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서 카페 찾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좋은 커피 한 잔을 위해서 카페를 찾고 또 찾는다.
광주에서 그런 수고를 덜 수 있게끔 ‘로스터리 카페’ 4곳을 모았다.
다소 거만한 건 알지만, 지방 여행의 편안함 중 하나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갈 만한 곳을 추리는 게 서울만큼 어렵진 않다. 그렇지만 이제 카페는 다른 이야기. 국내 어디든 좋은 곳이 꽤 많아 심사숙고해야 한다. 광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엔 직접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 카페로 제한해서 골랐다. 결과는?
은밀하게 고요하게
화이트셔츠커피
지도 앱을 봐도 첫 방문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 가게와 가게 사이 조금은 좁은 문을 발견해야 화이트셔츠커피로 들어갈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근사한 지하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로스터리 카페이니 들어가자마자 로스팅 공간이 보인다.
뭘 알겠냐 싶지만, 그냥 그 공간을 보게 되면 커피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다. 쌓여 있는 원두 포대마저 멋스럽게 보인다. 메뉴판을 보면서 또 한 번 감동. 필터커피가 단 5,000원이니 말이다. 7~10 종류의 원두에서 고를 수 있는데, 로스팅 상태에 따라 바리스타가 추천해주는 원두를 선택하면 즐거운 커피 타임이 될 것이다.
디저트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세 종류의 쿠키와 치즈케이크, 크렘브륄레가 있다. 그중에서도 크렘브륄레가 놀랍다. 프렌치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맛. 부드러운 질감과 바닐라빈의 향기, 설탕의 달콤함이 잘 어울리고, 커피와도 궁합이 꽤 좋다. 가격도 단 4,000원. 마지막까지 즐거운 화이트셔츠커피에서의 시간이다. 참, 이곳에서 재밌는 지도도 구할 수 있다. 광주에 있는 카페와 디저트숍을 표시해둔 ‘과페인 지도’다. 광주 여행 시 꽤 쏠쏠하게 쓸 수 있으니 직원에게 문의해 보길.
화이트셔츠 커피
광주광역시 서구 월드컵4강로182번길 21 지하1층
보통날의 선물
서프클럽로스터리
방림동, 조금 낯선 동네로 오게 된 건 순전히 서프클럽로스터리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함이다. 평범한 주거단지에 있는 카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광주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알려진 모양새다.
일단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등을 마실 때도 4개의 원두 중 선택할 수 있다. 화사한 산미와 꽃향기의 '스윙', 고소하고 마일드하면서 달콤한 후미가 인상적인 '블루노트', 다크초콜릿의 풍미와 긴 여운이 돋보이는 '콜트레인', 콜롬비아 디카페인이 준비돼 있다.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되는데, 초콜릿의 진항 풍미를 좋아한다면 콜트레인 원두의 에스프레소를 꼭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깊은 여운의 후미까지 훌륭하다.
또 필터커피로 즐길 수 있는 5~7가지 원두가 준비돼 있는데, 특징이 잘 묘사돼 있으니 선택만 하면 된다. 물론 바리스타에게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 사실 어느 원두를 골라도 6,000~7,000원 가격 이상의 만족도를 얻게 될 것이다. 커피를 마신 후 여력이 된다면 양림동 투어로 여행을 이어나가도 괜찮겠다. 카페에서 우일선 선교사 사택, 오웬기념각 등이 1km밖에 되질 않아 충분히 걸어갈 만하다.
서프클럽로스터리
광주광역시 남구 대남대로107번길 10 1층 서프클럽로스터리
사색의 기쁨
반가사유
외관은 평범한, 심하게 표현하면 허름한 가게 같은 반가사유. 여기도 속을 봐야 그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곳이다. 커피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고스란히 밴 특별한 카페니까. 마스터에게 커피 취향을 알려주면 그에 맞는 원두를 적절히 추천해준다. 반가사유에서 준비한 원두는 대체로 산미와 과실 향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들이 많다.
평소 다크로스팅 원두를 선호한다 하더라도 반가사유에서는 색다른 시도를 해보길 추천한다. 위 두 카페보다는 가격대가 높지만, 게이샤 등 훌륭한 원두를 괜찮은 가격에 만날 수 있다. 또 커피를 내주는 잔과 맛까지 생각하면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 물론 필터커피 외에도 아메리카노, 라떼 아인슈페너, 아포카토 등의 음료도 판매한다.
공간도 나름 독특하다. 주문 카운터가 있는 공간 말고 살짝 왼쪽으로 빠지면 색다른 공간이 나온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커피를 향유하는 곳으로 꾸몄는데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또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사장용 의자도 눈에 띈다. 모던한 소품과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반가사유만의 공간이 완성된다.
반가사유
광주광역시 동구 백서로153번길 6
고소한 아침
우든버러
전남대학교 정문과 가까운 골목에 위치한 우든버러.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우선 가격부터 착하다. 기본 메뉴인 아메리카노 2,000원(매장은 +1,000원), 카페라떼 3,500원이다. 그리고 이곳의 대표메뉴인 우든버러 커피, 아몬드 브라운, 스카치화이트도 5,000원을 넘지 않는다. 게다가 필터커피도 4,000원대에서 맛볼 수 있다.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의 아메리카노가 4,500원인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대다. 가격만큼 카페 분위기도 따뜻함을 한껏 머금었다.
우드톤의 인테리어는 깔끔함이 돋보이고, 외관도 눈길을 끈다. 평범한 빌라촌에서 우든버러를 마주치면 바로 카메라를 꺼내게 만든다. 커피 마시기 전부터 장점 한가득 나열하고, 이제 고소한 시그니처 음료를 마셔보자. 시그니처 크림이 올라간 우든버러의 크림 라떼, 크림과 함께 마시다가 잘 섞어서 마시면 된다. 부드럽고 달달한 크림과 커피의 고소함이 살아 있는 라떼가 무척 잘 어울려 마음에 든다. 참, 직접 볶은 원두와 드립백도 판매하고 있으니 마음에 든다면 광주 여행 기념품으로 챙겨도 괜찮다.
우든버러
광주광역시 북구 자미로66번길 7-7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