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여행의 빛깔도 다르기 마련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꿈꾸지만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라면 다르다.
넓고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나다운 여행’을 선물한다.
여행잡지 <트래비>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일본을 더했다.
<편집자주>
손고은 기자
와인 공동구매를 주도하는 애주가
일본산 와인 맛이 궁금하다면
와이너리 투어에 나섰다. 일본의 와이너리 200여개 중 82개가 있다는 야마나시현에서였다. 이곳의 일교차는 10도 이상으로 크고 일조량이 많다. 이런 기후적 특징 덕분에 포도가 잘 자란다고 한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와인 맛이 꽤나 궁금했다.
이곳 와이너리들은 주로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시라 등의 포도종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400여 년 전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과 한국을 거쳐 흘러들어온 유럽 포도 품종 ‘고슈’는 기후의 변화로 이제는 일본에서만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230리터 크기의 오크통은 거대했다. 그 통에서 포도는 2~3년 동안 산화 숙성 시간을 거치기도 하고, 400년 역사를 가진 커다란 도자기 ‘카메’에서 시간을 보내며 감칠맛을 더하기도 한다.
김예지 기자
어쩌다보니 ‘먹방 여행’ 전문기자
‘초밥 덕후’ 여기 모여라
기왕 시모노세키에 갈 거라면, 평일보단 주말이 백배 좋겠다. 시모노세키 선착장 앞 가라토 시장이 문을 열기 때문이다. 가라토 시장에 가야 할 이유이자 목적은 단연 ‘초밥 세계 평정하기’였다. 평소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만큼 온갖 초밥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연어, 성게 알, 장어, 새우 등 익히 봐 왔던 종류에서부터 생김새도 이름도 생소한 생선까지 구경하는 것만으로 배가 부를 정도였다.
가라토 시장의 시스템은 간단하다. 우선 맘에 드는 집을 선택한 후 일회용 용기와 집게를 집어 들고, 맘에 드는 초밥을 맘껏 골라 담으면 된다. 손수 고른 초밥들을 들고 계산대로 가니 젓가락과 간장을 함께 챙겨 줬다. 시장에서 즐기는 초밥 맛은 남달랐다. 그 신선한 맛에 합리적인 가격은 덤이었다.
유호상 트래비 라이터
세상의 모든 액티비티에 도전 중
오키나와 바다 속으로 다이빙
많은 섬으로 이뤄진 오키나와는 한 두 번의 여행으로 정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때는 오로지 스쿠버다이빙만을 목적으로 맑고 투명하기로 유명한 케라마 제도의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오키나와의 섬들 중에서도 맑고 투명하기로 이름난 곳이다. 경험 많은 선장과 다이빙 가이드가 그날그날 바다의 상황을 관찰한 후 포인트를 결정했다.
시작부터 감탄의 연속이었다. 맑고 깨끗한 수중에서 두 개의 거대한 바위가 맞았다. 그 바위 위아래를 유영하는 느낌은 마치 거대한 해저 유적지의 입구에 도착한 탐사대의 경외감과 다름없었다. 거대한 바위도, 협곡도, 절벽 너머도 마음껏 비상하는 기분이 바로 다이빙의 매력 아니었던가! 수많은 생명체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또 하나의 세상이자 또 하나의 우주이기도 했다.
