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start over again
25년 만에 다시 봤다. 너무 오래전에 봐서(라기보다는 아마도 내 머리가 나빠서) 줄거리는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봤던 대학교 2학년 시절의 그날 밤은 기억난다. 당시 동성애를 다뤘다는 이유로 극장 개봉이 안 됐는데 학생회에서 이 영화를 틀어줬다. 그것도 야외에서. 삼민광장이었는지 학생회관 앞 농구장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꽤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영화를 봤던 그 느낌만은 생생하다. (하지만 오늘은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봤군요. 왠지 슬프네요.)
줄거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이 영화를 보며 ‘아, 나도 언젠가 이과수 폭포에 가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건 기억난다. 그때의 막연한 바람은 10여 년 후 현실이 됐다. 거대한 이과수 폭포를 코앞에서 느끼고 배를 타고 그 차가운 폭포수를 맞아본 적이 있다. 마치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거대한 폭포가 압도적인 기세를 자랑하며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 영화를 최애 영화로 꼽는 클로에 자오 감독은 편집을 시작하기 전 의식(ritual)처럼 이 영화를 본다고 한다.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장국영의 대사 한 마디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Let’s start over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