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바보였어. ㅜㅜ
완전 충격. 생겐조약과 유럽연합은 별개였다. 하지만 그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유럽연합에 가입되어있는 국가는 무조건 90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은 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지만 그때만 해도 아니었다. 유럽연합 국가이지만 생겐조약을 맺진 않았다. 고로 내가 처음 계획했던 것이 맞았다. 하긴, 아무것도 모르고 그렇게 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조금 더 명확하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았다. 그랬더라면 항공사 직원과 말할 때도 분명하게 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그 상황에서 당황하니까 알고 있던 것도 꼬여버린 것 같다. 항공권을 변경하기 전에 이 책을 들춰봤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국/생겐조약국 나눠져 있는 것을 왜 못 봤는지 안타까웠다.
이보다 더 황당한 사실은 9월을 8월로 잘못 말했다. 20분 넘게 통화를 붙잡고 135파운드를 지불하고 변경한 티켓은 어차피 다시 원상태로 복구를 해야 하긴 한다. 하지만 september 이 아니라 auguest로 예약하다니. 한국을 떠나는 날에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연달아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누굴 탓할까 내가 그런 것을...
하긴 9월로 제대로 변경했다고 해도 어차피 또 바꿔야 할 티켓이었다. 대충 짐작하고 알아본 것이 참혹한 결과를 불러옴을 알았다. 침착성은 언제나 어떤 순간에서나 중요하단 것을! 많은 준비를 하지 않거나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도 묘미가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여행에서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준비한다면 당황스러운 일도 덜하다. 계속 엇나가거나 실패하다 보면 여행의 재미를 느끼기도전에 지쳐서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시 가이드북의 페이지를 넘겼다. 예산을 소개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처음으로 예산을 계산해보려고 계산기를 꺼냈다. 절약하는 여행자 기준
45유로(1일 비용) * 90 = 4050 유로가 필요했다.
현재 가진 돈은 1269유로니까 하루에 13유로를 써야 했다. 100일 중에 90일만 계산한 것이고, 이동수단 비용을 제외한 값이다. 150만 원을 환전하고 1190유로를 받았으니, 아껴 쓴다고 해도 최소 400만 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새삼스럽게 '정말 돈이 많이 드는구나'싶었다. 여행하는 하루하루가 돈이다. 마음 한편에서는 지금껏 모아 온 돈을 왕창 써버리게 생긴 순간에 내가 지금 잘하는 짓인가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유럽 여행하는 것, 그것만이 목표였다면 남들처럼 한 달 정도로 바짝 다녀와도 됫겠지만, 나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여행을 계기로 책을 내고 싶었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은 투자였다. 이런 기회른 내 인생에서 다시 있기 힘들 것이니 집중해야 한다고 스스로 또 다짐했다. 나는 놀러 온 것이기도 하지만 노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앞으로의 내 인생에 방향을 잡고, 발판이 되는 시기가 되기를 바랐다. 100일의 시간을 무사히 마쳤을 때 내가 어떤 것을 얻었을지 무엇을 배웠을지 벌써부터 궁금했다.
: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중국 베이징 공항. 미세먼지인지 황사인지 뿌옇다.
1시간 남짓한 비행이 끝나고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메일을 확인해보니 8월로 변경된 티켓이 와있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근처에 프린트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물으니 없다고 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근무하면서도 엄해 보이는 중국인의 모습에 살짝 쫄았다. 어쩔 수 없이 돌아오는 티켓을 증명해야 할 수도 있으니 핸드폰으로 캡처를 해뒀다.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만만의 준비를 해두면 막상 검사나 의심이 없다. 그날도 그렇게 중국을 무사히 떠나서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