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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Jan 30. 2018

필라델피아로 떠나는 박물관 여행

역사와 교육의 도시에서 만나는 문화 공간들

이름만 알던 도시 필라델피아. 
뿌리 깊은 역사와 교육의 도시, 
온몸으로 느낀 필라델피아의 매력을 소개한다.
필라델피아의 개척자인 윌리엄 펜의 동상이 시청사 꼭대기에 세워져 있는데, 리츠칼튼 스위트룸에서 바로 내다볼 수 있다
필라델피아는 초고층 빌딩이 많지 않아 여유로운 분위기를 지녔다. 필라델피아의 건축법에 윌리엄 펜의 동상보다 높게 지을 수 없도록 명시한 조항 때문이다


Philadelphia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사 


“필라델피아에 간다니까 다들 치즈를 먹으라고 하더군요. 필라델피아 치즈가 왜 유명한가요?”
시티투어를 하며 가이드에게 물었다. 
“치즈요? 그건 필라델피아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필라델피아에서 만든 것도 아니구요.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우리도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필라델피아관광청 담당자인 제프리에게 그 이유를 다시 물어봤다. 제프리 역시 양손을 하늘로 내보이며 모르겠다는 표시를 했다.


사실 필라델피아 치즈는 뉴욕에서 만들어졌다. 1880년에 뉴욕의 유제품 업자인 윌리엄 로렌스(William Lawrence)가 더 진하고 부드러운 치즈를 개발했는데, 그 이름을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로 붙인 것이다. 그 이유는 당시 필라델피아가 가장 질 좋은 유제품을 만들기로 유명했기 때문.


“그럼 필라델피아에서 유명한 건 뭐죠? 뭐가 자랑할 만한가요?” “역사요! 필라델피아가 가진 역사.”
제프리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지만, 필라델피아를 처음 온 여행자로서는 꽤 난감했다. 자칫하면 지루한 어감을 지닌 단어, 역사. 왜 제프리는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 역사를 꼽았을까.


다음날 미국독립혁명박물관(Museum of American Revolution)을 둘러보고 나서야 그 의아함을 단박에 떨쳐 낼 수 있었다. 더불어 큰 감동마저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의 막바지 무렵, 어디가 가장 좋았는지 이야기 나눌 때 미국독립혁명박물관을 꼽는 사람도 많았다.


1776년, 미국 13개 주 식민지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마침내 영국의 지배로부터 자유를 이끌어 냈다. 미국 최초의 수도였고, 7월4일 미국의 독립을 선언했으며, 조지 워싱턴을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임명, 훗날에는 헌법의 초안을 다지는 등 미국 역사의 중대한 사건들이 모두 이 도시에서 일어났다. 박물관은 그 일련의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해 놓았다. 동시에 자유와 평등을 역설한 독립선언이 아메리카의 주인이었던 인디언과 흑인노예들에게는 적용되지 못했던 모순과 자유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물음까지 전해 주고 있었다.


필라델피아의 올드시티(Old City)에 가면 이 역사의 현장들을 다 만나 볼 수 있다.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인디펜던스홀, 우아하면서 웅장한 시티홀, 최초의 백악관 부지, 최초의 성조기를 만든 베시 로스 부인의 집, 미국 독립전쟁과 노예 해방의 상징이 된 자유의 종까지. 많은 역사 유적지가 잘 보존돼 있다. 그리고 그 역사의 공간들은 커다란 울림을 준다. 가능하다면 독립역사공원(Independence National Historical Park)에서 시작하는 역사 가이드 투어나 2층 시티투어를 꼭 해 볼 것을 추천한다. 


