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남부 구이저우성을 여행했다.
‘안순시’와 ‘첸난주’를 중심으로 최고라고 불리는 명소들을 한곳에 모았다.
貴州省
카르스트의 숨겨진 비경,구이저우성
구이저우성은 중국 서남부에 있다. 위쪽으로는 쓰촨성, 우측에는 후난성이 자리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오지다. 사람들은 구이저우를 사흘간 맑은 날이 없고, 평편한 3평의 땅이 없으며, 주머니에는 돈이 서 푼도 없는 곳(天無三日晴, 地無三尺平, 人無三分銀)이라고 표현해 왔다.
지금의 구이저우성은 다르다. 척박함이란 과거의 이야기다. 시가총액으로 코카콜라를 능가하는 마오타이주 그리고 세계 최대의 단일경 전파망원경(FAST) 천안(天眼, 텐엔)도 구이저우에 있다. 그런 구이저우성이 요즘 여행지로도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카르스트의 숨겨진 비경들과 온난한 기후 때문이다.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 등 물에 잘 녹는 암석으로 구성된 대지가 빗물 등에 의해 용식되어 생성된 지형을 뜻한다. 구이저우성은 우리나라 면적의 1.5배나 된다. 쉽게 덤빌 범위가 아니다. 그렇다면 핵심이다. 구이저우성의 ‘안순시’와 ‘첸난주’를 중심으로 ‘최고’라고 불리는 명소들만 먼저 돌아봤다. 여행은 계속될 테니까.
안순시, 천연의 쿨러
구이저우성 중서부에 있는 도시로 우리나라 충청북도 면적보다 크다. 그러다 보니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동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창밖으로 스치는 봉우리 때문이다. 만약 필리핀 보홀의 초콜릿힐이 이 풍경을 봤다면 질려 울고 갔을지도 모를 만큼 엄청난 숫자다. 문득 ‘저 봉우리마다 이름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순시는 무려 약 100개의 폭포와 약 1,200개의 종유동(석회동굴)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가 태고의 모습 그대로다. 지리적 요충지로 ‘운남의 목, 귀주의 배’로 불렸던 안순시는 최근 관광객들의 입을 통해 또 다른 별명을 얻었다. 바로 ‘천연의 쿨러’다. 연평균기온이 15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사계절 관광지다.
龙宫
용궁, AAAAA급 명승지
봉우리를 바라보며 한참을 달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용궁 안내센터 뒤편으로 펼쳐진 용자밭을 바라보았다. 용자밭은 무려 80,000m2의 들판에 유채꽃과 누에콩을 심어 거대한 용(龍)자를 그려 내는 장관의 현장이다. 그런데 시기가 늦었다. 이미 유채꽃이 저물어 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위도상 제주도보다도 훨씬 남쪽이다.
용궁은 일반에게 개방된 핵심관광 지역만 18km2에 달하는 국가 AAAAA급 명승지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풍경구와 같이 관광지 내에서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용궁의 첫 번째 포인트는 ‘용문비폭’이다. 높이 50m의 거대한 굴 속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카르스트 동굴폭포가 있다. 폭포의 규모도 38m 높이에 25m 폭이다. 마치 창문처럼 뚫린 상부 구멍으로 빛과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기이한 형국이다. 구멍 밖, 즉 지상부로 또 다른 호수가 있다는 뜻이다.
동굴 외부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이번에는 보트를 타고 직접 종유동 안으로 들어가 볼 차례다. 종유동은 총 5km 중 1km만 개방돼 있다. 그렇지만 보트를 갈아타며 동굴 안으로 진격을 거듭하다 보면 잃어버린 세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동굴은 보트 하나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움츠러들었다가 어느덧 커다란 광장으로 변신한다. 흘러내린 종유석의 모양도 천차만별이다. 거기에 오색의 조명이 더해져 신비감은 극도로 상승한다.
黃果樹瀑布
황과수 폭포, 물의 커튼
카르스트 지형의 또 다른 별천지, 황과수는 세계 최대의 폭포군을 자랑한다. 크고 작은 폭포를 18개나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높이 80m, 폭 100m의 대폭포를 황과수 폭포라 부른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로 꼽히며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 세계에서는 네 번째 규모다. 황과수 폭포는 경이롭다. 웅장함을 넘어 그야말로 압도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이곳 사람들은 황과수를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로 여름과 가을을 꼽는다. 이때 물의 양이 가장 풍부하고 자연경관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황과수 폭포는 여러 곳의 관람 포인트가 있다. 상하좌우 위, 아래 여섯 방향에서 폭포의 다른 경관을 담을 수 있다. 그중 가장 특별한 것은 폭포 뒤편에서다. 황과수 폭포 뒤편으로는 길이 150m의 동굴이 뚫려 있다. 말 그대로 수중 동굴인 셈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물의 커튼 동굴’이라 부른다. 이곳에서는 물줄기가 동굴 입구를 가리는 커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풍경구 깊숙이 들어가 황과수 폭포의 전면만을 보고 나온 것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됐다. 18개 폭포를 찬찬히 돌아보고 ‘물의 커튼 동굴’에서의 비경까지 살폈더라면. 결국, 한 번 더 가야겠단 이야기다.
Editor’s Pick
神泉谷景區
신천곡 풍경구
구이저우성 창순현 북쪽 우마강 유역에 있는 명승지. 이곳의 시그니처는 높이 188m, 길이 328m의 유리 다리다. 관광객은 다리를 건넌 후에 슬라이드를 타고 원점 회귀하게 된다. 아찔함과 통쾌함이 공존하는 액티비티다.
