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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03. 2021

시간을 거슬러 '남해' 아카이브 여행

2022년 남해군 방문의 해를 맞아 남해가 부산스럽다.
충무공이 살아 숨 쉬던 조선시대부터 남해대교를 아카이브하고,
여기에 최근 뜨고 있는 신상 스폿들을 앞세워 여행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남해로 오시다*
(*오시다 : 남해 방언으로 ‘오세요’ 라는 환영인사의 높임 표현)


남해대교와 노량대교


이순신 애인이 들려주는 이순신 이야기
이순신 순국공원


알고 보면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충무공은 서울에서 태어난 남해 남자라며 운을 뗀 서재심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이하 해설사)의 유머 섞인 이순신 장군 소개로 남해 아카이브 여행이 시작됐다. “여러분들은 오늘 이순신 성지순례에 오신 겁니다.” 실제 명함에 ‘남해 예찬론차‘, ‘충무공 이순신 예찬론자‘라는 수식어가 쓰여있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를 ’이순신 애인’이라 자칭하는 서재심 해설사는 이순신이 54년의 삶을 남해에서 살았고, 노량해전의 격전지인 남해가 곧 이순신의 성지라며 남해에 온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성지순례를 온 것이라 강조했다.


이순신순국공원 호국광장 이순신벽화
이락사 가는길


성지순례의 첫 번째 코스는 ’이락사(李落社)’. 이순신의 이(李), 떨어질 락(落). 말 그대로 이순신이 떨어진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일본군의 총탄을 맞고 순국하신 후 유해가 처음 육지에 내려진 곳이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노량해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후 철군하는 왜군을 노량 앞바다에서 크게 물리침으로써 임진왜란을 종결지은 마지막 해전이다. 이때 이순신은 도망가는 왜군을 끝까지 추격하다가 왼쪽 가슴에 총탄을 맞아 순국했다. 그리고는 "여명이 밝아올 무렵 공이 왼쪽 가슴에 총탄을 맞고 전쟁이 한창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의 뜻에 따라 죽음은 전투가 끝나고서야 알려졌다.


대성운해


이락사 안으로 들어가면 이순신 유허비가 봉인되어 있는 대성운해(大星隕海)가 나온다. ‘큰 별이 바다에 잠기다.‘라는 의미의 현판 글씨 대성운해는 故 박정희 대통령이 남해를 찾았을 때 직접 쓴 것으로 ’큰 별‘은 이순신 장군을 의미하고, ’바다에 잠기다.‘는 해전 중 순국하신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순신순국공원_유허비(좌)와 유적비(우)


봉인되어 있는 유허비에는 중국의 제갈량에 빗대어 이순신을 칭송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고양이가 생선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이순신 칭송 이야기가 나오자 서재심 해설사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이순신과 함께 조명연합(조선과 명나라) 수군을 이끈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 충무공을 극찬해 명나라에서 이순신에게 ’명조팔사품(明朝八賜品, 보물 제440호)’이라는 8개의 선물을 주었는데, 그중 명나라 최고 직책인 도독 인장도 포함되어 있었단다. 이는 명나라 직책을 받은 사람이니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고. 다음으로 이순신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호국광장


먼저 우리가 흔히 아는 붉은 옷을 입은 초상화 속 이순신이 진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 실제로는 충무공 14세손을 모델로 그린 것이라고. 게다가 무관옷 초상화 역시 실제 이순신이 아닌 수많은 50대 덕수 이씨 남자를 관찰해 찾은 닮은 점들을 모아서 그린 초상화란다. 그렇다면 대체 진짜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생겼단 말인가? 그 모습이 몹시도 궁금했던 서재심 해설사는 36살부터 꿈에서라도 한 번 이순신 장군을 만나게 해달라며 한 달에 일곱 여덟 번씩 15년 동안 기도를 한끝에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다며 이순신 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전쟁터에 갔는데, 키가 아주 큰 남자가 옆에 서있었는데...”, “곧 공연 시작한답니다.” 한창 재밌어지려는 찰나 호국광장에서 열리는 공연시간이 다 되었다는 소식에 더는 들을 수 없었다는 안타까운 결말...


호국광장 야외무대공연


꿈 이야기를 제쳐두고 도착한 호국광장에서는 노량해전을 주제로 뮤지컬 형식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의 감정을 이순신 장군 1인칭 시점으로 표현한 공연이었다. 이락사에서부터 노량해전과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미리 듣고 온 탓인지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건 공연이 끝난 후 마저 듣기로 한 서재심 해설사의 이순신 꿈 이야기를 끝내 듣지 못했다는 것. 궁금한 건 못 참기에 나도 오늘부터 나도 기도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순신 장군님 만나게 해주세요~~~’


호국광장 이순신동상


이순신 순국공원
주소: 경남 남해군 고현면 차면리 717
운영시간: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의: 055 860 3786




리얼 남해 아카이브 여행
남해각


이순신 순국공원에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1970년대로 왔다. 1973년 6월 22일.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가 개통했다. 경남 하동과 남해를 잇는 남해대교는 故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약 10만여 명의 인파가 참여한 화려한 개통식을 마친 후 학생들에게는 수학여행지, 신혼부부들에게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으며 꼭 가봐야 할 남해의 명소가 되었다.


