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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20. 2021

'춘천 가는 기차'가 달렸던 길,
이제는 거닐어보자

7080세대라면 '춘천 가는 기차'에 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청량리역을 출발해 춘천까지 덜컹거리며 달렸던, 그 기차 말이다. 꼬리 칸 끝자락에서 창문 너머로 시원하게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며, 경쾌한 기차 소리를 리듬 삼아 흥얼거렸던 그때의 추억이 여전히 생생하다(물론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승무원들도 크게 제지하지는 않았다).
 


경춘선은 1939년에 개통한 철도였다. 서울의 성동역과 춘천역을 오갔던 것이 시작이었다. 경인선 등 다른 선로가 일제의 침탈용으로 만들어졌지만, 경춘선만큼은 아니었다. 춘천 상인이 중심이 된 번영회에서 '경춘철도 기성회'를 조직, 4년간 공사 끝에 완성한 철도였다. 7080 세대의 향수만큼이나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철길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2010년 새로운 선로가 생기면서 기존 선로는 폐선했다. 이제는 전철과 ITX-청춘 열차가 서울과 춘천을 연결한다. 자연스레 무궁화호 열차가 오갔던 옛 경춘선 선로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춘천으로, 간현으로, 대성리로 여행을 떠났던 수많은 청춘의 추억이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화랑대역과 그 주변의 선로가 남아 있었지만,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서울과 구리 사이 경계선부터 경춘철교까지 약 6km 구간의 선로를 공원화한다는 발표였다. 일제강점기에 건설되어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던 구 화랑대 역사(등록문화재 제300호)도 함께였다.



2018년,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옛 경춘선 선로 부지가 경춘선숲길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철길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주변에 문화와 예술을 덧입혔다.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도 그대로다. 구 화랑대 역사는 전시관이 되었고, 선로에는 체코나 일본 등지에서 들여온 열차를 전시했다. 전반적으로 레트로한 분위기에 이국적인 느낌의 전시품이 많아 사진 촬영을 하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구 화랑대역사


6호선 화랑대역에서 북쪽으로 꺾여 올라가는 길부터는 계속 산책로다. 경춘선의 이미지에 걸맞은 벽화, 계절마다 예쁜 꽃이 피어나는 화단이 길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물론 요즘 같은 겨울에는 흰 눈이 쌓이며 모든 것을 가려버리고는 하지만 말이다. 곳곳에서 철로, 신호기 등등 옛 경춘선의 흔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곳곳에 쉬어갈 만한 공간이 많다는 점도 경춘선숲길의 장점이다.


공릉동도깨비시장


공릉동도깨비시장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80길 53


경춘선숲길은 공릉동도깨비시장과도 이어진다. 공릉동도깨비시장은 1939년 경춘선 철도가 개통되는 시점에 생겨난, 유서 깊은 시장이다. 기차가 다니면서 이 인근에 모이기 시작했던 상인들이 단속이 뜰 때마다 도깨비처럼 사라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라라브레드


라라브레드 공릉점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로41길 32


시장 주변으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공릉동 기찻길 골목' 편에서 솔루션을 받았던 식당들이 있다. 그 밖에도 다채로운 분위기의 식당, 카페, 베이커리, 펍 등이 모여 있어, 이 일대를 '공리단길' 혹은 '공트럴파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식당을 차례로 다녀봐도 좋고,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브런치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다.


경춘선숲길 구 화랑대역사


경춘선숲길은 말 그대로 도심 속 숲길이 되어 경춘철교까지 이어진다. 구 화랑대 역사, 공릉동도깨비시장만큼 볼거리가 풍성한 길은 아니지만,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거닐기에 좋다. 마음껏 산책을 즐겨보자. 참고로, 화랑대역사 전시관에서 북동쪽으로도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태릉과 강릉 방향으로도 연결된다. 함께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경춘선숲길 구 화랑대역사


화랑대역(폐역)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찾아가는 법


경춘선숲길에 방문하려면 6호선 화랑대역 4번 출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다. 경춘선 갈매역에서 하차 후 2번 출구에서 도보로 삼육대교차로까지 이동한 뒤, 경춘선숲길로 들어서는 것도 가능하다. 1호선 월계역, 7호선 공릉역에서도 경춘선숲길과 바로 연결되는 7호선 공릉역은 공릉동도깨비시장과 함께 방문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적당한 경로다.


경춘선숲길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272-2



글·사진 김정흠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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