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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27. 2021

옛 시골 고향마을의 추억에
마음이 애틋해지다

눈 쌓인 초가지붕, 초가집 처마에 달린 고드름, 흙돌담 앞 장독대에도 눈이 쌓이고, 마을 앞 물가에도 산에도 온통 새하얀 눈이다. 눈 쌓인 문의문화재단지는 옛 고향마을 겨울 풍경 같다. 꽁꽁 언 개울에서 썰매를 지치고 팽이를 치며 놀던 날들, 바람 좋은 날은 뚝방 위에 올라 연을 날렸다. 설날 아침을 깨우던 까치소리, 아궁이 군불 때는 향기, 해마다 이맘때면 고향 시골마을 풍경이 떠오른다.


문의문화재단지와 대청호


옛 마을 앞에서 먹는 옛날 음식들


점심때가 지나 문의문화재단지 앞에 도착했다. 배는 벌써부터 고팠지만 고향 같은 옛 시골 마을을 볼 수 있는 문의문화재단지 앞에서 아무거나 먹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먹던 음식을 떠올리며 찾은 곳이 ‘들기름 두부지짐’과 ‘비지장’을 파는 식당이었다.


들기름 두부지짐


‘들기름 두부지짐’은 직접 빚은 두부를 들기름에 지지는 거다. 튀기는 것도, 굽는 것도 아니라 지지는 거다. 겉이 노랗게 지져진, 구수한 들기름 향이 밴 두부를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옛날 시골에서 그렇게 먹었다. 들기름, 두부, 양념간장의 맛이 입안에서 어우러져 옛 추억을 불러온다.


비지장


‘비지장’은 두 종류인데, 하나는 발효시킨 비지로 끓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발효시키지 않은 비지로 끓이는 것이다. 발효 비지로 끓이는 비지장엔 잘 익은 김치가 들어간다. 옛날에 고향 시골에서는 발효시킨 비지로 비지장을 끓였다. 요즘은 대부분 비지장을 비지찌개라고 부른다. 발효시킨 비지로 끓이는 식당이 드물다.

날 덥고 화사한 단풍에 정신없을 때는 이 두 음식 생각이 잘 안 난다. 칼바람에 옷깃 여미는 겨울이면 삭풍에 문풍지 떨리던 엄동, 지붕 위에 마당에 하얀 눈 쌓인 고향 마을이 생각나면서 ‘들기름 두부지짐’과 ‘비지장’의 맛과 향기가 떠오른다. 문의문화재단지 앞 식당에서 오랜만에 추억의 맛을 느꼈다.
 


눈 쌓인 문의문화재단지를 돌아보다


문의문화재단지는 꽁꽁 언 개울에서 썰매 지치고 바람 부는 뚝방 위에 올라 연을 날리던 어린 시절 고향 시골 마을의 추억을 떠올리기 좋은 곳이다.


눈 쌓인 지붕과 대청호, 멀리 산줄기가 잘 어울린다.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댐이 생기면서 수몰된 마을의 집과 유적, 인근 마을에 있던 옛 집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눈을 밟으며 걷는다. 문의문화재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초가와 기와가 어우러진 시골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고인돌도 볼 수 있다. 초가지붕에도 고인돌에도 눈이 포근하게 쌓였다.



조선시대 숙종 임금 때인 1706년에 문의현 북면 도화리(현재 문의면 도원리) 마장마을에 살던 서덕길의 효행을 기려 나라에서 세운 ‘서덕길 효자각’도 있다. 강내면 한양 조씨 문중에서 시묘 했던 여막도 재현해 놓았다. 여막의 주인공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묘 옆에 여막을 짓고 3년 동안 생식을 하며 시묘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옛날 시골집 광
청주 부강리에 있던 고가를 문의문화재단지에 옮겨 놓았다.


흙벽돌로 지은 토담집, 시골마을에서 술과 국밥을 팔고 숙박업도 겸했던 주막집을 재현 한 집도 있다. 청주 부강리 고가도 볼 수 있다. 중부지방 양반이 살았던 집은 안채, 사랑채, 행랑채, 광, 측간 등이 보인다.


문의현 객사였던 문산관


문산관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산리


충청북도 유형문화재인 문의 문산관은 조선시대 현종7년(1666년)에 세워진 문의현의 객사다. 대청댐 수몰지역에 있었는데 1979년 문의면으로 옮겼다가 1996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지었다.
 

늘 푸른 나무 아래 눈 쌓인 초가지붕을 보면 고향의 옛 일이 그리워진다.


초가집 처마에 매달린 반가운 고드름


초가지붕 위에도, 기와집 지붕 위에도, 흙돌담 위에도, 장독대 항아리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그런 풍경 속을 거닐었다. 발길 닿는 곳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렇게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겨울나무가 대청호를 바라보고 있다.


초가와 기와집이 어울린 마을 전체가 하얗다. 그 앞에 대청호가 보이고 대청호를 감싸고 있는 산줄기가 눈에 덮여 하얗다. 옛 고향 시골 마을의 겨울도 그랬다.

그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해 기우는 길을 걸어 마을로 내려가고 있었다. 마을 곳곳을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못 본 풍경이 남아 있었다.


초가지붕에 달린 고드름
초가지붕에 매달린 고드름. 옛날에는 고드름도 따서 먹었다.


초가집 처마에 커다란 고드름이 줄지어 매달렸다. 오후의 햇볕에 고드름이 반짝인다. 툇마루 앞에 서서 햇볕을 받으며 고드름을 보았다. 처마에 달린 발 같았다. 고드름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겠다는 옛 동요가 생각났다. 옛 친구들이 떠올라 한참동안 아련했다.


문의문화재단지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721 대청호미술관
전화: 043-201-0915
관람료: (어른)1,000원 (청소년)800원 (어린이)500원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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