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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an 22. 2018

역사가 느껴지는
나가사키의 맛집 5곳

모든 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
포슬포슬한 카스테라, 우아한 차 한 잔, 그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 한 그릇에도
다 그럴 만한 스토리가 있다. 음미해야 마땅한 역사가 담겼다.
일본과 중국의 만남
이와사키 혼포(岩崎本舗)


예로부터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나가사키 지역에는 중국인이 몰려 살던 토진 마치(唐人町) 지구가 있었다. 그리고 19세기에 이르러 토진 마치 근처로 조성된 것이 지금의 차이나타운이다. 차이나타운 초입에 위치한 이와사키 혼포(岩崎本舗)는 ‘카쿠니만쥬(角煮まんじゅう)’ 전문점이다. 두꺼운 돼지고기를 간장, 설탕, 술 등으로 만든 육수에 넣은 후 장시간 끓인 것을 ‘카쿠니’라 하는데, 카쿠니만쥬는 이 카쿠니를 찐빵 사이에 끼운 음식을 말한다. 


일본(카쿠니)과 중국(찐빵), 양국의 맛이 결합된 이 지역 대표 음식 카쿠니만쥬는 차이나타운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꼭 챙겨 먹는 간식이다. 찜통에서 바로 꺼내 주는 이와사키 혼포의 카쿠니만쥬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육즙이 톡 흘러나온다. 다만, 평소 수육을 즐기지 않거나 돼지 비린내에 민감한 이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그만큼 맛이 진하다.


가격: 카쿠니만쥬 400엔 

오픈: 09:30~21:00 
주소: 3-17 Dozamachi, Nagasaki-si, Nagasaki-ken 850-0841, Japan





나가사키 카스테라 3대장 중 으뜸
후쿠사야(福砂屋)


짬뽕으로 유명한 규슈(九州)의 나가사키시는 오래 전부터 조선, 중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외부 세력과 활발한 교류를 펼쳤다. 16세기경부터 포르투갈 출신 선교사와 네덜란드 상인들이 규슈 각지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동시에 지역 호족들과 교역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각종 서양 문물이 일본 전역으로 퍼졌다. 카스테라도 이 시기에 탄생했다. 가토 디 카스티유스페인 카스티야 왕국의 과자라 불리던 서양식 빵이 바로 오늘날의 카스테라의 원형이다. 17세기, 서양과의 유일한 대외창구였던 나가사키 시내 곳곳에는 카스테라 공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1624년 문을 연 후쿠사야는 오늘날까지 4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며 이른바 ‘나가사키 카스테라 3대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밀가루와 계란, 우유, 설탕만을 이용해 반죽을 한다. 반죽을 굽고 나면 카스테라 아래로 크고 작은 설탕 알갱이가 생기는 것이 특징인데, 이 알갱이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달다. 뜨끈한 우유 혹은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가격: 카스테라 롤 1,100엔 

전화: 08:30~20:00
주소: 3-1 Funadaikumachi, Nagasaki-si, Nagasaki-ken 850-0904, Japan





일본 최초 서양 요리 전문점
구지유테이(旧自由亭)


1859년 요코하마, 하코다테와 더불어 개항지로 지정된 나가사키에는 수많은 외국 상인들이 들어와 오늘날의 구라바엔의 미나미야마테(南山手) 언덕 일대에 모여 살았다. 일본 최초의 서양 요리 전문점, 구지유테이도 바로 여기에 있다. 1878년에 문을 연 구지유테이는 초기에 파스테이고기가 들어간 파이와 쇠고기 수프, 고우렌생선 튀김, 후루카델고기만두, 카레, 커피 등을 판매했다. 미국의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와 이탈리아 국왕, 러시아 황태자 등이 들렀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유일무이한 집이었다. 현재는 카스테라를 비롯해 케이크, 홍차, 오리지널 더치커피 등을 판매한다. 

