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가 고구려 땅이었던 때, 그 역사의 흔적을 찾아간다. 굽이치며 흐르는 남한강과 그 일대 마을과 들판을 굽어볼 수 있는 장미산성, 장미산성 남쪽 마을에서 발견된 충주고구려비, 그리고 장미산 서남쪽 작은 봉우리에 지어진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을 돌아보며 큰 나라 고구려의 기상을 배운다.
이름도 예쁜 장미산성
삼국시대 충주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장이었다. 처음에는 백제 땅이었다가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때 고구려 영토였다. 이후 신라 진흥왕 때 신라가 차지한다. 세 나라의 전성기 때 각 나라가 충주 지역을 차지한 것이다. 장미산성은 신라 진흥왕이 충주를 차지하기 전까지 70년 안팎의 세월 동안 고구려의 성이었다.
장미산성, 이름 참 예쁘다. 서로의 심장을 겨눈 창칼의 삼엄함이 24시간 이어지는 국경에 있는 성 이름이 ‘장미’라니! 성 이름은 오랜 옛날 보련이와 장미 남매의 전설에서 따왔다고 한다. 성이 있는 산 이름도 장미산이다.
성의 규모는 높은 곳이 5m, 너비는 5~10m, 둘레는 약 3km 정도다. 동북쪽 성벽에 나무 기둥을 여러 개 박아 만든 치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산성은 장미산 정상과 계곡 등 정상부 둘레를 에워싸고 있었다. 지금은 성벽 일부를 볼 수 있다.
충주시내에서 장미산성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드물다. 시내버스를 타더라도 해당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산성까지 2km 정도 걸어야 한다. 택시를 탔다. 산성 바로 아래 봉학사라는 절까지 승용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길이 났다.(상황에 따라 차량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다.)
장미산성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
장미산성 한 바퀴
봉학사를 지나 성곽 위에 난 길로 걷는다. 산성의 동북쪽 모퉁이가 전망 좋은 곳이다. 남한강과 주변 산줄기, 산과 강의 품에 안긴 마을들을 굽어본다. 골격이 드러난 겨울산은 힘줄 불거진 팔뚝 같다. 굽이치는 남한강을 비호하며 내달리는 산줄기의 풍경 앞에서 칼바람이 오히려 통쾌하다.
성곽 길을 따라 걷다가 헬기장을 만났다. 멀리 남한강 물줄기가 햇볕에 반짝인다. 중앙탑이라는 별칭이 더 유명한 충주탑평리칠층석탑이 있는 공원이 손톱만 하게 보인다. 조금 더 가면 장미산 정상이다.
장미산 정상은 산성의 서북쪽 구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도 시야가 트인다. 장미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산자락과 봉우리들이 보이고 멀리 노은면 일대와 더 먼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겹겹이 겹친 산줄기가 농담을 달리하며 파도처럼 밀려온다. 작은 봉우리 위에 앞으로 들려야 하는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이 보인다.
정상에서 봉학사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도 성곽과 남한강 풍경을 한눈에 넣을 수 있다. 봉학사에 도착했다. 먹을 것 없는 겨울산, 누군가 새들을 위해 플라스틱 소쿠리에 곡식 한 줌 올려놨다.
봉학사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윗말1길 173
장미산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고구려비, 충주고구려비를 보다
장미산성 남쪽 아래 선돌마을이 있다. ‘선돌’이란 돌이 서있다는 뜻이다. 선돌마을의 한자식 이름은 ‘입석(立石)’이다. 전국에 입석이라는 이름의 마을은 많다. 돌이 서있는 마을, 조선시대 숙종 임금 때 마을에 사는 전의 이씨가 공을 세워 땅을 하사했는데 선돌을 경계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 선돌이 고구려비라는 것을 몰랐다. 선돌이 고구려비라는 게 밝혀진 건 1979년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고구려 비석이다. 국보로 지정됐다. 충주고구려비전시관 전시실에 충주고구려비가 우뚝 서있다.
충주고구려비전시관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감노로 2319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에서 홍염을 보다
충주고구려비전시관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이 있다. 천체투영실에서 우주에 대한 여러 영상을 볼 수 있다. 천체관측실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달과 별을 본다.
안내해주시는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천체망원경에 눈을 대고 해를 본다. 해가 붉고 동그란 원으로 보였다. 7시 방향에 불꽃을 보라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그쪽을 보고 있는데 해 표면에서 아주 작은 불꽃이 솟구치는 게 보였다. 그게 바로 해에서 솟은 불기둥, 홍염이었다.
지름이 약 139만km인 해가 망원경 안에서 작은 원으로 보인다. 지구가 1cm의 작은 원이라면 태양은 지름이 약 11m인 큰 원이다. 그러니까 망원경을 통해 보았던 홍염이 지구보다 더 큰 불기둥이었던 것이다. 순간 고구려의 상징이자 태양에서 산다는 새, 삼족오가 떠올랐다.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묘곡내동길 100 고구려천문과학관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