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지 투어리스트 패스 100% 즐기는 법
오사카와 교토, 나라를 보고 간사이의 매력에 빠졌다면, 히메지는 어떨까?
오사카 가이드북의 인덱스를 찾아야 겨우 나오는 비밀스러운 지역 히메지. 히메지를 여행하면 그 비밀이 소외가 아닌 비밀스러운 신비임을 깨닫게 된다.
이 도시의 시작, 히메지성
산요 히메지역과 JR 히메지역에서 히메지성 입구까지는 오테마에 도리를 따라 약 1km. 도보 20분,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다. 오테마에 도리 양쪽으로 들어선 빌딩을 따라 시선을 끝까지 이으면 하얗게 솟은 히메지성의 천수각이 눈에 들어온다. 14세기 중엽부터 지금까지 저 자리를 지키고 선 히메지성. 도로는 히메지성을 기준으로 생겨났고, 빌딩 또한 그랬으리라. 이제 막 히메지역에 내린, 히메지가 생소한 이방인에게 히메지의 길과 빌딩은 말한다. 히메지는 히메지성을 기반으로 탄생한 도시라고.
히메지역에 아침에 도착했다면 버스를 타자. 히메지라는 도시를 감상하기보다는 히메지성이 먼저다.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히메지성이 문을 여는 9시를 기다린다. ‘일본 최초의 세계문화유산’ ‘일본의 국보’ ‘일본의 3대 평산성’ 등. 히메지성을 향한 수많은 수식어가 히메지성의 인기를 대변한다. 버스는 산요 히메지역과 JR 히메지역 사이의 버스 정류장에서 타면 된다. 6~10번 정류장에 서는 모든 버스가 히메지성을 지난다. 요금은 100엔.
버스에서 내려 해자를 따라 걷는다. 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너 사쿠라문을 지나 산노마루 광장 왼쪽 길을 따르면 히메지성 매표소다. 사쿠라문에서 매표소까지는 어림잡아 350m. 5분이면 충분한 이 길이 끊임없이 지체된다. 나무다리 위로 삐죽이 솟아 오른 천수각은 어쩐지 포근하고, 산노마루 광장에서 바라보는 히메지성은 거침없는 실루엣을 선보여 자꾸만 카메라를 들게 한다. 히메지성이 문을 닫는 저녁시간에도 나무다리와 산노마루 광장은 훌륭한 사진 포인트다. 햇빛이 아닌, 조명 아래에서 하얗게 빛나는 밤의 히메지성은 또 다른 순백의 미를 뽐낸다.
매표소를 지나면 히메지성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히시문을 지나 사각형 해자 산고쿠보리에서 다시 발걸음을 멈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히메지성의 천수각은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다. 히메지성은 백로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해 하쿠로(백로)성이라고도 불린다.
산고쿠보리 너머로 바라보는 천수각은 백로의 날갯짓을 그대로 닮았다. 부채 모양의 돌담인 오기노코바이도 정확히 보인다. 적이 오를 수 없도록 위로 올라갈수록 급경사로 돌담을 쌓아 부채(오기) 경사(노코바이)를 이루게 됐다. 같은 이유로 여기에서부터 천수각으로 가는 길은 좁아지기 시작한다. 좁은 길을 따라 천수각에 이르면 겹겹이 쌓인 지붕과 지붕이 만나 어느새 하늘이 작아져 있다.
이유가 어떻든 히메지성은 살아남아 아름답다. 줄을 서서 들어간 천수각에는 겉에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목조 건물의 향기와 매력이 가득하다. 나무 계단은 천수각 6층 꼭대기까지 이어진다. 바닥과 벽, 기둥 등 단순하지만 꾸미지 않은 모습이 천수각 내부 볼거리다. 적의 침입은 물론 화살, 탄환을 방어하기 위해 좁은 격자로 낸 창은 층과 면을 달리하며 색다른 조망을 선사한다.
천수각 내부 구경을 마치고 길을 이으면 천수각을 가장 가까이, 가장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혼마루가 나온다. 산노마루 광장과 산고쿠보리에 이어 천수각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장소다. 시간은 지체되고, 이제는 버리기도 힘들 만큼 많은 사진이 카메라에 담겼다. 비젠문, 리문을 지나 누문, 루문을 통과하면 여정을 시작했던 산고쿠보리가 보인다. 그렇게 히메지성에서의 3시간이 후다닥 지나버렸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멈춰 있는 듯 흐르는 것일까. 1609년에 멈춘 듯 2017년에 남아 있는 히메지성의 천수각처럼.
히메지까지 와서 히메지성만 보고 돌아가기는 아깝다. 순백의 히메지성과 닮은 수수한 아름다움이 히메지 곳곳에 살아 숨 쉰다. 히메지성의 서쪽과 맞닿아 있는 일본정원 고코엔은 히메지성을 바쁘게 돌아본 후라면 더욱 괜찮은 선택이다. 정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 서정적이고 편안한 기분이 충만해져 저절로 힐링이 된다.
