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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 May 17. 2017

여행만 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매일 여행만 하면 좋을 줄 알았다.

어디를 여행하든 나는 그랬다.


아... 매일 이렇게 여행만 하면서 살고 싶다.


여행이 삶이 되는 그런 삶이 되기를 바랐다. 매일 아침마다 알람이 깨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해야 할 업무와 일들이 몰아치기보다는 특별한 걱정도 없이, 보기 싫은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머물고 싶은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여행기간 동안 주어진 나의 자유 인생이다. 그런 부분 때문이었을까. 팍팍한 일상 대신 여행을 대체하고 싶었다. 







100일간의 여행을 하면서 여행 또한 결코 쉽지 않음을 알았다. 일상적인 일들은 여행 중에도 계속되었다. 부지런히 가방을 챙겨서 다음 이 동지로 이동을 해야 했고, 매일 낯선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새롭게 길을 익히고- 교통편을 이해하고- 먹을 음식을 찾고- 빨래를 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에서 지내는 하루보다 불편한 일도 많았다. 푹 쉰다고 해도 복불복처럼 잠자리가 별로일 때면 휴식도 아닌 셈이 돼버리기도 했다. 물론 최고급 숙소를 선택하고 걸어 다니는 일 없이 운전기사가 있다거나 택시를 타고 이용하면 이런 종류의 힘듦은 없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니까. 


내가 정말 여행하면서 살고 싶은 게 맞나? 


동남아를 일주일 정도 여행할 때도 아주 잠깐 스쳐가긴 해도 집 생각이 난다. 그런데 평생을 여행만 하면서 살겠다고? 그야말로 '집'없이 필요한 것들을 갖춰놓고 게다가 안 쓰는 예쁜 쓰레기들을 둘 장소도 없이 살 수 있을까? 행여 그런 역할을 하는 집이 있다 해도 일 년 내내 가지 못해 먼지가 쌓일 정도라면? 특히 요즘따라 집순이가 되어가는 내게 그런 생각은 끔찍했다. 


해보니 알겠다. 매일 여행하는 것은 힘들다. 몸이 힘들고 지겹고 따분하고 지루하고 어깨도 무겁고 외롭기까지 하다. 마냥 좋을 줄 알았던 것은 그저 내 환상이었다. 정말 소중하고 귀중한 것도 매일같이 반복되다 보면 익숙해진다. 처음에는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도 평생 붙어있는 가족이 되어 살면 그 열정은 다른 감정으로 바뀐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이다. 


결국 여행이 계속되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된다. 우리의 일상은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서 회사/학교로 부랴부랴 나가서 저녁쯤에 기진맥진해서 돌아와 TV와 핸드폰을 만 지막 거리며 끝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 그런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일상이라고 불리는 것이지, 원래 일상이라 함은(네이버 국어사전이 알려주길)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이란다. 여행이 날마다 반복된다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서 알게 된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여행을 계속하고 싶기보다는 돌아가서의 일상을 지속하기 싫었던 것. 

둘째, 예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뭐든 반복되면 지겹다는 것. 


그래도 나쁜 것이 반복되는 하루보다 좋은 것이 반복되는 하루가 백 배 천 배 나은 것은 사실이다. 시장이 반찬이다. 이제 인정하고 텁텁한 일상 후의 찾아오는 짜릿한 여행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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