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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 Apr 11. 2017

스물일곱, 아직도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확실히 알게 되는 날이 과연 올까?


얼마 전부터 영국 유학에 한참 들떠있었다. 영국이라니! 유학이라니! 생각만 해도 두근거렸다. 방송통신대학교 4학년인 나는 직장인이자 학생으로서의 삶을 어느 정도 잘 유지하고 있다. 재작년,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방송통신대학교로 편입을 하겠다 마음먹었다. 관심 있는 전공을 추려 결국 미디어 영상을 선택했다. 유럽에 있는 동안 학교 강의를 듣고 시험공부를 하는 등, 꽤나 재미있겠지만 만만치 않았던 1년 반이 흘렀다. 


미디어 영상 학사를 취득하게 되면 내가 갖는 학위는 총 3개가 되는 셈이다. 전문학사 한 개와 학사 두 개이니, 그다음은 석사 아니던가? 학사면 됐지, 뭣하러 석사까지? 나는 10대 때 그토록 없던 공부 욕심이 20대가 되고 나니 폭발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나몰라라 했던 영어가 얼마나 재미있던지. 하라던 (학교) 공부는 안 하고 뒤늦게 찾아온 내가 하고 싶은(공부)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앞으로 더 나아질 거란 희망과 같았다. 


열정이라면 열정인 그 욕심은 지난주 토요일, 코엑스에서 하는 영국 유학박람회에 가게 만들었다. 영국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어떤 전공을 공부할지도 막연했다. 마케팅을 배워보고 싶었고, 영국은 석사과정이 1년이니 딱 그만큼만 열심히 공부해서 영어와 마케팅 석사까지 얻고 싶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았다. 


전반적인 마케팅보다는 브랜딩 쪽에 초점을 맞춘 학교를 추천받았는데 그곳이 가격이 좀 세단다. 학비만 1년에 3천이고, 생활비는 1천7백 정도. 합하면 5천 정도면 된다고 하는데 지금 수중에 5천은커녕 5백도 없는 게 현실이다. 같이 간 친구는 내가 박람회를 둘러보는 동안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나는 신난다거나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내 모습이 그랬다나 어쩌나.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유학을 못 갈 것 같았다. 갈 수 있을까? 지금 내 나이와 가진 돈 등을 고려해봐야 했다. 


영국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온다면, 그냥 장식용으로 갖고 있진 않을 거란 사람들의 기대도 있었다. 사실 특별히 학위를 취득해서 '이런 직업을 가져야지-'라고 계획하지 않았던 나에겐 '아!' 하는 순간이었다. 하긴, 드는 돈이 얼마인데 다녀와서 투자한 비용을 뽑아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럼 뭐해, 유학을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갈 수 없을 것만 같아 눈물이 맺혔다. 내가 이렇게 눈물까지 훔칠 정도로 가고 싶었는지 나조차 당황스럽다. 외국에서 학교 다니기, 더 이상 나이를 먹으면 하기 힘든 일이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녀와서 통장 잔액이 0이 되더라도 아니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해봐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녀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직도... 스물일곱인데도...


10대 일 땐 빨리 20대가 되어서 마음껏 꾸미고 놀고 돈도 벌고 싶었다. 

20대가 되니 그 10대로 돌아가고 싶다. 


10대 일 땐 20대/30대가 되면 탄탄하게 계획대로 사는 멋진 사람이 될 줄 알았다. 

역시나 그 생각을 했던 10대로 돌아가고 싶다. 


10대 때도 고민했던 내 진로, 앞으로의 방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꽤 오래전에 카페에 앉아있는데 우연히 내 옆 테이블에 앉은 중년의 두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다. 책 보려고 앉아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어찌나 귀에 쏙쏙 들리던지. 대화의 요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것. 자신이 지금까지 한 일은 IT 쪽인데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말. 

솔직하게 말하면, 나이가 꽤 드신 분인데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직까지도 방향을 못정한것일까- 했던 내가 어쩌면 미래의 내 모습을 보고 왔는지도 모른다. 


스물일곱, 누군가에겐 많거나 어린 나이. 

아직도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계속 고민해왔고, 시도해왔다곤 하지만 모르겠다. 

이것은 나뿐만의 고민은 아닐거라 확신하는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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