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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 May 16. 2017

SNS 속의 여행지는 없다.

이게 뭐지? 여기는 내가 원한 곳이 아니잖아.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다. 바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떠나는 그날만을 손꼽아 왔고, 드디어 바로 그 날. 설레는 마음을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공항을 거쳐 비행기 탑승까지 누린 후에 도착한 여행지에서 당혹감을 느낀다. 때로는 사람들도 북적이고 어디로 가는 길인지도 모를 표지판을 따라 걸어야 하기도 하고, 숨을 내쉴 때마다 후덥지근한 공기에 숨을 참는 게 더 나을 법한 곳에 다다르기도 한다. 


기대를 너무 한 탓일까. 

여기는 내가 원한 곳이 아니잖아.




우리는 여행지의 아주 좋은 면만 보고 여행을 결심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여행이 최악이었다는 것을 친절하고 상세히 풀어써주지 않는다. 쓴다한들 간략하게 남길 뿐. 하지만 행여 그런 글이 있다 해도 나는 그 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내가 원래 가고 싶었던 곳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덥석 물고 만다. 그게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여행지에 대한 자신의 숱한 기대와 환상들, 자의든 타의든 만들어진 비주얼은 정작 여행지에서 탐탁지 않은 기분으로 시작하게 한다. 다시 집에 돌아가고 싶을 수도 있다.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 그 여행지를 판단하고 여행을 결심하는 것이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다.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어쩌면 원치 않는 곳에 써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여행지를 사전에 속속들이 알 방법도 없다. 여행뿐이랴, 사람만 해도 그렇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 대한 판단을 쉽게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처음 보는 사람뿐 아니라 계속 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이 모습은 단지 지금 이 순간, 상황과 나와의 관계 등으로 얽혀있어 나에게 보이는 모습일 뿐인데 내가 그 사람을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판단을 최대한 유보하려고 하고 입 밖에 내지 않고자 한다. 물론 그렇게 다짐해도 잊어버리고선 말할 때도 있지만.


지금 보이는 단면으로 전체를 유추한다. 때로는 그것이 떡하니 맞아떨어질 경우가 있다. 반쯤 잘린 네모를 보고서 큰 모양의 네모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도 여행도 그렇지가 않다. 내가 이럴 거라고 예상해봤자 그것은 추측이자 기대에 불가하다. 그것이 계속해서 틀릴수록 내 짐작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겸손함을 갖게 한다. 


비록 내가 원했던 모습은 아닐지라도 어떤 점을 기대하고 왔는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러한 것을 원했고, 현실은 어떤 모습이라는 그 자이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될 수 있다. 사람이든, 여행이든 함부로 예상하지 말 것. 내가 본모습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을 받아들이자. 이 세상 어떠한 것도 내가 '다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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