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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국내여행

'춘천 가는 기차'가 달렸던 길,
이제는 거닐어보자

by 트래비 매거진

7080세대라면 '춘천 가는 기차'에 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청량리역을 출발해 춘천까지 덜컹거리며 달렸던, 그 기차 말이다. 꼬리 칸 끝자락에서 창문 너머로 시원하게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며, 경쾌한 기차 소리를 리듬 삼아 흥얼거렸던 그때의 추억이 여전히 생생하다(물론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승무원들도 크게 제지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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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은 1939년에 개통한 철도였다. 서울의 성동역과 춘천역을 오갔던 것이 시작이었다. 경인선 등 다른 선로가 일제의 침탈용으로 만들어졌지만, 경춘선만큼은 아니었다. 춘천 상인이 중심이 된 번영회에서 '경춘철도 기성회'를 조직, 4년간 공사 끝에 완성한 철도였다. 7080 세대의 향수만큼이나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철길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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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새로운 선로가 생기면서 기존 선로는 폐선했다. 이제는 전철과 ITX-청춘 열차가 서울과 춘천을 연결한다. 자연스레 무궁화호 열차가 오갔던 옛 경춘선 선로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춘천으로, 간현으로, 대성리로 여행을 떠났던 수많은 청춘의 추억이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화랑대역과 그 주변의 선로가 남아 있었지만,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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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서울과 구리 사이 경계선부터 경춘철교까지 약 6km 구간의 선로를 공원화한다는 발표였다. 일제강점기에 건설되어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던 구 화랑대 역사(등록문화재 제300호)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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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옛 경춘선 선로 부지가 경춘선숲길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철길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주변에 문화와 예술을 덧입혔다.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도 그대로다. 구 화랑대 역사는 전시관이 되었고, 선로에는 체코나 일본 등지에서 들여온 열차를 전시했다. 전반적으로 레트로한 분위기에 이국적인 느낌의 전시품이 많아 사진 촬영을 하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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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선 화랑대역에서 북쪽으로 꺾여 올라가는 길부터는 계속 산책로다. 경춘선의 이미지에 걸맞은 벽화, 계절마다 예쁜 꽃이 피어나는 화단이 길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물론 요즘 같은 겨울에는 흰 눈이 쌓이며 모든 것을 가려버리고는 하지만 말이다. 곳곳에서 철로, 신호기 등등 옛 경춘선의 흔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곳곳에 쉬어갈 만한 공간이 많다는 점도 경춘선숲길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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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동도깨비시장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80길 53


경춘선숲길은 공릉동도깨비시장과도 이어진다. 공릉동도깨비시장은 1939년 경춘선 철도가 개통되는 시점에 생겨난, 유서 깊은 시장이다. 기차가 다니면서 이 인근에 모이기 시작했던 상인들이 단속이 뜰 때마다 도깨비처럼 사라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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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브레드 공릉점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로41길 32


시장 주변으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공릉동 기찻길 골목' 편에서 솔루션을 받았던 식당들이 있다. 그 밖에도 다채로운 분위기의 식당, 카페, 베이커리, 펍 등이 모여 있어, 이 일대를 '공리단길' 혹은 '공트럴파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식당을 차례로 다녀봐도 좋고,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브런치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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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숲길은 말 그대로 도심 속 숲길이 되어 경춘철교까지 이어진다. 구 화랑대 역사, 공릉동도깨비시장만큼 볼거리가 풍성한 길은 아니지만,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거닐기에 좋다. 마음껏 산책을 즐겨보자. 참고로, 화랑대역사 전시관에서 북동쪽으로도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태릉과 강릉 방향으로도 연결된다. 함께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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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역(폐역)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찾아가는 법


경춘선숲길에 방문하려면 6호선 화랑대역 4번 출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다. 경춘선 갈매역에서 하차 후 2번 출구에서 도보로 삼육대교차로까지 이동한 뒤, 경춘선숲길로 들어서는 것도 가능하다. 1호선 월계역, 7호선 공릉역에서도 경춘선숲길과 바로 연결되는 7호선 공릉역은 공릉동도깨비시장과 함께 방문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적당한 경로다.


경춘선숲길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272-2



글·사진 김정흠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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