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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an 28. 2022

함께 살아가다,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화성 융건릉과 용주사를 다녀온 후 수원화성이 궁금해졌다.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으로 묘를 쓰고 절을 지은 정조는 과연 효심 가득한 아들이기만 했을까. 수원화성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처럼 백성을 위하는 정조를 만나고 왔다.
 

수원화성 팔달문


팔달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780 팔달문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풍수지리에 좋다고 하니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으로 옮긴 정조. 효심으로 아버지의 묘를 천장했으나 원래 화산에 살던 백성들의 살 곳을 마련해 이주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조성된 신도시가 바로 수원화성이다. 신도시를 건설하며 정조는 왕도정치 실현을 더불어 꿈꾼다. 그리하여 수원화성 건설에는 당시 조정을 쥐락펴락하던 노론을 배제하고 실학자들을 대거 등용한다. 수원화성의 설계에 나선 이는 정약용. 현장소장은 여러 실학자들을 후원했던 채제공이 맡았다. 1794년 1월에 시작된 공사는 1796년 9월 초에 끝났다. 거중기로 대표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노동자들을 적절하게 대우하며 예상보다 공사 기간이 짧아졌다.
 


수원화성의 성곽은 자연 지형 그대로 구릉을 따라 지어졌다. 성곽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고 제각각인 건 이 때문이다. 애초의 계획대로 성 안에는 백성들의 거주공간이, 성곽을 따라서는 군사 시설물이 만들어졌다. 이는 기존 마을과는 확실히 다른, 신도시의 개념이었다. 전쟁이 나면 마을을 버리고 피란하기 바빴던 백성들은 조금이라도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장안문을 지나 수원화성으로 진입하게 된다. 수원화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장안문은 한양을 향해 세워진 까닭에 이름 또한 장안문(長安門)이다. 수원화성에는 4대문에 해당하는 장안문과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을 비롯해 비상시 군사들이 이용하는 5개의 문, 물이 지나는 2개의 북수문과 남수문이 있다. 장안문에서 큰길을 곧장 달리면 남쪽의 팔달문에 이른다. 이름 그대로 사통팔달한 곳에 위치한 팔달문을 거치면 수원화성에서 수원 곳곳으로 갈 수 있다. 정조가 아버지를 뵙기 위해 현륭원으로 갈 때에도 이 팔달문을 지났다.


수원화성 서장대


서장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수원화성을 꼼꼼하게 돌아보려면 하루가 벅차다. 짧은 시간에 수원화성의 이모저모를 담고 싶다면 팔달문에서 서장대로 향하는 코스를 선택하자. 남포루까지 급경사로 이뤄진 성곽을 따라 힘겹게 오르면 걷기 수월한 평평한 길이 나온다. 길은 여기저기로 뻗어 있다. 성곽을 따르는 길 뿐만 아니라 곳곳에 산길이 나 있다. 이 길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이 아닌, 수원 시민들의 쉼터인 수원화성이 존재한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이들도, 운동을 하는 어르신도 많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과 함께하는 도시의 흐뭇한 면모다.

주민들과 발 맞춰 산책하듯 걸으면 곧 서장대다. 팔달산 정상에 위치한 서장대는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수원화성 최고의 전망대다. 성곽 일대가 한눈에 보이니 그 옛날 장군들이 군사들을 지휘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였을 것이다. 누각에는 ‘화성장대(華城將臺)’라 쓴 정조의 친필 편액이 걸려 있다.
 

화성행궁


팔달산 정상 서장대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반듯하게 지어진 궁궐이 눈에 들어온다. 수원화성과 함께 조선시대 건축의 백미로 손꼽히는 화성행궁이다.

행궁이란 임금이 나들이 때에 머물던 별궁이다. 행궁의 목적은 크게 전란대비, 휴양, 능행으로 나뉜다. 전란대비의 목적으로 세운 행궁으로는 강화행궁, 의주행궁, 남한산성행궁 등이 있고, 휴양을 목적으로 세운 행궁으로는 온양행궁이 있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아버지의 능을 찾을 때 머물기 위해 만든 능행 목적의 행궁이다. 정조는 1789년 화산으로 아버지의 능을 옮긴 이후 180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차례나 수원을 찾았다고 한다. 1795년에는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열기도 했다. 정조는 70여 종의 음식과 꽃으로 성대하게 잔칫상을 마련하고, 어머니의 ‘만년의 수를 받들어 빈다’는 의미로 봉수당이라는 당호를 지어 현판도 쓰게 했다. 봉수당은 정전이자 관청으로 쓰인 화성행궁의 핵심 건물이다.

원래 화성행궁은 576칸의 거대한 규모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자혜의원 등이 들어서며 대부분의 건물들이 훼손되고 낙남헌과 노래당만 남게 됐다. 터만 남은 이곳은 2007년에 사적으로 지정, 1996년 복원공사를 시작해 2002년에 중심권역의 복원공사를 마쳤다. 지금도 일부 권역의 발굴과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봉수당
봉수당


화성행궁봉수당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화성행궁은 신풍루를 통과해 좌익문, 중양문을 지나면 보이는 봉수당을 중심으로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돌며 구경하면 된다. 드라마 <대장금>의 수라간 등지를 재현해 놓은 소소한 볼거리도 있다. <이산> <해를 품은 달> 등 화성행궁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쓰였다. 다만 유여택 한 켠에 쭉 전시해 놓은 뒤주는 조금 황당하다. 뒤주가 있어야 할 자리도 아닌데다가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를 연상케 하니 정조가 살아 있다면 놀라 자빠질 일이다. 참고로 유여택은 화성유수의 거처이자 정조 행차 시 신하를 접견하던 건물이다.


드라마 <대장금>의 수라간


수원화성
주소: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777번길 16 (팔달문 매표소)
관람시간: 09:00~18:00
입장료: 어른 1,000원
주차료: 화성행궁주차장 3시간 기준 2,000원, 3시간 이후 10분당 200원
전화: 031-290-3600
홈페이지: www.swcf.or.kr


수원화성 팔달문 매표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777번길 16


화성행궁
주소: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관람시간: 09:00~18:00
입장료: 어른 1,500원
주차료: 화성행궁주차장 3시간 기준 2,000원, 3시간 이후 10분당 200원
전화: 화성행궁 매표소 031-228-4677, 화성행궁 안내소 031-228-4480
홈페이지: www.swcf.or.kr



글·사진 이진경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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