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를 위하는 괜한 걱정일수도...
혼자 여행을 주로 다니는 편이라 혼자 여행했던 시간이 적지 않는 편이다. 한 번은 스페인 마드리드 한인민박에 머문 적이 있다. 오랜만에 묵은 한인민박은 마치 한동안 못 간 목욕탕에 가서 때를 미는 것 같은 시원함이 있다. 게다가 먹고 싶었던 한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쓸쓸했던 여행 이야기를 주고받고 추천을 나눌 한국사람들도 있는 곳이다. 그곳은 정보 공유의 장이다. 어떤 커뮤니티도 이보다 더 활발할 수는 없다.
혼자 온 사람도, 함께 온 사람도 친구가 되는 곳. 특히나 혼자 온 사람들이라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그곳에서 서로에게 묻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나보다 이전에 여행을 한 여행 자기 때문이다. 어디가 좋았는지,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지, 어딜 꼭 가야 하는지 등을 나눈다. 그 질문은 민박집의 스텝에게도 향한다. 스텝은 그 일이 익숙한 일인 듯 이 근처의 맛집을 추천해주고 가봐야 할 곳을 콕콕 집어주는 족집게 선생님이다.
마드리드와 가까운 근교 도시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후보에 오른 곳은 세고비아와 톨레도, 쿠엥카 등이 있다. 하룻밤 자고 난 다음 날 아침에 모두들 부지런히 자신의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스텝에게 배우고 있었다. 마드리드 시내를 구경할까 했던 나는 급 방향을 틀었다. 나도 가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 모르겠고 어젯밤 열심히 이야기할 때 귀 좀 귀울 일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세고비아? 그래 세고비아를 가야겠다. 둥그렇게 모여서 머리를 맣대고 설명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살짝 듣고서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만 타고 왔다 갔다 하면 되겠지라며! 티켓을 사고 긴 줄 끝에 서니 거의 앞부분에 같은 민박집에서 먼저 출발했던 언니가 있었다. 다가가서 인사를 할까 하다가 머물렀다.
혼자 하는 여행자에게 먼저 다가가기 주춤하는 순간은 바로 이럴 때다. 혼자이고 싶은 여행자에게 괜히 내가 다가가는 게 아닐까? 지금 내가 인사를 하고서 슬그머니 같이 여행을 하자는 게 돼버리는 것일까? 그저 인사만 나누고 나서 다시 여행 잘하세요~ 하며 돌아오기도 민망할 것 같았다. 마음먹기에 달려있어서, 아무렇지도 않을
나 또한 첫출발을 혼자 떠나온 사람에게는 혼자 여행을 지속하고 싶은 때가 있다. 간혹 그 흐름을 누군가가 함께 할래?라고 하면서 얼레벌레 그렇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혼자 여행의 큰 장점은 내가 원할 때 혼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혼자일 때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의 편안함과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약간의 자유랄까. 어쩌면 그 사람의 혼자라는 시간을 방해하는 게 아닐까란 조심스러운 마음 뒤에는 혼자이고 싶은 내 욕구도 곁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의 혼자 여행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때가 아니라서 다가가지 않는 것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