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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21. 2021

러시아 하바롭스크 펍
'파니 파자니'와 '술탄 바자르'

하바롭스크는 러시아 극동 지방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은근히 조용한 도시다. 햇볕이 드는 날은 연중 100일 조금 넘는 수준이고, 대륙성 기후 탓에 춥기까지 하다. 그래도 겉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이 도시에 숨은 매력이 너무도 많다.
 


현지 주민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하바롭스크 시내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다. 러시아 극동 지역의 개척 시대 즈음 지어진 건물이 아직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지금 소개할 이 건물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역사가 깊단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이야기일 테지만,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이야기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고야 만다.
 
낡은 외관, 불규칙한 크기와 모양의 벽돌을 쌓아 만든 벽, 오래된 목조 창틀,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말린 과일 꾸러미, 시끌벅적하지만 유쾌한 소음의 연속. 중세 유럽의 대항해시대의 선술집 속 분위기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파니 파자니(Pani Pazani)'와 '술탄 바자르(Sultan Bazar)'는 한 건물에서 비슷한 콘셉트로 식당과 펍을 운영하지만, 이름만큼은 별도로 갖고 있는 독특한 콘셉트의 공간이다. 먼저 1층, '파니 파자니'부터 살펴보자. 중세 유럽 혹은 판타지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분위기의 펍이다. 옛 체코 스타일을 테마로 꾸민 공간이라는데, 매일 밤 하바롭스크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여겨질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파니 파자니'는 기본적으로 맥주를 직접 빚어내는 브루펍이다. 벽면 한쪽을 단골들의 맥주잔으로 가득 채운 것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주조하는 맥주를 믿어봐도 좋다는 뜻이다. 특히 흑맥주가 괜찮다. 고소한 향과 진한 바디감이 매력적이다. 방문한다면 꼭 한 번쯤은 흑맥주를 맛보자.
 


무심한 듯, 툭 던져놓은 듯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현실감을 잊게 한다. 창틀 하나까지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구현해 낸 섬세한 디테일이 '파니 파자니'를 더욱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는 유럽의 감성을 오롯이 느껴볼 것.
 


맥주와 곁들일 만한 여러 메뉴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해물샐러드나 소시지, 감자튀김, 바비큐 플레이트 등이 '파니 파자니'의 인기 메뉴다. '식사'스러운 메뉴가 부담스럽다면 디저트류도 괜찮다.


술탄 바자르


2층, '술탄 바자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동아시아의 분위기를 인테리어로 한껏 살려냈다. 화려한 색감은 '술탄 바자르'의 분위기를 매혹적으로 물들인다. 중세 아랍 지역의 분위기가 이곳에 재현되어 있다. 하바롭스크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이색적인 곳이다.


술탄 바자르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흔히 먹는 고기 꼬치 요리 '샤슬릭'을 굽는 조리대에서는 계속해서 불꽃이 솟아오른다. 오픈 키친 안쪽에서도 요리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술탄 바자르'에서는 아랍 등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과 러시아 요리를 함께 선보인다. 종업원들은 한결같이 유쾌하다. 손님 중 생일을 맞은 이가 있다면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처럼 축하 노래와 춤을 선물한다.
 
이런 이색적인 공간, 흥겨운 분위기는 '파니 파자니'와 '술탄 바자르'를 하바롭스크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했다. '술탄 바자르'에서 아랍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파니 파자니'에서 옆자리 현지인과 맥주잔을 부딪치며 하바롭스크의 반전을 한껏 누려보자.
 
 Pani Fazani
위치: Ulitsa Murav'yeva-Amurskogo, 3а, Khabarovsk
영업시간: 15:00~01:00 (술탄 바자르는 12:00 오픈 / 토·일요일은 13:00 오픈, 금·토요일은 02:00까지 영업)
주요메뉴: 수제 맥주 210루블, 감자튀김 등 모둠 튀김 안주 520~790루블 등



글·사진 김정흠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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