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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21. 2021

그 겨울 여주 여행, 영녕릉 산책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12월 중순답지 않게 따스했던 어느 날, 경기도 여주에 있는 영녕릉을 찾았다. 요즘 부쩍 생각이 나더라. 영녕릉은 세종과 소헌왕후, 효종과 인선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다른 조선왕릉에 비해 규모가 상당한 데다가, 두 능 구역을 잇는 숲길까지 있어 한두 시간 정도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두 개의 능을 한데 묶어 '영녕릉'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종대왕의 능도 '영릉(英陵)', 효종의 능도 '영릉(寧陵)'이기 때문이다. 두 능 구역의 명칭이 한글로는 동음이의어이기에, 이를 붙여 영녕릉이라고 하는 것이다.
 

세종대왕 동상


먼저 영릉, 그러니까 세종대왕릉부터 둘러보자. 잘 정비된 산책로가 안쪽으로 이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관측기구가 전시된 광장이 나타난다. 해시계, 혼천의 등등 당시의 과학 기술을 집대성한 기구들이다. 과학을 중요하게 여겼던 세종과 그의 신하들이 만들어 낸 작품들이다.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인 재실이 있다.
 

세종대왕릉


영녕릉이 반나절 정도 산책 삼아 방문하기 좋은 것은, 구석구석 이어지도록 산책로가 조성된 덕분이다. 걷다 보면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왕릉을 참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다.


세종대왕릉


세종대왕릉 방향으로 걷다 보면 붉은색으로 칠한 나무문이 눈에 띈다. 홍살문이다. 신라 시대부터 만들어졌던 문이다. 문의 의미보다는 잡귀를 쫓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동짓날에 새빨간 팥죽을 먹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 보면 된다. 신라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공간 앞에는 어김없이 이 홍살문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세종대왕릉


홍살문 뒤로는 돌로 다듬어진 길이 쭉 뻗어 있다. 높이가 다른 것이 눈여겨보아야 할 포인트인데, 높은 쪽이 왕의 혼령이 지나는 '향로'다. 조선왕릉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신성한 영역으로 여겨지니 밟지 않도록 주의하자.
 

세종대왕릉재실


세종대왕릉 또한 조선의 다른 왕의 능 구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전각인 정자각(제사를 지내는 건물)과 수라간(제사음식을 준비하는 건물)이 있다. 특이한 점은 신도비다. 추모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는 신도비는 조선왕릉에서 흔히 보이지 않는다. 세종과 그 선대 왕의 능 구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자각 뒤로 솟은 언덕이 능이다. 왼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영녕릉 왕의숲길


세종대왕릉에서 효종대왕릉으로 이어지는 길을 '왕의 숲길'이라고 부른다. 700m 정도 되는 숲길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어 걷기에 어렵지는 않다. 약간 경사진 언덕이 있지만 막상 걷다 보면 짧은 길이가 아쉬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효종대왕릉
효종대왕릉


효종대왕릉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


왕의 숲길 반대편으로는 효종과 인선왕후가 잠들어 있는 능 구역이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조선왕릉과 비슷한 모양새다. 세종대왕릉과 비교하면 한 가지 차이점을 찾을 수 있는데, 능침 두 개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세종대왕릉은 세종과 소헌왕후가 한 능침에 합장되어 있지만, 효종과 인선왕후의 합장릉은 두 개의 능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능 구역 또한 왼쪽으로 올라가 볼 수 있는 길이 있다.
 

효종대왕릉 재실


효종대왕릉의 제사를 준비하는 재실을 그냥 지나치지 말자. 다른 조선왕릉의 재실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을 거치며 거의 소실되다시피 했지만, 효종대왕릉의 재실만큼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료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


회양목


재실 내에 회양목이 있는데, 그 나이가 300살이 넘는단다. 아파트 단지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양목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한 크기다. 천연기념물 제459호 여주 효종대왕릉 회양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 옆으로 나란히 있는 느티나무와 향나무도 만만치 않은 수령과 크기를 자랑한다.
 

세종대왕릉

주소: 경기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 901-3
전화: 031-880-4700
입장료: 만 25~64세 500원
관람시간: 2~5월, 9~10월 09:00~18:00 / 6~8월 09:00~18:30 / 11~1월 09:00~17:30 (운영 종료 1시간 전까지 매표 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



글·사진 김정흠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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