고코엔 내 소쥬앙(双樹庵) 다실에서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도 좋다. 차를 마시기 전에는 팥이 든 떡인 쿠로모찌로 입 안을 달게 한다. 찻잔은 다다미 가장자리에 놓아야 하고, 찻잔을 들어 감사를 표해야 하며, 문양이 보이지 않도록 찻잔을 들어 마셔야 한다. 500엔을 내고 즐기는 차 한 잔에 일본의 차 문화가 깃들어 있다. 고코엔을 나와 히메지역까지는 걸어서 이동하면 좋다. 혼마치, 미유키 도리, 오미조스지, 에키마에 도리 등 히메지의 상점가가 줄줄이 이어진다. 히메지 고장 요리인 어묵은 간식거리로 그만. 덮밥, 튀김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는 아나고 요리도 괜찮다.
히메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즐기는 방법
히메지 투어리스트 패스(Himeji Tourist Pass)
간사이역에서 난바역까지 이동하는 난카이 전철의 편도 승차권과 산요전철과 한신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원데이 패스로 구성된 상품이다. 간사이에서 히메지까지 이동하는 일반 요금이 3,660엔인데 히메지 투어리스트 패스는 이보다 45% 저렴한 2,000엔. 오사카에 머물며 히메지 당일 여행을 계획한다면 교통비만 1,660엔을 절약할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 패스의 장점은 난바에서 히메지까지 같은 날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점. 오사카에 도착한 날에는 난바 인근 도톤보리, 신사이바시 등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원데이 패스를 개시하는 날 아침 일찍 히메지로 출발해 히메지와 고베 지역을 즐기면 된다. 교통 할인 외에 히메지성, 고코엔, 마이코 해상 프롬나드 등 히메지와 고베 일대 관광지 14곳의 입장료 할인과 마이코 호텔, 산요 소바 등 지역 맛집에서의 혜택도 제공한다.
히메지 투어리스트 패스를 100% 즐기는 맛집 탐험 코스
오사카에 도착한 당일은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 등 난바역 일대를 돌아본다. 도톤보리는 난바역에서 14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식사시간에는 무조건 줄을 서야 하는 맛집이 수두룩하다. 도톤보리에서 신사이바시역 쪽으로 걸으며 쇼핑과 미식을 즐겨도 좋다. 신사이바시 상점가는 지붕이 있는 아케이드로 돼 있어 비가 오는 날도 안심이다.
난바역
아지노야(味乃家)
도톤보리에 자리한 오코노미야끼 전문점. 2017 오사카 미슐랭 가이드에 수록됐다. 추천 메뉴는 돼지고기, 오징어, 새우, 문어 등이 골고루 들어가는 믹스 야끼. 양배추를 잔뜩 넣어 아삭아삭하고 느끼하지 않다. 각 테이블에 마련된 철판에서 직접 요리해 준다. 현금 결제만 가능.
오픈: 화~금요일 12:00~22:45, 토~일요일, 공휴일 11:30~22:45, 마지막 주문 22:00, 월요일 휴무
전화ㅣ 06 6211 0713
가격: 믹스 야끼 1,300엔
홈페이지: www.namba-ajinoya.com
이치란(一蘭)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돈코츠 라멘 전문점. 도톤보리에 자리했다. 기름, 마늘, 파, 차슈, 비밀 소스 등의 양을 취향대로 조절해 먹을 수 있다. 한국어 주문 용지에 항목을 표기한 후 자판기에서 라멘 식권을 구입하면 된다. 내부는 독서실처럼 생긴 1인 좌석 형태다.
오픈: 24시간
전화: 06 6212 1805
가격: 라멘 890엔
홈페이지: ko.ichiran.com
코나몬 뮤지엄(コナモン ミュージアム)
도톤보리에 자리한 타코야키 전문점. 타코야끼 안에 아주 큰 문어 조각이 들어간다. 노점에서 판매하는 타코야끼에 비해 1.5배 정도 크고 가격도 그만큼 비싸다. 입구에서 타코야끼를 구매해 실내 좌석에서 먹을 수 있다.
오픈: 11:30~19:15
전화: 06 6214 6678
가격: 6개 650엔
홈페이지: www.shirohato.com
리로 커피(LiLo Coffee Roasters)
아메리카무라에 자리한 커피숍. 같은 건물 3층에 자리한 헤어숍 리로 인 베베Lilo in Veve에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커피를 만들다가 2014년 아예 커피숍을 차렸다.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가 맛있기로 소문나 멀리서도 일부러 찾는 이들이 많다.
오픈: 11:00~23:00
전화: 06 6227 8666
가격: 드립커피 350~650엔, 두 번째 잔은 150엔 할인
홈페이지: liloinveve.com/coffee
오사카 난바역에서 산요 히메지역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 50분. 아마가사키역에서 산요 전철 직통 특급으로 갈아타는 것을 잊지 말자. 아침 일찍 서둘러 9시께에 히메지성에 도착한다면 고코엔, 마이코 코엔 등 오후 일정이 여유롭다.
