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매력 Jul 03. 2019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경력단절 육아맘, 엄마가 된 여행작가, 뭐라도 시작해 본다

브런치 작가가 된지 3년 반이 지났다.

첫 글을 무엇으로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아무 것도 못 쓴 채로 4년이 흘렀다.



다음달이면 아이의 두 돌이다.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에 충실하며

전혀 새로운 내가 되어 산 게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아이는 무엇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예쁘지만,

육아는 상상 그 이상으로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토끼같은 자식, 든든한 남편과 함께 오손도손 살아야지’

막연한 생각으로 아이를 가졌고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주양육하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아기를 건강하고 바른 아이로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사회인이 된 후 10년 동안 여러 명함을 가졌었다.

여행기자, 여행작가, 콘텐츠에디터, 여행마케터로 일했다.

기자, 작가, 과장 등의 호칭이 이름 뒤에 늘상 붙어 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

육아를 하는 동안 나에게는

ㅇㅇ 엄마 외에 다른 호칭이 없었다.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니, 육아노동에 전념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며 때로 공허했다.

명함이 없는 내가 낯설어서.

나는 이대로 아이만 키우다가 늙는 게 아닐까.

내가 다시 사회인으로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을까.

내가 10년 간 쌓아온 능력을 다시 활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쌓여가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돌아갈 직장도 없고,

프리랜서라지만 찾아주는 곳도 거의 없는,

영락 없는 경력단절 여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내가 너무 작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 여행작가였다.

<싱가포르가자>라는 여행 가이드북을 펴냈고,

어디 가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물으면

“여행작가입니다”라고 말할 만큼의 경력이 있다.


그래서 시작한다.

여행작가로서, 글을 쓴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대로 가다가는 경력단절 여행작가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일단은 뭐라도 적어본다.


이렇게 4년만에 브런치 첫 글을 작성했다.

첫 글을 뭘로 쓸까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못썼던 나.

이제 뭐라도 쓰게 되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