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국내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비 매거진 Dec 23. 2021

사도세자와 정조를 만나다
'화성 용주사와 융건릉'

화성 용주사와 융건릉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정조를 만나고 왔다.
슬픔이 배었지만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버지의 명복의 빌며
용주사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다는 뜻의 용주(龍珠). 웅장한 이름과는 달리 단아함과 아늑함이 돋보이는 사찰이다. 경내 곳곳에 쉬어갈 만한 툇마루와 나무그늘이 많은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용주사는 854년(신라 문성왕16년) 갈양사로 창건해 952년(고려 광종3년) 병란으로 소실된 사찰이다. 1789년(정조13년)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花山)으로 옮긴 정조는 이듬해인 1790년에 이곳 절터에 용주사를 창건한다. 아버지의 능인 현륭원에 명복을 빌어 주는 능사(陵寺)를 지은 것이다. 효심 지극한 정조는 대웅보전 낙성식 전날 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꾼 후 이곳을 ‘용주사’라 이름 지었다.



용주사 여정은 사천왕문을 지나 삼문으로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삼문 앞에는 왕실의 능, 원, 묘 등지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세우는 홍살문이 서 있다. 용주사에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셨기 때문이다. 기록에 따르면 용주사에서는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정조와 효의왕후의 위패를 모시고 일 년에 여섯 번 제를 올렸다 한다. 이는 일제강점기인 1907년 이후로 중단됐다. 용주사에서는 2008년 100년 만에 사도세자의 제를 지내며 홍살문을 복원했다. 이 땅에 홍살문이 있는 사찰은 용주사와 공주 동학사 단 두 곳이다.



삼문을 지나면 5층 석탑 뒤로 천보루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6개의 돌기둥이 받치고 선 천보루 아래에서 바라보는 대웅보전의 자태가 곱다. 대웅보전 주변으로는 국보 제120호인 용주사 범종과 더불어 천불전, 사방칠등각, 호성전 등의 당우가 자리한다. 그밖에 용주사의 주요 문화재로는 보물 제1754호로 지정된 불설부모은중경판(佛說父母恩重經板)이 있다. 불교계의 효경인 불설부모은중경판에는 정조의 효심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용주사는 승무제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승무는 끝내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 고뇌를 표현한 민속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교과서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지훈의 <승무>도 용주사를 배경으로 탄생한 시다. 슬프지만 고운 승무의 춤사위는 용주사와 여러 면모로 닮았다.



용주사

주소: 경기 화성시 용주로 136
입장료: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
주차료: 무료
전화: 031-234-0040
홈페이지: www.yongjoosa.or.kr



저세상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융건릉


용주사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용주사를 존재하게 한 융건릉이 자리한다. 융건릉은 추존 장조의황제(사도세자)와 헌경의황후(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인 융릉과 정조선대왕과 효의선황후의 합장릉인 건릉을 말한다. 정문 오른쪽인 동쪽은 융릉, 서쪽은 건릉이다. 어느 능을 먼저 찾아도 좋겠지만 관람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는 융릉을 먼저 가리킨다.



융릉으로 향한다. 흙길을 따라 양쪽으로 펼쳐진 솔숲이 자꾸만 발길을 붙든다. 세월을 머금고 크게 자란 노송은 자체로 멋지다. 곧으면 곧은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아름답고, 이끼가 끼면 낀 대로 고색창연하다. 이곳의 노송은 사람 키의 몇 배나 되게 자랄 동안 아름다움만 간직하는 비법이라도 터득한 듯하다.



1762년(영조38년) 뒤주 속에 갇혀 세상을 떠난 사도세자의 능은 현 서울 동대문구 배봉산 아래에 있었다. 1776년 왕위에 오른 정조는 사도세자의 존호를 장헌이라 높이고, 묘호를 수은묘에서 영우원으로 바꾼다. 1789년 영우원은 화산으로 천장하며 현륭원으로, 1899년(광무3년) 사도세자가 장조로 추존되며 다시 융릉으로 격상됐다.



저세상에서라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한 해에도 몇 차례씩 아버지의 능을 찾아 애도했다는 정조는 1800년 세상을 떠나며 아버지 곁에 묻힌다. 현륭원의 동쪽 언덕에 조성된 정조의 능은 1821년(순조21년) 효의선황후 김씨가 세상을 떠나며 현륭원 서쪽 언덕으로 천장했다.

융릉과 건릉은 걸어서 10분 거리다. 융릉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 건릉으로 가도 좋고, 산책로를 이용해도 좋다. 늘 푸른 소나무와 계절의 변화를 품은 참나무가 공존해 걷는 내내 마음 설레는 길이다.



융건릉

주소: 경기 화성시 효행로 481번길 21
관람시간: 2~5월·9~10월 09:00~18:00, 6~8월 09:00~18:30, 11~1월 09:00~17:30 *월요일 휴무 *관람시간 1시간 전 매표 마감
입장료: 만 25세~만 64세 1,000원
주차료: 무료
전화: 031-222-0142
홈페이지: royaltombs.cha.go.kr



글·사진 이진경 트래비 객원기자



매거진의 이전글 생애 꼭 한 번은 '석모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