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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Dec 21. 2017

슈가로드를 따라서
사가현의 디저트 맛집 3

사가 에비스 투어

Saga Ebisu Tour
슈가로드 위에서 달달한 발걸음을...


사가역부터 사가현청까지 뻗은 골목은 아기자기한 상점들로 가득하다. 
평소에도 ‘디저트 배와 밥 배는 따로 있지’라고 생각한다면, 전통과 맛을 겸비한 명과점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에도 시대에 규슈의 나가사키에서 에도로 설탕을 운반했던 228km의 길을‘슈가로드’라고 한다. 
원료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 길을 따라 과자 문화가 발달했다. 
그 슈가로드의 일부인 사가시에는 전통 있는 명과점들이 많이 남아 있다. 
주머니도 가볍고, 대식가도 아니지만, 다양한 명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주요 명과점에서 대표 과자 하나씩을 맛볼 수 있는 ‘에비스투어’가 안성맞춤이다. 

사가시(佐賀市) 
규슈·사가현청과 사가대학이 둥지를 틀고 있는 사가현의 중심도시다. 나가사키와 가까워 일찍이 서구문명이 들어왔으며 규슈사가국제공항과 JR사가역, 버스센터가 있어 다른 지방으로 가는 교통도 발달했다. 높은 산이 없는 환경은 열기구의 비행에도 최적의 조건이라 매년 가을 ‘인터내셔널 벌룬 페스타’가 이곳에서 열리고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사가시를 찾아온다.


과자에서 장인의 손맛을 발견할 때


팥과 밤이 씹히는 무라오카야의 사가니시키

JR사가역 내 관광안내소에서 에비스투어의 티켓을 구입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1928년 설립된 ‘무라오카야’. 티켓을 건네자, 스탬프를 하나 찍고 대표과자인 ‘사가니시키’와 함께 돌려준다. 사가니시키는 겉은 부드러운 빵이지만, 안쪽은 쫀득하니 떡 같다. 매장에는 커피와 차가 있어서 아침을 거른 이에게 단비와 같은 식사가 되었다. 

* 살짝 당화가 진행된 야토지덴키치의 무카시 요캉과 창업주의 얼굴이 걸린 매장 입구


5분만 더 걸어 내려가면 옛날식 양갱인 ‘무카시 요캉’을 파는 ‘야토지덴키치’가 있다.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는 건물 외관부터 장인정신이 넘친다 했더니, 상호가 바로 창업주의 이름이다. 가업은 백여 년 넘게 이어져 벌써 4대손이 운영하고 있단다. 과분하게 아름다운 그릇에 녹차와 함께 각설탕처럼 곱상하게 생긴 양갱을 담아 준다. 무카시 요캉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양갱의 맛과 조금 다르다. 겉은 당화가 일어나 사각사각 설탕의 거친 맛이 그대로 느껴지지만, 속은 쫀득하다. 많이 달다고 생각될 때쯤, 함께 주는 녹차를 한 모금 마시면 개운하게 입 안이 정리된다. 


무라오카소혼포의 촉촉한 팥빵

세 번째 타자인 ‘무라오카 소혼포’는 ‘야토지덴키치’와 몇 발자국 차이로 붙어 있다.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서적과 제과기구들이 눈길을 끈다. 혹시나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레시피는 아닐지 기를 쓰고 살펴봤다. 조그마한 명과 역사관을 보는 것 같았다. 직원에게 건네받은 노란봉지를 뜯자 촉촉한 빵 하나가 반긴다. 반으로 뚝 자르자 분홍고명이 상큼한 자태를 뽐내는데, 단팥맛이 난다. 시원한 흰 우유 한 잔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스탬프를 다 채운 에비스투어 티켓. 배경은 키타지마 명과점

배가 불러올 때쯤, 아쉽게도 마지막 명과점에 도착했다. 무려 1696년에 창업한 ‘키타지마’에서는 포르투갈 선원들의 보존식이었다고 전해지는 ‘마루보로’를 맛볼 수 있다. 평범한 쿠키 모양이지만, 밀가루, 설탕, 계란 등의 배합을 계절에 따라 조금씩 조절해 이상적인 식감을 낸다.