산요 히메지역
히메지성(姫路城)
대천수각 기와 보수, 회반죽 공사 등 5년 이상의 수리를 마치고 2015년 3월27일 새로이 선보였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일본의 국보로 5중 7층 구조의 천수각이 핵심 볼거리다.
오픈: 09:00~17:00(4월27일~8월31일 09:00~18:00)
전화: 079 285 1146
요금: 1,000엔, 패스 이용시 800엔
홈페이지: www.city.himeji.lg.jp
고코엔(好古園)
약 3만3,000㎡ 부지에 오야시키 저택 정원, 흐르는 정원, 소나무 정원, 대나무 정원 등 9개 테마의 정원이 자리했다. 소쥬앙 다실에서 즐기는 말차 체험 비용은 500엔.
오픈: 1~4월, 9~12월 09:00~17:00, 5~8월 09:00~18:00
전화: 079 289 4120
요금: 300엔, 패스 이용시 240엔
홈페이지: www.himeji-machishin.jp
야마사(やまさ)
히메지 오테마에 도리 큰길가에 자리한 어묵 전문점. 치즈, 문어, 조개, 아나고 등을 넣은 어묵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시식용 어묵을 먼저 맛본 후 입맛에 맞는 어묵을 진열대에서 고르면 된다. 진공 포장된 어묵은 선물용으로도 괜찮다. 어묵 외에 핫도그 안에 치즈와 어묵이 들어 있는 치카마도그가 유명하다.
오픈: 09:30~19:00
가격: 치카마도그 150엔
전화: 079 225 0033
가사이(樂歲)
히메지역과 가까운 오미조스지 상점가에 자리한 맛 좋고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 히메지가 내세우는 요리인 어묵, 아나고를 비롯해 수십 가지의 요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추천 요리는 아나고 덴푸라. 8% 세금이 추가된다.
오픈: 월~금요일 16:00~23:30, 토~일요일 12:00~23:30
가격: 아나고 덴푸라 6개 850엔, 생맥주 390엔
전화: 079 288 8890
마이코 코엔역
마이코 해상 프롬나드(舞子海上プロムナード)
아카시 대교의 산책로. 전체 길이 3,911m로 세계 최장 현수교인 아카시 대교는 고베시 다루미구와 아와지섬의 아와지시를 연결하는 다리다. 다루미구의 마이코 해상 프롬나드에는 317m 구간의 다리 산책로가 자리했다. 일부 구간은 바닥을 유리로 마감해 발 아래로 바다가 아찔하게 펼쳐진다. 아카시 대교가 만들어진 과정과 기술이 궁금하다면 인근에 자리한 다리과학관(橋の科學館)을 방문하자.
오픈: 09:00~18:00
전화: 078 785 5090
요금: 월~금요일 250엔(패스 이용시 210엔), 토~일요일, 공휴일 310엔(패스 이용시 250엔)
홈페이지: hyogo-maikopark.jp
마이코 호텔(舞子ホテル)
1919년 선박업계의 거물이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영빈관으로 지은 건물. 서양식 건축양식과 일본식 정원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1층 레스토랑에서는 정원을 조망하며 마이코 호텔의 레시피가 담긴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히메지 패스를 제시하면 호텔에서 직접 만든 푸딩을 추가로 제공한다.
오픈: 수~월요일 11:30~14:00/17:30~20:30, 화요일 11:30~14:00
가격: 평일 한정 점심 코스 2,040엔
전화: 079 782 1155
홈페이지: www.maiko-hotel.co.jp
산요 아카시역
산요 소바(山陽そば)
바 테이블에 서서 패스트푸드처럼 가볍게 즐기는 소바 전문점. 추천 메뉴는 자루 소바와 자루 우동으로 가게 밖의 자동판매기에서 메뉴를 고르면 된다. 히메지 패스를 제시하면 오니기리를 서비스로 준다. 산요 아카시역 동쪽 출구 역 내에 자리했다.
오픈: 월~토요일 07:00~20:30, 일요일·공휴일 09:00~20:00
가격: 자루 소바·자루 우동 400엔
전화: 078 918 0254
산요 타이야끼(山陽たい焼)
한국의 붕어빵과 꼭 닮은 일본의 도미빵. 붕어빵이 바삭하다면 도미빵은 부드럽다. 히메지 패스를 제시하면 팥 맛 혹은 크림 맛의 도미빵을 하나 더 준다. 산요 아카시역 서쪽 출구 내에 자리했다.
오픈: 월~토요일 10:00~20:30, 일요일·공휴일 10:00~20:00
가격: 100엔부터
취재협조 오마이트립 www.ohmytrip.com
글·사진 이진경 에디터 천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