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불처럼
군대 가기 전에 보고 24년 만에 다시 봤다. 국제적으로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유명했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일본 문화를 개방한 이후 처음 공식 상영된 일본 영화여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폭력과 죽음을 마치 일본 가정식인 와쇼쿠처럼 정갈하고 단아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점은 지금 봐도 여전히 인상적이다. 영화 제목 ‘하나비’는 꽃을 뜻하는 ‘하나’와 불을 뜻하는 ‘비’를 합친 말로 불꽃놀이를 뜻하는데 이는 인생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인생 뭐 있나. 꽃처럼 화사하게 사랑과 예술을 추구하며 살다가 결국 불처럼 한순간 타오르다 꺼지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