커다란 계란쿠키 느낌의 키타지마 마루보로


에비스상을 만지고 대박을 꿈꾸다


명과점에서 받은 스탬프와 함께 배도 빵빵하게 채우고서야, 비로소 이 투어의 이름이 ‘에비스투어’였던 점이 떠올랐다. 사실 에비스상은 제주도의 돌하르방 같은 존재다. 사람들은 가게에 에비스상을 두면 장사가 잘 된다고 믿는다. 에비스는 복을 가져다주는 칠복신 중에서도 상업과 번영을 뜻하는데, 사가시에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803개의 에비스상이 있다. 그중 중요한 88개를 선택해 둘러보는 코스를 만들었다. 

에비스상은 장사의 신이라서 오래된 점포 앞에는 꼭 에비스상이 있다. 사진의 에비스상은 히젠 하마슈쿠 거리의 양조장 앞에서 찍은 것이다. 명과투어에서는 먹기에 바빴다


에비스상을 발견하면 몸을 좀 숙여 눈높이를 낮추고 합장하면 된다. 자식을 바라며 돌하르방의 코를 쓰다듬듯, 사업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 덕에 표면이 반질한 에비스상도 꽤 있다. 거대한 석상이 아니기에 자칫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사가시 곳곳에 숨은 에비스상을 발견하면서, 중간중간 명과점을 하나씩 방문해 달달함을 누리는 에비스투어는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좀 더 부지런히 돌아다니려면, 관광안내소에서 자전거를 대여하자. 사가시에는 언덕이 없으니, 그보다 좋은 이동수단은 없을 테다.   




에비스투어 
티켓 | JR사가역 내 관광안내소에서 구입 가능. 티켓은 당일에만 이용할 수 있다.  
요금: 500엔(안내책자, 스탬프 티켓)


무라오카야 Muraokaya 
주소: 3-18 Ekiminamihonmachi, Saga-shi, Saga
전화: +81 952 22 4141  
오픈: 9:00~19:00
홈페이지: www.muraokaya.co.jp
 

야토지덴키치 Yatoji Denkichi



야토지덴키치 Yatoji Denkichi 
주소: 1 Chome-5-38 Tojin, Saga-shi, Saga 
전화: +81 952 23 3914 
오픈: 9:00~18:00
홈페이지: www.yatoji.co.jp


키타지마 Kitajima


키타지마 Kitajima 
주소: 2 Chome-2-5 Shirayama, Saga-shi, Saga
전화: +81 952 26 4161
오픈: 9:00~20:00
홈페이지: www.marubolo.com




무라오카소혼포 Muraoka Sohonpo



무라오카소혼포 Muraoka Sohonpo 

주소: 1 Chome-5-45 Tojin, Saga-shi, Saga
주소: +81 952 23 5017 
오픈: 8:00~20:00
홈페이지: muraoka-sohonpo.co.jp








사가시 관광안내소
주소: 1 Chome-11-10 Ekimae Chuo, Saga-shi, Saga
전화: +81 952 23 3975
오픈: 평일 8:30~18:00, 휴일 8:30~17:00


사가현 원정대 글 이민영  사진 정혜진 




▶사가현 ‘미인’ 원정대
Date 2017년 10월8~11일 3박 4일
Member 권라희, 이민영, 정혜진, 차승준, 천소현 기자 
Cities 사가(1박)→가라쓰→다케오(1박)→오카와치야마→우레시노→가시마→다라(1박)



사가현 

규슈의 서쪽에 위치한 사가현은 바다와 접하고 있어서 먹거리가 풍부하고,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온천, 뛰어난 도자기 등으로 팔방미인에 속하는 여행지다. 소박하면서도 수려한 풍경으로 일찌감치 올레길이 조성되기도 했다. 임진왜란 출병식, 조선통신사의 왕래, 임진왜란 때 끌려온 조선도공들의 후손들이 꾸린 도자기 마을 등 한국과 역사적으로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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