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국내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비 매거진 Nov 15. 2021

맛과 정이 넘치는,
제주 모슬포 대정오일시장

대정읍에는 두 개의 시장이 있다. 모슬포중앙시장과 닷새마다 대정오일시장이 그것이다. 대정읍내 복판에 자리한 모슬포중앙시장은 상설이지만 점포 수가 채 50개가 안 되는 소형시장이다. 게다가 인근에 대형마트들이 산재해 있어 시장 안은 늘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매달 1, 6일로 끝나는 날이 되면 대정읍이 들썩거린다. 제주도 서부지역에서 제일 크다는 대정오일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대정오일장은 기원은 6.25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통이 좋지 않았던 제주도에서 육지에서 내려온 피난민들과 현지 주민에겐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기회였기 때문에, 장이 열리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뤘고 가축의 거래까지 이어져 말 그대로 북적이는 현실 장날이 되엇다고 전해진다. 이후 몇 번의 이동이 있었고 현재의 모슬포항 대정읍 하모리에 자리를 튼 것은 1983년 등록시장이 되면서 부터다.



자매식당에서 너무많이 먹으면 안돼요


아침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느라 배가 몹시 고팠지만, 식사를 대충 때울 생각은 없었다. 부지런히 움직여 렌트카를 인도받고 네비게이션에서 ‘대정오일장’을 검색하니 50분이다. 시장 입구의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두어 바퀴를 돌다 빠져나가는 차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안전하게 주차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먹거리 가게와 식당이었다.



일단 자매식당으로 직행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곳의 자랑은 무려 12가지 맛을 자랑하는 꼬마김밥이다. 시금치, 당근 등의 야채와 계란 지단이 들어가는 것은 동일하지만 메인재료는 맛살, 어묵, 오징어포, 참치, 돈가스, 너비아니, 햄, 고기, 야채, 땡초 등으로 실로 다양하다.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맛이 있다. 식당의 안쪽 주방에서는 아주머니 두 분이 부지런히 김밥을 말아낸다. 즉석에서 만들어내기 때문에 밥과 재료가 신선하고 건강하다. 단돈 6,000원은 재래시장다운 가격이다. 자매식당에서는 푸짐한 국밥과 고기국수도 먹을 수 있다.


배도 빵빵, 눈도 빵빵


첫 집에서 배를 가득 채운 것은 실책이었다. 자매식당 바로 옆에는 꽈배기와 도넛 그리고 고구마, 오징어, 김말이 튀김을 파는 가게가 있었고 건너편 가게 앞에는 소스가 잘 발라진 꼬치와 소떡이 쌓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삶은 돼지머리와 내장을 파는 매대 앞에서는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귀, 허파, 간, 껍질, 순대 등이 저마다의 바구니에 담겨 먹음직한 모습으로 유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팩에 5,000원, 두 팩을 사면 3,000원어치를 서비스로 준다고 했다. 고개를 돌리자 제주 토속음식인 빙떡과 빈대떡도 눈에 들어왔다.



저 생선 이름은 뭐예요?


모슬포항에 가까이 있는 위치 특성상 장날이 되면 가파도와 마라도의 주민들도 대정오일장을 찾아 든다. 의류와 신발을 비록 생필품을 파는 점포의 주 고객은 현지에 사는 도민들이다.



시장 내의 300여 개의 점포 중에는 수산물을 취급하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점포는 달라도 매대는 나란히 이어져서 마치 공동판매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크고 튼실해 보이는 갈치가 은빛 자태를 뽐내는가 하면 장어, 도미, 조기, 열기를 비롯해 이름을 알 수 없는 생선들도 수북이 쌓여 있었다.



생물 생선값은 자타공인 대정오일시장이 제주에서 가장 싸다고 한다. 모슬포항이 지척이고 항구를 드나드는 어선만도 수십 척이 넘으니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대정오일시장에는 활어를 취급하는 점포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모슬포항 주변으로 늘어서 있는 횟집들과 공생하기 위한 지혜로도 생각되었다.


생물 생선이 끝나면 건어물 차례다. 길이 50cm 정도 되는 길쭉한 모양의 어포는 난생처음보는 것이었다. 이름을 물어보니 갈치포라고 한다. 간장과 함께 조려 먹거나 기름에 튀겨 맥주안주로 먹어도 좋다고 했다. 한 무더기에 10,000원이다.



적어도 두 끼는 만족


숙소로 돌아오는 길, 손에는 튀김과 찹쌀도넛, 머릿고기, 갈치포 봉지가 들려져 있었다. 머릿고기는 어찌나 양이 많은지 실컷 먹고 또 남은 것은 마트에서 산 사골국물에 국수와 함께 넣어 끓이니 근사한 고기 국수가 만들어졌다. 찹쌀도넛은 아침 커피와 너무도 잘 어울렸고 갈치포는 맥주의 양을 늘리는 주범이 되었다.


모슬포 대정오일시장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1089-20
교통 : 제주국제공항 151번(하모체육공원하차), 152번 (방어축제의거리입구 하차)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트래비 객원기자



매거진의 이전글 '파주 조선 왕릉'으로 떠나는 숲길 나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