신천곡 풍경구는 드넓은 협곡 평지에 사계절 서로 다른 꽃들이 만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가을에는 핑크뮬리가 피어나 꽃밭을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인다. 이곳은 다양한 인문학적 요소가 공존하는 복합 친환경 생태 휴양 공간이다. 단지 내 자연을 직관할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숙소가 운영 중이며 카르스트 지형의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스폿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첸난부이족묘족자치주,
구이저우의 남대문
중국에는 56개 민족이 있다. 한족을 제외한 나머지를 소수민족이라 한다. 첸난주의 공식 명칭은 ‘첸난부이묘족자치주’로 2개의 현급시, 9개 현, 1개의 자치현을 포함한다. 중국 30개 소수민족 자치주 중 하나로 다채로운 문화와 풍습, 전통이 공존하는 곳이다. 구이저우성의 남쪽 중앙에 있어 ‘구이저우의 남대문’으로 불리는 이곳은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를 띈다. 녹색의 자연경관과 수많은 명승, 유적지, 대대로 내려온 문화자원은 첸난주의 자랑거리다.
瑶山古镇
요산고채, 백바지요족의 삶
요산고채는 첸난주 여파현 요산요족향 경내에 있는 ‘백바지요족’의 집거지다. 이곳 사람들은 ‘인류 문명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깊은 오지에 집단으로 거주하며 자연과 공존하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3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곳에서 총포 발사와 물소 뿔로 만든 나팔 소리를 듣고 전통주까지 마신 후에야 일정을 시작할 수 있다. 경계에서 환영으로 이어지는 단계다. 백바지요족은 남자들이 무릎 길이의 흰색 바지를 입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요산고채의 하이라이트는 어스름한 저녁마다 펼쳐지는 축제다. 전통의상을 입은 공연팀은 화려하고 절도 있는 군무 속에서 그들의 삶과 문화를 표현해 낸다. 척박한 땅을 가꾸고 마을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그들 민족의 자부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연이다. 공연장 한가운데 커다란 불이 오르면 부족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울리는 시간이다. 이때 긴 상 가득 음식과 술의 향연도 함께 펼쳐진다. 부족민들은 자리를 돌며 술을 권한다. 물론 남김없이 마셔야 환영에 응한다는 뜻이다.
사실, 요산고채에서의 시간이 행복했던 것은 축제 때문만은 아니다. 단지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닌 순수하고 진중한 삶의 모습을 마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몇십 년 거꾸로 흐른 듯했다. 땀내 풍기며 뛰노는 아이들,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小七孔景区
소칠공풍경구, 분재의 신비함
소칠공풍경구는 19km에 달하는 좁고 긴 계곡으로 다리, 폭포, 협곡, 호수, 동굴 등이 어우러져 신(神)계의 비경을 자랑하는 세계자연유산(2007년 등재)이자 중국의 AAAAA급 명승지다.
소칠공이란 이름은 계곡 초입에 있는 7개 아치가 있는 돌다리의 이름에서 따왔다. 1836년에 건축된 돌다리는 길이 25m, 너비 4m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구이저우성의 ‘여파’와 ‘광서(廣西)’를 연결하는 중요 시설이었다.
200년이 지난 소칠공교는 이미 문화재급 외관으로 변모했다. 세월이 흐르며 한몸이 된 이끼와 덩굴 때문이다. 돌 색도 고색창연하다. 소칠공교의 100m 위쪽에는 ‘라야폭포’가 있다. 라야는 아름다운 소녀를 뜻하는 부이족 말이다. 한참을 더 오르니 산에서 내려온 물이 길을 건너 계곡으로 떨어지는 절묘한 장면이 목격됐다. 이름하여 ‘부서진 다리폭포’다. 지역 주민들이 구멍 있는 나무를 놓아 물의 낙하지점을 먼 곳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관광객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폭포 아래를 지나야 전진을 할 수 있다. 물론 잠시라도 그 아래서 걸음을 멈추면 흠뻑 젖게 된다.
와룡담 풍경구 상류에 있는 호수. 고인 듯 잔잔하게 흐르던 물길은 또 다른 폭포를 만나 아래로 쏟아진다. 울창한 나무와 식물들 군데군데 솟아난 지형들은 마치 섬을 떠올리게 한다. 소칠곡풍경구를 ‘분재’라 부르는 이유에 진심 동감하는 순간들이었다. 소칠공의 백미는 찬란한 물빛이라는데, 다소 흐린 날씨 때문에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역시 소칠공은 소칠공이다. 담대하게 흘러내린 초록 물빛, 찬란함 대신 신비함이라니.
Editor’s Pick
平塘特大桥
핑탕대교
구이저우성 첸난현 핑탕현에 있는 다리로 2019년 완공됐다. 일명 ‘하늘의 다리(Sky Bridge)’로 불리며 총 길이 2,135m, 주탑 높이 332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콘크리트 교량이다. 3개 주탑의 형태는 모두 얇은 허리와 다이아몬드형 공간구조 디자인 콘셉트를 채택했다. 측면에서 보면 협곡 사이에 3개의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카이브리지 관광휴게소는 핑탕대교와 인접해 있으며 호텔, 캠핑장, 어린이 놀이터, 산책로, 전망대를 갖추고 있는 교량 명소다. 2022년에만 35만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가히 일품이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팅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