남해대교


남해대교

경상남도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


나날이 관광객이 몰리면서 1975년, 남해대교를 전망할 수 있는 숙박휴게공간이 만들어졌는데 바로 남해각이다. 북쪽 휴게공간인 임진각과 함께 남해각은 남쪽 휴게공간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남해와 함께 역사를 써오다 44년 만에 노후화로 인해 유휴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남해각과 남해대교에 얽힌 추억들이 이대로 묻어버리나 싶었는데 최근 남해관광문화재단이 남해각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한 ‘남해각 관광 플랫폼’ 사업를 통해 남해각이 다시 태어났다. ‘남해각 관광플랫폼’은 여행자들에게 지역관광 정보를 제공하여 지역관광 활성화함으로써 여행자와 지역관광 사업체 간 윈윈을 도모하기 위한 관광 플랫폼이다. 과거 간단한 요깃거리나 각종 편의시설이 있었던 휴게소이자 여관이었던 남해각을 현재는 전시관이자 여행자를 위한 서비스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남해각 1층 상설전시관


남해각 1층은 상설전시관으로 남해대교와 남해각의 아카이브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찍은 우리네들의 일상적인 흑백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개중에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두 장의 부부 사진. 서원숙, 신병원 부부의 커플사진이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만나 결혼한 부부는 한국에도 현수교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해에 놀러와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때는 1975년이다. 이후 세월이 흐르고 돌고 돌아 부부는 남해 독일마을에 정착하게 되었고 2020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무려 45년 만이다. 같은 공간, 다른 느낌. 진정한 남해대교 아카이브다.

남해각 내부는 오래된 구조물이나 간판 등을 옛 모습 그대로 보존했다. 때문에 과거의 남해각에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이 밖에도 여관으로 사용되던 당시의 각 호수가 적힌 열쇠, 남해대교 건설과 남해각 개관을 알리는 옛 신문광고 같은 흑백으로 된 기록 문서나 책자 등이 쏠쏠하게 재미를 더한다.


남해각 2층 여행자 플랫폼


2층 여행자 플랫폼에는 남해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카탈로그와 책자들, 그리고 핸드폰 충전을 하며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잠시 엉덩이를 붙였다가 3층 루프탑으로 향했다.



남해각 루프탑은 남해에서 남해대교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즉, 남해대교 촬영 스폿이자 인생숏 스폿이라는 말. 남해 바다와 함께 하동과 남해를 잇는 다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왜 한국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라 불리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뷰다.

남해대교에서 살짝 왼편으로 시선을 틀면 노량대교 후미가 보인다. 오래된 남해대교를 대체할 교량으로 지난 2018년 9월 완공과 동시에 개통되었다.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남해를 상징해 온 남해대교와 남해대교의 바통을 이어받아 앞으로 남해의 상징이 될 노량대교, 그리고 새롭게 단장한 남해각까지. 이것이야말로 리얼 남해 아카이브 여행이 아닐까? 남해에 가거든 남해각에서 여행을 시작해 보자! 남해각은 지금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남해각
주소: 경남 남해군 설천면 남해대로 4216
운영시간: 화-일 09:00~17:00 (월요일 휴무)
요금: 무료
문의: 055 864 1905




아찔한 그네 타고 일몰에 취해
설리스카이워크


일기예보가 공식 예측한 일몰시간을 몇 분 앞두고 설리스카워크에 도착했다. “꺅~~~”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여자의 한 서린 비명소리가 환영해 주었다. 설리스카이워크는 물미해안전망대와 더불어 아름다운 남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스카이워크‘라는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번 눈치챘겠지만 바닥이 뻥~ 뚫려 있다는 말이다. 정확하게는 투명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뚫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높은 곳에서 두 다리가 후들거리는 사람이라면 절대 고개를 떨구지 말 것! 차라리 그냥 유리가 아닌 양 사이드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나을지도.



하지만 이건 약과다. 정말 두 다리가 후들거릴만한, 아니 가슴이 철렁거릴만한 것은 따로 있다. 설리스카이워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하늘그네‘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명물로 잘 알려진 ’발리섬의 그네‘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하늘 그네는 높이 38m로 쭉 뻗어 올라가면 하늘과 맞닿을 듯하고 발아래로는 바다에 풍덩 빠져들 것만 같은 아찔함을 선사한다. 타보면 비명은 의지가 아닌 생존을 위한 조건반사임을 몸소 깨닫게 된다.



어느덧 하늘 그네 영업시간이 끝나고 하늘이 점점 붉어졌다. 일몰이 가까워진 것. 사람들은 지는 태양을 최대한 가까이서 보기 위해 너도나도 전망대 가장 앞쪽으로 향했다. 남해의 일몰은 특유의 따듯함이 느껴졌다. 열정적으로 하늘을 빨갛게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물감이 퍼지듯 은은하게 하늘을 물들였다.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해를 보며 이 많은 사람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쓸데없이 감성적이게 된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일몰에 취해버렸나 보다. 아~ 취한다.



설리스카이워크
주소: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송로303번길 176
운영시간: 매일 10:00~21:00 (동계 19PM) / 그네 10:00~18:00
요금: 스카이워크 2,000원 / 그네(스카이워크 포함) 6,000원
문의: 070 4231 1117 



글·사진 유의민 트래비 객원기자 ,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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