째 시작이 좋아서였을까? 그 이후로도 계속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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