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그러니까 내가 까까머리 순정남이었던 중 2 때 나온 영화인데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영상미를 자랑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강렬한 붉은 색감은 어제 본 <화양연화>와 묘하게 이어지며 개인적으로는 신기한 영화 체험을 했다. 장만옥과 공리가 입은 화려한 의상도 그렇고.
하지만 둘의 캐릭터는 전혀 딴판이다. 오히려 100여 년 전 캐릭터인 공리가 더 급진적으로 세상과 운명에 저항한다.
세상 어느 집단이든 권력 싸움은 불가피한가 보다. 두 시간 동안 영화의 배경은 대저택 한 곳을 벗어나지 않는데 이 좁디좁은 공간에서 네 명의 여자가 펼치는 치열한 파워게임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현실 정치판을 떠올리게 된다.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의 등에 칼을 꽂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