미국독립혁명박물관(Museum of American Revolution)
올해 4월에 문을 연 신생 박물관이다. 미국 혁명의 시대를 다룬 예술 작품을 비롯해, 당시 회화, 인쇄물, 독립전쟁에 쓰인 영국과 프랑스, 미국군의 무기들, 군복, 군인들의 일기까지 다양한 500여 가지의 수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미국의 독립 이후, 혁명의 정신이 인디언, 흑인, 여성 인권의 혁명으로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과정도 담았다.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먼저 가 봐야 할 곳이다. 
홈페이지: www.amrevmuseum.org


올드시티 중앙에 있는 시청사는 사각형 구조의 고딕양식 기법으로 지어졌다.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웅장한 건축물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갤러리


필라델피아에서 ‘아트(Art)’를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다. 조금만 신경 쓰면 도시 곳곳에 벽화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1984년부터 이곳은 계획적인 벽화 프로그램을 실시해 총 3,800종이 넘는 벽화를 거리에 만들었다. 당시 그래피티는 지저분한 낙서 이상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과한 그래피티를 그리면 잡혀가기도 했는데, 이 대대적인 비영리 벽화 사업을 통해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그 예술성을 인정받게 됐다. 이후 낙서는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까지 참여하는 큰 아트 프로젝트가 되었다. 현재 이 벽화 프로그램은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많은 아티스트들을 고용하는 비영리사업으로 발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갤러리’라는 타이틀을 가진 필라델피아에서는 벽화만 보고 다니는 투어까지 만들어질 정도이다.

필라델피아 미술관 아래 세워져 있는 록키 동상과 계단에 새겨진 록키의 발자국 위에 서면 눈앞에 필라델피아가 펼쳐진다


내로라하는 미술관과 박물관도 여럿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필라델피아미술관(Philadelphia Art Museum). 13~19세기의 유럽과 미국의 회화, 동양 미술 등 무려 40만점에 이르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모네, 세잔, 고흐와 같은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유명하다. 특히 고흐의 ‘해바라기’나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은 빼놓지 않고 보는 대표작이다.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반스 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도 꼭 챙겨 가 봐야 할 곳. 필라델피아에서는 미술관 투어만으로도 며칠이 걸린다.


필라델피아 미술관 내부

필라델피아미술관(Philadelphia Art Museum) 
미국에서 가장 큰 미술관 중 하나다. 세잔과 고흐, 모네, 몬드리안뿐만 아니라 마르셀 뒤샹의 주요 작품들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작품 수가 워낙 방대해 하루 만에 보기 힘들 정도인데, 티켓을 사면 그 다음날까지 관람이 가능하고 가까이 위치한 로댕 뮤지엄(Rodin Museum(도 입장할 수 있다. 이곳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미술관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영화 <록키>에 등장했기 때문. 훈련을 하며 계단을 마구 뛰어올라가다 뒤를 딱 돌아보는 장면이다. 그래서 록키처럼 계단을 뛰어올라가 두 손을 번쩍 드는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홈페이지: www.philamuseum.org


반스 파운데이션 내부

반스 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
1922년 알버터 C. 반스(Albert C. Barnes)가 설립한 반스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알버트 반스는 심각한 예술작품 컬렉터였다. 앙리 마티즈의 그림을 시작으로 르누아르의 작품 181점, 세잔 69점, 마티즈 59점, 피카소 작품 46점, 반 고흐의 작품 7점 등을 모았다. 벽마다 빼곡한 작품과 그 아래에는 고가구 및 예술품들까지 함께 전시해 두고 있다. 색다른 점은 작품 옆에 작가와 연도를 적어 놓는 대신, 반스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전시해 두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www.barnesfoundation.org


더 펜 박물관

펜실베니아대학교 인류고고학박물관
(University of Pennsylvania Museum of Archaeology and Anthropology)

아이비리그의 명문으로 꼽히는 펜실베니아대학은 와튼스쿨뿐만 아니라 고고인류학 분야도 인정받는다. 박물관은 130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19세기 후반 중동 및 아프리카의 유물 발굴에 드는 돈을 지원하고, 발굴된 유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라크의 니푸르 유적이나 이집트, 고대 수메르 시대의 유물 등을 보관하게 됐다.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자연 상태의 미라를 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투어도 있다.
홈페이지: www.penn.museum


*미국관광청은 국내 여행사를 대상으로 USA스페셜리스트 프로그램(이하 USP)을 진행한다. 매년 선발된 스페셜리스트들은 2~10월 동안 세미나와 테스트를 통해 미국의 여행지에 대해 배운다. 올해 USP 3기 중 3팀이 여행신문과 동행하여 뉴욕과 필라델피아로 향하게 됐다. 다들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았던 곳이다.  


글·사진 이동미  에디터 강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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