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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05. 2021

걷기 좋은 제주도,
신촌 미로마을

고즈넉한 제주는 걸어야 비로소 보인다.
걷기 좋은 제주 마을,
신촌 미로마을을 산책했다.


신촌의 마을 골목은 둥근 원형이다


신촌 그리고 미로마을


제주 공항에서 동쪽으로 10km, 제주시 조천읍에는 ‘신촌(新村)’이라는 마을이 위치한다. 제주 바다를 아담하게 두르고 있는 작은 마을인데, 고즈넉한 시골 분위기 덕분에 최근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는 곳이다.


한적한 마을의 오후


신촌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미로마을’이다. 제주의 마을 골목은 기본적으로 직각 형태로 구성된 곳이 대부분인데, 신촌의 마을 골목은 둥근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려 100여 년 전부터 내려온 둥근 골목들은 마치 한 번 들어서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미로 같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란다. 마을이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무엇보다 정말 ‘사람’ 사는 곳처럼 느껴진다.


미로마을에서 내다본 바다 풍경
신촌포구의 전경


신촌 미로마을에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볼거리도 다양하다. 조선 후기 지방의 공무를 처리하던 기관인 ‘신촌향사’, 고려 후기 삼별초 군사를 막기 위해 축조한 석성(石城)인 ‘환해장성’,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습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닭모루’ 등 굵직한 관광지가 자리한다.


신촌포구 큰물, 용천수가 나온다
미로마을의 생명샘, 큰물


특히 닭머루는 제주도 최고의 일몰 명소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촌, 그러니까 미로마을이 이곳에 위치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신촌포구’다. 신촌포구에는 ‘큰물’이라고 부르는 용천수가 나온다.


신촌리사무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54



믿거나 말거나, 남생이못


제주도 미로마을 초입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남생이못이다.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남자아이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 사실 이곳은 농업용수를 목적으로 조성된 인공 연못이다. 현재는 그곳에 다양한 수생식물과 곤충, 양서류들이 살아간다. 제주도에 위치한 해안가 습지 중에서도 자연환경이 워낙 잘 발달되어 있어, 학생들 체험 학습 장소로도 인기 있는 곳이다.



제주 올레꾼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 제주 남생이못 주변에는 데크길이 깔려있다


연못 앞쪽으로는 조천읍의 인기카페 ‘헬로 남생이’가 위치해 산책 후 커피를 즐기기에도 좋다. 남생이못 서쪽에는 영등막 제터가 있다. 영등막 제터에는 영등할망이 내려온다고 알려져 있다. 영등할망은 제주도에서 창주신으로 여기는 여성신으로 음력 2월 초에 찾아와 해상 안전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여름철 남생이못에는 연꽃이 피어난다
소원을 빌면 남자 아이를 얻을 수 있는다는 남생이못


남생이못은 주변은 전부 나무데크길로 조성되어 있다. 5월과 6월 사이에 이곳을 찾으면 연못 가득 피어난 수련을 볼 수 있다. 덕분에 여름이면 사진가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천천히 남생이못을 거닌다. 한적한 바람, 따스한 태양. 잠시 쉬어간다. 차를 타고 방문한다면 카페 ‘헬로남생이’를 검색해 찾아가는 것이 편하다.


연못 반대편에 위치한 헬로남생이 카페


헬로남생이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원당북로 197-20
전화: 064 784 7300



제주 일몰 맛집, 닭머르 해안길


닭머르 혹은 닭모루라고 부른다.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미로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자랑하는 제주도 최고의 일몰 명소다. 다른 제주 여행지들에 비해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아 여유롭고 한가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제주도 최고의 일몰 명소, 닭머르 해안길. 가을이면 길 옆으로 억세가 가득 피어난다


닭머르 해안길은 제주 올레길 18코스로 해안누리길 50코스에 속한다. 해안누리길은 바다를 감싼 경관이 아름다운 해안길을 뜻한다. 코스 자체가 험하지 않아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돌아볼 수 있다. 닭머르 해안길에는 정자가 하나 있다. 정자까지는 하나의 길이 구불구불하게 조성되어 있는데, 좌우로 억새가 가득하다.


닭머르 해안길은 제주도에서 유명한 갯바위 낚시 스폿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곳은 갯바위 낚시꾼들의 성지기도 하다. 어종이 워낙 다양하게 걸린다고 한다. 실제로 닭머리 해안길을 걷다가 갯바위로 눈을 돌리면 거의 항상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잡아 올리고 있었다. 봄이면 유채꽃도 피어난다. 닭머르 해안 유채꽃밭은 평지에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굴곡지고 군데군데 여백이 있어 사진 촬영하기 제격이다. 닭머르 왼쪽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는 버섯처럼 보인다고 하여 ‘버섯바위’라고 불린다. 해가 질 무렵, 한 번쯤은 꼭 들려야 할 제주 명소다.
 
닭머르 해안길
주소: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2318-2


닭머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3404


해안누리길50코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2318-250코스



세월의 멋, 신촌향사


신촌향사는 조선 후기의 건물, 제주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곳이다. 과거 지방 공무를 이곳에서 처리했다고 한다.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제주도의 일반적인 민가보다 조금 큰 수준이고 중앙의 대청이 넓은 편이다. 1805년 미로마을로 옮겨 세워졌고, 그 뒤 여러 번의 유지 보수를 거쳐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침수를 대비해 지반을 높이는 보수를 거치며 본래 공간 분위기는 거의 상실되었다고 한다.


신촌향사의 외관, 푸르른 거목이 눈에 띈다
세월의 향기가 가득 느껴지는 공간이다


하지만 세월의 멋이라는 것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 내부에 들어서면 한순간에 고요해진다. 유난히 크게 들려오던 파도 소리도 잠시 멈춰버린 느낌. 거대한 거목이 하늘을 가린다. 내부를 살펴보니 민가와 그리 다르지 않다. 현재 마을주민들은 마을제와 풍어제를 신촌향사에서 지낸다고 한다. 마당에는 그 소원들이 담긴듯한 돌탑이 정성스럽게 쌓여있다. 세월이 묻어있는 공간에는 언제나 고요한 울림이 함께한다.


현재 신촌향사에서는 마을제를 지낸다
신촌향사를 관리하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


신촌향사
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촌5길 27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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