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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 May 16. 2017

혼자 있고 싶으면 어쩌지?

결국 나를 위하는 괜한 걱정일수도...

혼자 여행을 주로 다니는 편이라 혼자 여행했던 시간이 적지 않는 편이다. 한 번은 스페인 마드리드 한인민박에 머문 적이 있다. 오랜만에 묵은 한인민박은 마치 한동안 못 간 목욕탕에 가서 때를 미는 것 같은 시원함이 있다. 게다가 먹고 싶었던 한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쓸쓸했던 여행 이야기를 주고받고 추천을 나눌 한국사람들도 있는 곳이다. 그곳은 정보 공유의 장이다. 어떤 커뮤니티도 이보다 더 활발할 수는 없다. 


혼자 온 사람도, 함께 온 사람도 친구가 되는 곳. 특히나 혼자 온 사람들이라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그곳에서 서로에게 묻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나보다 이전에 여행을 한 여행 자기 때문이다. 어디가 좋았는지,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지, 어딜 꼭 가야 하는지 등을 나눈다. 그 질문은 민박집의 스텝에게도 향한다. 스텝은 그 일이 익숙한 일인 듯 이 근처의 맛집을 추천해주고 가봐야 할 곳을 콕콕 집어주는 족집게 선생님이다. 


마드리드와 가까운 근교 도시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후보에 오른 곳은 세고비아와 톨레도, 쿠엥카 등이 있다. 하룻밤 자고 난 다음 날 아침에 모두들 부지런히 자신의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스텝에게 배우고 있었다. 마드리드 시내를 구경할까 했던 나는 급 방향을 틀었다. 나도 가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 모르겠고 어젯밤 열심히 이야기할 때 귀 좀 귀울 일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세고비아? 그래 세고비아를 가야겠다. 둥그렇게 모여서 머리를 맣대고 설명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살짝 듣고서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만 타고 왔다 갔다 하면 되겠지라며! 티켓을 사고 긴 줄 끝에 서니 거의 앞부분에 같은 민박집에서 먼저 출발했던 언니가 있었다. 다가가서 인사를 할까 하다가 머물렀다. 




혼자 있고 싶으면 어쩌지?





혼자 하는 여행자에게 먼저 다가가기 주춤하는 순간은 바로 이럴 때다. 혼자이고 싶은 여행자에게 괜히 내가 다가가는 게 아닐까? 지금 내가 인사를 하고서 슬그머니 같이 여행을 하자는 게 돼버리는 것일까? 그저 인사만 나누고 나서 다시 여행 잘하세요~ 하며 돌아오기도 민망할 것 같았다. 마음먹기에 달려있어서, 아무렇지도 않을


나 또한 첫출발을 혼자 떠나온 사람에게는 혼자 여행을 지속하고 싶은 때가 있다. 간혹 그 흐름을 누군가가 함께 할래?라고 하면서 얼레벌레 그렇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혼자 여행의 큰 장점은 내가 원할 때 혼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혼자일 때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의 편안함과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약간의 자유랄까. 어쩌면 그 사람의 혼자라는 시간을 방해하는 게 아닐까란 조심스러운 마음 뒤에는 혼자이고 싶은 내 욕구도 곁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의 혼자 여행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때가 아니라서 다가가지 않는 것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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