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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Feb 04. 2022

한국에서 즐기는 와이너리 투어

홈술시대 덕분에 전세계의 다채로운 와인을 구매하긴 쉬워졌지만 해외에서 즐기던 와이너리 투어에 목마르다면 충북 영동군으로 가보자.
 
고품질 포도로 유명한 영동군 40여 곳의 와이너리에서 와인 생산뿐만 아니라 시음, 투어, 와인을 이용한 각종 체험으로 갈증을 달래기 위해.
 
한국와인의 품질에 대한 의문은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한국 와인 대상을 비롯한
한국의 권위 있는 대회를 휩쓸고 베를린와인트로피, 런던와인품평회, 파리와인컵, 아시아와인트로피 등
해외의 유명한 대회에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영동와인의 수상경력만 들어도 말끔하게 사라진다.
 


시나브로와이너리


 남편은 목공을 배워 가구를 만들고, 아내는 취미인 그림과 바느질을 살려 공간을 꾸미고, 아들은 라벨링과 출고를 하며 며느리는 보자기 포장과 온라인 판매를 하는 가족형 와이너리.



가족 모두 소믈리에인 시나브로 와이너리에서는 전면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받으며 와인족욕을 할 수 있다. 붉은 물에 발을 담그고 싱그러운 샹그리아나 감기를 예방하는 뱅쇼 한 잔을 곁들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족욕이 내키지 않는다면 와인쿠키를 만들거나 뱅쇼 또는 샹그리아를 직접 만들어도 좋고, 시나브로 와인을 시음하다 한 병 구입해 느긋하게 마셔도 괜찮다.
 


세계 5대 국제와인품평회 중 하나인 2021 베를린 와인 트로피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청수 화이트는 한국에서 육성한 포도 품종 청수만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이다. 생과용 청포도로 개발된 청수는 상품성이 떨어져 농민들에게 외면받았지만 시나브로 와이너리에 의해 양조용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한국와인의 위상을 높였다. 또, 청수 화이트’에 사용된 효모는 충북농업기술원 와인연구소에서 개발한 한국 토착효모로 한국포도와 잘 어울린다.


한국 땅에서 자란 한국 포도와 효모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청수 화이트를 한 모금 머금으면 맑고 싱그러운 한국의 자연이 느껴진다.



국내 농가형 와이너리 최초로 식품안전 관리인증인 해썹(HACCP)인증을 받고, 체험 시설을 늘리며 해마다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시나브로 와이너리. 시나브로는 순우리말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의미다.

시나브로 빠져드는 와인을 마시러 가족이 한마음으로 꾸리는 와이너리로 향해 보는 건 어떨까. 햇살처럼 따스한 온기를 머금은 특별한 와인 여행을 즐기기 위해.
 

시나브로 와이너리
주소 : 충북 영동군 심천면 약목2길 26
예약 : 043-742-5275



산막와이너리


 예술로 빚은 와인은 어떤 색을 띨까. 갤러리 같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 가득 강렬한 그림들이, 한쪽 구석에는 피아노와 기타가, 샹들리에 아래 홀에는 중후한 테이블과 바가 있는 곳. 산막와이너리는 때때로 살롱이 되고 와인바가 되며 스몰웨딩홀이나 연회장도 된다.
 


정도에 충실하게 원칙대로 와인을 빚으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남편, 캘리그라피 작가와 화가로 활동하며 레이블 및 포장을 제작하는 아내, 프랑스 요리 및 와인 교육기관인 르 꼬르동 블루 파리 본교에서 와인 코스를 수료한 딸과 홍보, 마케팅, 디자인 등을 함께하는 사위.

소믈리에 자격증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와인에 대해 배우는 가족이 양조, 경영, 디자인, 홍보, 마케팅, 관리까지 전부 맡아서 하는 산막와이너리에서는 늘 음악과 미술이 흐른다.