신중숙 트래비 라이터
여행은 가급적 남들 안가는 곳으로
마니아가 사랑하는 소도시 탐험
오사카 남서부의 어촌 도시 기시와다를 한가롭게 거닐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지만, 일본 내에서도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소도시다. 단정하고 기품 있는 매력을 뿜어내는 기시와다 성, 그리고 매년 9월 이 작은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단지리 마츠리를 찾아 일본 전역에서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기시와다는 뭐랄까, 소박하면서도 화려하고, 모던하면서도 중후했다. 일본 전통 가옥을 보존하고 동시에 현대적으로 개조한 주택촌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1925년 건축된 유럽풍의 타코지조 역은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져 이색적이었다. 고풍스러운 기시와다 성은 깊은 역사와 섬세한 장식, 천수각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까지 부족함이 없는 명소였다. 성에서 조금 벗어나니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고서령 기자
트렌디하게 살지만 여행은 고즈넉하게
노면전차로 오카야마 시간여행
오카야마 여행을 시작하고 첫 번째로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거리의 노면전차였다.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지금까지 100년 넘게 운행되어 온 아주 오래된 대중교통. 빛바랜 외관의 전차에 올라타니, 개화기가 연상되는 유니폼을 입은 기사가 옛날 전차의 그것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듯한 운전대를 신기한 손길로 조작했다. 기사는 매 정류장에 도착할 때마다 등을 돌려 내리는 승객 한 명 한 명이 요금을 내는 걸 확인하며 인사를 건넸다. 화장기 하나 없는 깨끗한 얼굴의 수줍은 중학생들과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내릴 곳을 기다리는 승객들. 그 하나하나의 장면이 참으로 정겨워 21세기의 일상이 아닌 것 같았다.
전차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에도 나온 적이 있는 오카야마 성, 그 뒤편의 고라쿠엔 정원으로 안내하며 오카야마 시간여행을 거들었다.
김선주 기자
골프 구력 10년에 여전히 ‘백돌이’
바다를 향해 샷을 한다는 묘미
넓고 긴 페어웨이는 그린을 향해 내달리다 그 너머 푸른 바다로 스며들었다. 라운드 내내 샷은 그 바다를 겨눴다. 무모하지만 호기롭게! 오사카 퍼시픽블루CC에서는 누구나 홀가분했다. 골프장 이름에서 짐작했을 수도 있겠지만 푸른 태평양도 퍼시픽블루의 일부였다. 큼과 작음의 차이만 있을 뿐 18개 홀 중 한 두 홀만 빼고 거의 모든 홀에서 바다가 일렁이며 동행했다.
이 골프장을 설계한 ‘스페인 골프의 전설’ 세베 바에스테로스(Seve Ballesteros, 1957~2011)가 이곳을 이상적인 위치라고 했던 이유도 푸른 바다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 것 같다. 찬연한 햇빛에 맑게 빛나는…. 그의 말마따나 바다를 향해 친다는 것은 묘미였다. 온난한 해양성 기후도 사계절 골프장으로서의 매력을 높였다.
양이슬 기자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좋다
돌고래와 함께 질주하는 짜릿함
여행 중 야생 동물과의 조우는 언제나 가슴 뛰는 경험이다. 성공 확률 90% 이상인 돌고래 와칭 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큐슈로 향했다. 나가사키현 미나미 시마바라와 구마모토현 아마쿠사를 잇는 하야사키 해협이 그 무대다.
무려 400마리 정도의 돌고래들이 무리를 지어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두근두근, 배를 타고 나가기를 20여분, 정말로 돌고래 떼가 나타났다. 수면 위로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헤엄을 쳤다. 반갑다는 듯 배를 따르기도 하고 앞서기도 했다.
세상에나, 야생 돌고래 떼와 함께 이렇게 바다 위를 질주하다니…. 신기하다 못해 감격스러웠다. 일 년 내내 이렇게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확률이 90% 이상이라니 그야말로 돌고래 와칭의 성지였다.
문유선 트래비 라이터
얽매이는 게 제일 싫어
렌터카로 홀가분하게 자유롭게!
후쿠오카공항 인근 렌터카 숍에서 키를 받아드니 두려움도 잠시,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 심장이 뛰었다. 렌터카는 얽매임 없이 홀가분하게,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자유를 선물했다.
설렘으로 이십 분쯤 달리니, 금세 바다가 펼쳐졌다. 발 아래로 검은 바다가 흘렀다. 조금 더 달리니, 이제는 해안길이 펼쳐졌다. 잇따르는 도시와 마을과 풍경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은 마음을 단단하게 조여 맨 매듭을 완전히 풀어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따뜻했고 음식은 별미였다. 그렇게 큐슈 북쪽 지역을 큰 원을 그리며 호기롭게 달렸다. 덕분에 기억해야 할 이름도, 간직해야 할 추억도 많아졌다. 대만족의 표시로 추켜올릴 엄지가 두 개뿐인 게 아쉬울 따름이다.
편집 : 트래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