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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 Jan 05. 2017

혼자 여행하면서 심심할 땐 뭐해?

나는 100일 동안 이렇게 놀았다. 생각보다 재미있던데요.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냐는 질문이 많다.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는 것,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을 친구 한 명 없는 나 홀로 여행자는 시시콜콜한 여행의 감흥과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다. 친구 중에는 혼자 여행을 갔다가 너무나도 지루해서 다른 친구를 만나거나 동행을 했다고 한다. 다녀와선 나에게 혼자서 어떻게 그렇게 오래 있었냐며 놀라워한다. 나는 원래부터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는 편이어서 그랬을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며칠 남짓한 짧은 여행에서는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꽤나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한다면, 여행 도중에 갑작스레 찾아오는 외로움과 무료함에 대체할 방법을 알아야 한다. 혼자이기 싫어졌다고 해서 여행을 그만하고 돌아올 수는 없는 법이니까. 






100일이 넘는 시간을 혼자 보내면서 온몸이 찌뿌둥하고 너무 지루해서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익숙해져서인지 숙소에서 함께 동행을 하자고 할 때는 오히려 혼자 있고 싶기도 했다. 혼자 하는 여행에 적응이 돼버려서인 걸까? 내가 여행을 하면서 지루하고 외로울 때 혼자서 했던 방법을 소개한다. 크게 머무는 환경을 크게 실내/야외로 나눈다. 


실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숙소다. 숙소는 기본적으로 나의 여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편하게 씻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여행을 하면서 몸이 아플 때가 있었는데 내 몸 뉘 일 곳은 넓은 좁든 숙소의 내 침대뿐이었다. 며칠 머물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는 그 방과 침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잠을 적게 잔 날보다 많이 잔 날이 피곤하다고 느껴본 적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자도자도 졸리고, 행동이 굼떠지고, 느릿느릿, 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여행 와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잠자기. 힘들게 돌아다닐 때도 있고 쉴 때도 있어야 한다. 쉬는 데 자책감 가질 필요 없다. 특히 장시간 타야 하는 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때도 잠은 긴 시간을 버티는데 가장 좋다. 책을 보든 뭘 하든 일단 자다가 깬 후에 하는 것이 최고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긴 시간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할 때는 그 전날 밤을 새운 적도 많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더블베드를 사용한게 손에 꼽히고, 현실은 도미토리 속 삐걱대는 2층 침대.

숙소든, 어디든 상관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와이파이가 잘 되는 곳이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즐기기! 유튜브든 영화든 드라마든 뭐든 상관없다. 지루한 일상의 한줄기 재미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여행에 가서 주변을 보기보다 전자기기를 뚫어져라 쳐다보아서는 안된다. 굳이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된다.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영어의 중요성을 매번 깨닫는다.(그럼에도 돌아오면 까먹나 보다) 리스닝한다는 핑계로 자막 없이 외국영화를 보기도 하고, 유명한 건축물이나 지역에 갈 때면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서 사전 정보를 익히고 이해도를 높이는 물밑작업을 한다. 


여행 전에는 길고 긴 여행 계획을 언제 다 세우 나하는 생각에 초반 며칠 정도만 대충 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있는 중에는 그때랑 마음가짐이 다르다. 당장 며칠 후에 내가 가야 할 곳이 없으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이동해야 할 곳을 모르니 교통편을 예약할 수 없고, 그럼 어디로 가야 하지? 묵을 숙소가 없어서 길에서 노숙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 자연스럽게 계획 세우기가 된다. 그간 여행하면서 귀로 듣고 눈으로 흘겨본 것들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 약간 더 수월하게 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음악과 함께라면 평범한 곳도 분위기 있어 보인다.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숙소에서 잠을 청할 때는 코 고는 사람의 방해에 대응하기 위해 조용한 뉴에이지나 자연의 소리 등을 들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저녁거리를 걸을 때면 팝송이나 재즈 같은 것을 듣고선 혼자 걸으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난다. 음악은 들떠있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고, 우울한 기분을 업시켜주기도 하는 소리의 마법이다. 미리 다운로드된 음악이 있는 것이 더 좋다. 매번 스트리밍으로 듣기엔 데이터나 와이파이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특히나 배터리도 아껴야 한다.


유럽여행을 할 때 여행 초반에는 하염없이 걸어도 괜찮았다. 계속 걷고 걸어도 재미있었다. 내가 유럽이구나-를 꾸준히 실감했다. 숙소에 가서 다른 짐은 다 내팽개치고 카메라만 들고 나온 적 있다. 편한 신발에 카메라만.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사진 촬영을 하는데 최적의 매너를 갖췄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다 보면, 그리고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 카메라를 들이대기 위해, 뭔가 좀 특별한 걸 찍어보기 위해 사진을 찍어본다. 훗날, 그중의 몇 장이라도 건진 것이 있을 테니 남는 게 있는 방법이다. 

가만히 앉아서 주변을 본다. 주변을 관찰하기다. 사람을 봐도 좋고, 건물을 뚫어져라 봐도 좋다. 시간이 바쁘면 지나칠 것들을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볼 수 있는 기회다. 가만히 보다 보면 파도에 흔들리는 배는 도망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뭇잎 속에 감춰진 종이상자는 홈리스의 침대가 아닐까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간이 많아야만 누릴 수 있는 재미다.  


아날로그, 펜과 수첩


관찰하고 나서 적고 쓰고 끄적이기. 이동할 때도 작은 수첩 하나에 막 갈겨쓴다. 걷다가 갑자기 든 생각도 갈겨쓴다. 지금 그 순간이 아니면 분명히 잊어먹을 것을 기록해둠으로써, 훗 날 그 순간을 기억하게 된다. 기차 칸에서도 앞의 테이블 하나 펼쳐놓고 끄적여보자. 아무거나 상관없다. 잘 쓸 필요도 없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앞의 사람에 대해 글을 쓰고 이상한 말을 하더라도 내 주변의 사람은 한국어를 모른다. 얼마나 편한가! 손으로 애써 가리고 남이 볼까 꽁꽁 싸맬 필요 없으니 당당하게 수첩을 펼치자. 



정리하고 하니 혼자서 이렇게 놀았구나 싶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참 재미있었는데, 이 방법마저 맞지 않다면 혼자 보단 함께 여행을 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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