실내 인테리어는 근대식 가구와 조명으로 채워져 있고, 늘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고 난 후에는 주변을 둘러봐도 좋다. 구(舊) 나가사키 지방 재판소장 관사, 나비부인의 흔적이 남은 푸치니의 동상, 링거 저택 등. 근대 건축물이 가득한 구라바엔을 거닐어 보는 것만으로 이색적인 시간여행이 된다.


가격: 지유테이 오리지널 브랜드 커피 500엔, 더치 아이스 커피 590엔, 카스테라 세트 780엔 

오픈: 10:00~18:30(비정기적 휴무)
주소: 8 Minamiyamatemachi, Nagasaki-si, Nagasaki-ken 850-0931, Japan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
시카이로(四海樓)


차이나타운에서 전차로 5분 남짓 걸리는 오우라텐슈도 시타(大浦天主堂下) 지역에 있는 시카이로는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집이다. 1899년, 중국 출신의 시카이로의 주방장 친헤이쥰(陳平順)이 나가사키에 있는 유학생과 인부들이 가난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값싸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개발한 것이 그 시초다. 푸짐한 채소와 해산물이 들어가는 나가사키 짬뽕은 걸쭉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난다. 그러나 매운 맛이 일품인 한국의 짬뽕에 익숙해진 입맛이라면 이곳의 짬뽕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오래 전, 함께 이곳을 들렀던 타이완 친구 한 명은 ‘일본에서 즐기는 고향의 맛이다’라고 평하기도 했지만, 어린아이 마냥 내 입이 짧았던 탓일까. 당시엔 솔직히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득한 맛에 빠졌고, 4년 만에 그 말에 수긍하게 됐다. 당장의 맛만 놓고 본다면, 중화거리에서 파는 짬뽕이 훨씬 더 당기지만 그럼에도 원조만이 낼 수 있는 진국의 맛은 대체불가한 무언가가 있다. 적당히 기름기가 있는 교자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가격: 나가사키 짬뽕 1,080엔, 교자 540엔 

오픈: 11:30~15:00, 17:00~21:00(비정기적인 휴무, 주로 화요일에 쉬는 날 많음) 
주소: 4-5 Matsugaemachi, Nagasaki-si,  Nagasaki-ken 850-0921, Japan 





나가사키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쓰루찬(ツル茶ん)


나가사키 시내에 위치한 나가사키 최초의 다방, 쓰루찬은 1925년에 문을 열었다. 오랜 역사를 체감할 수 있는 사진과 장식 등이 벽과 계단을 따라 죽 이어져 있어 가게 내부가 고풍스럽다. 대표메뉴는 ‘토루코라이스(トルコライス)’. 나폴리식 스파게티와 돈카츠, 볶음밥이 한 접시에 사이 좋게 함께 나오는 토루코라이스는 카스테라, 짬뽕, 카쿠니만쥬와 더불어 나가사키의 대표 음식으로 손꼽힌다. 

미국 대중문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50년대, 일본 전역에서는 서양식 요리 따라잡기가 유행처럼 번졌는데, 한 번에 세 가지 양식을 즐길 수 있는 토루코라이스 역시 이 흐름을 타 생겨난 메뉴다. 토루코라이스 이외에도 쓰루찬에서 맛봐야 할 또 하나의 메뉴는 밀크셰이크. 나가사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명물이다. 마신다는 표현 대신 ‘먹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쓰루찬의 밀크셰이크는 걸쭉하면서도 묵직하다. 


TIP▶ 신선한 해산물을 음미하고 싶다면 료마 토루코 라이스(龍馬トルコライス)를 주문할 것.
가격: 토루코라이스 1,180엔, 밀크셰이크 680엔

오픈: 09:00~21:00 
주소: 2 Aburayamachi. Nagasaki-si, Nagasaki-ken 850-0832, Japan 

*TAN의 <맛있는 이야기(일본편)> 시리즈는 히로시마에 살고 있는 TAN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찾은 맛들을 소개한다. 맛집뿐 아니라 주변 명소, 그 속에 얽힌 에피소드 등 ‘현지인’만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톡톡하다.

홈페이지: post.naver.com/inb4032 



글·사진 박탄호(TAN)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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