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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y 31. 2017

선명한 파랑과 파스텔 노랑,
다낭과 호이안의 색(色)

다낭과 호이안은 색(色)으로 기억된다. 내가 만약 화가라면 다낭은 수채화로, 호이안은 파스텔화로 그릴 것이다. 날씨가 여행의 성패를 온전히 좌우하는 다낭에 비해 비가 오고 흐려도 그 자체로 낭만적인 호이안이 차로 40분 거리니 이토록 완벽한 여행지의 앙상블이 또 있을까.  


파스텔 노랑이 지배하는 세계문화유산 호이안. 다른 파스텔 색과 초록 잎사귀, 음영이 만드는 색감이 빈티지한 감성을 자극한다


천지개벽, 다낭


하늘도 바다도 쨍하게 파란 다낭. 뭉게구름과 모던한 리조트 건물, 선베드의 하얀색은 꿈결 같은 그 풍경에 하이라이트를 준다. 이런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풍경은 정확히 10년 전 다낭을 취재 여행으로 찾았던 내게는 ‘천지개벽’처럼 느껴진다. 


베트남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시장경제체제를 가진 명목상의 공산주의 국가다. 경제, 무역에 있어 제한이 완화되면서 내로라하는 인터내셔널 호텔 체인들은 20km가 넘는 백사장을 자랑하는 미케 비치(My Khe Beach)에 주목했다. 

미케 비치는 아시아에서 가장 긴 백사장이자 포브스(Forbes)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해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다른 휴양지에 비해 늦게 들어선 리조트들은 최신 시설과 휘황찬란한 위용을 뽐내며 미케 비치와 함께 낮의 화려함을 담당한다. 

밤은 더 화려하다. 용 모양을 한 용다리는 수천개의 LED 조명으로 한강 야경의 중심이 된다. 심지어 주말 밤에는 용이 불과 물을 뿜는 쇼까지 펼친다. 여기에 다낭의 테마파크인 아시아파크(Asia Park) 대관람차 선휠(Sun Wheel)까지 가세하니 ‘판타지 시티 다낭(Fantasy City Da Nang)’이라는 다낭시의 슬로건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손트라 반도의 절경을 내려다보는 거대 관음상이 있는 린응사, 파란 색감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다낭의 바나힐은 마치 프랑스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테마파크다


色 다르게 즐기는 다낭


차를 타고 다낭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색다른 다낭을 만나게 된다. 다낭 시내 어디에서든 보인다는 손트라산이 위치한 손트라(Son Tra) 반도. 영국 BBC 자연사팀 수석 프로듀서 마이클 브라이트(Michael Bright)는 본인의 책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절경 1001>에서 손트라 반도를 그중 하나로 꼽았다. 최근 다낭에서 가장 뜨는 인터컨티넨탈 다낭 선 페닌슐라 리조트(Intercontinental Danang Sun Peninsula Resort)가 위치한 곳이다. 


꼭 값비싼 리조트에 묵어야 이 절경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낭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린응사(Chua Linh ung)가 손트라산에 있다. 손트라만의 아름다운 풍광과 커다란 관음상을 바라보며 달리는 드라이브길도 운치만점이지만 사원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을 통해 다낭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색을 만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파란 하늘과 바다, 하얀 구름과 관음상이 내는 선명한 색의 대비에 더해 다낭 시내와 손트라 반도, 미케 비치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에 가슴이 뻥 뚫린다. 67m, 건물로 치면 30층 높이의 거대한 관음상이 세워진 이후 다낭은 한 번도 태풍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다낭 시내에서 1시간을 달리면 바나 힐(Ba Na Hill)에 닿는다. 바나 힐은 해발 1,487m 고지에 있고 기후가 서늘해 베트남 사람들의 인기 피서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5,200m 길이의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1,487m의 산을 두 번에 걸쳐 15분에 주파해 오르는데 생각보다 산이 높고, 케이블카의 속도가 빨라 아찔하다. 

산 위에 조성된 테마파크라는 특이함은 있지만 시설은 다소 실망스럽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의 중세 도시 카르카손(Carcassonne)을 떠올리게 만든 프렌치 빌리지와 와인 셀러 등의 시설을 둘러보며 기념촬영을 하며 반나절을 보내기 좋다.  

노란색을 기본으로 초록과 빨강이 포인트를 주는 호이안의 강렬한 색감


여기에서는 모두가 로맨티스트, 호이안 


‘낭만적인 호이안 풍경’은 색에서 비롯된다. 연노랑 색의 키 작은 건물들이 절로 연상되는 호이안. 스카이 블루, 핑크 색, 빨간색의 집들이 노랑색 건물 사이사이에서 개성을 뽐낸다. 호이안은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바다의 실크로드’라는 뜻의 파이푸(Faifoo)라 불리던 국제 항구였다. 아시아와 유럽의 상인들이 이 항구에서 무역을 해서 마을에는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인 풍경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거기에 화교들이 정착하면서 어쩌면 ‘동화적’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색다른 분위기의 마을이 형성됐다. 


그러나 점차 무역의 중심이 호이안에서 다낭으로 옮겨 가 호이안은 졸지에 잊힌 항구 마을이 됐다. 또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20세기 베트남에서 일어난 많은 전쟁 통에도 호이안의 건축물들은 거의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남았다. 그 점을 높이 사 1999년 유네스코로부터 호이안의 올드 타운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호이안은 여행자에게 그 길 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다. 이 풍경의 정점은 알록달록한 등이 불을 밝히는 해질녘. 아름다운 색의 잔치는 판타지 영화 속 한 장면인 것만 같다.  


글·사진 Travie writer 신중숙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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