산막와인은 레이블 제작 시 와인 맛과 어울리는 작품을 고르고, 맛에 어울리는 캘리그래피를 쓴 후 레이블 디자인을 완성한다. 레이블의 원화는 1층 홀과 2층 작업실 겸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한국 최초로 세계대회에 입상한 비원은 산머루와 캠벨얼리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레이블의 농밀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전통식으로 불을 때 동증류기로 와인을 오랜 시간 천천히 뽑아낸 후 1년가량 숙성한 환희에서는 은은한 초콜릿향과 화려한 꽃향이 번진다.

충북 영동의 청정한 골짜기 산막골에서 10년간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흙, 강렬한 햇살, 맑은 물을 바탕으로 소음, 광해 없이 자라난 건강한 포도는 풍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젊지만 깊이 있는 클래식한 와인을 빚는 곳.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며 와인을 소량 생산하는 부띠끄 와이너리. 산막와이너리에선 때때로 무형문화재의 민요 소리가, 중국예술단의 춤과 노래가, 어떤 무명 연주가의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진다. 와인과 함께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싶다면 영동의 산막골로 향해 보자.
 

산막와이너리
주소 : 충북 영동군 영동읍 산막골길 31-45
예약 : 043-745-3888



와인코리아 샤토마니


와이너리 투어라면 연상되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는 곳, 와인코리아는 1994년부터 와인을 빚기 시작한 역사 깊은 와이너리다. 기암절벽 고성(古城)으로 유명한 충북 영동 마니산에서 재배한 포도를 정통 양조법으로 직접 양조한 순수 우리 포도주라는 의미의 샤토마니를 만들고, 2000년대 초반 국내 최초로 초등학교 폐교 리모델링을 실시, 고성과 같은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연간 500톤 이상의 와인을 발효, 숙성하는 와인코리아에는 커다란 와인통이 가득한 저장고, 포도, 와인, 와인코리아의 역사와 레이블을 살펴볼 수 있는 와인갤러리, 특별한 와인을 저장하는 개인와인셀러가 있다.



일제 강점기 탄약고로 사용됐으며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영동일대의 피난동굴이었던 저장고는 항상 13도로 온도가 유지돼 와인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와인갤러리에서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한국 등 국내외 건축가, 화가, 디자이너, 조각가, 도예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디자인한 콜렉션과 히딩크 와인 콜렉션 등 특별한 콜렉션으로 한국와인의 역사와 세계의 예술, 디자인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커다란 규모만큼 와인코리아에서는 먹고, 마시고, 즐길 공간도 다채롭다. 갤러리 같은 공간, 대규모 연회가 가능한 레스토랑, 프라이빗 룸, 포도넝쿨 아래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포도원장작구이, 카페. 식사는 4인부터 가능하지만 반 야외 공간에서 함께 발을 맞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 와인족욕은 소수여도 가능하다. 와이너리 가이드 투어부터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까지 다양한 체험은 물론, 매년 8월엔 포도 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와인코리아의 와인은 과일향이 풍부하고 달콤해 와인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시도하기 좋으며, 와인 선물샵 겸 전시장에는 각양각색의 와인, 와인 관련 액세서리, 와인에 곁들이기 좋은 안주와 간식 등이 진열돼 둘러보기만 해도 시간이 한참 소요된다. 와인 전용 시음잔인 타스트뱅(taste cin)을 구입하면 다채로운 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다.



MZ세대를 위한 패키지, 매니아층을 사로잡을 만한 보틀 디자인, 오크통이 아닌 한국식으로 발효하는 와인 등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국내 최대의 기업형 와이너리 와인코리아는 오늘도 새로운 와인을 연구한다. 한국 와이너리 투어의 정석을 맛보고 싶다면 와인코리아로 향해 보자.
 

와인코리아
주소 : 충북 영동군 영동읍 영동황간로 662
예약 : 043-744-3211



글·사진 이수연(자연형)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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