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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Feb 09. 2018

터키 건축의 대가,
미마르 시난의 자취를 따라서 #3

시난이 태어난 영감의 땅, 카파도키아

에르지예스 화산 방향에서 해가 떠올랐다. 네브셰히르, 괴레메, 카이세리, 우츠히사르, 위르귀프 등지를 포함해 에르지예스 화산의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된 거대 협곡과 계곡 지역을 카파도키아라 한다 


Cappadocia 카파도키아
 시난은 300만년 전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카파도키아에서 태어났다.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살았던 괴레메 지역의 야외 박물관에는 터키어로 ‘아리크Aliq’라고 부르는 장수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스탄불에 묻힌 시난의 묘 옆에도 이 나무가 자라고 있다.
봄에 열매가 열리고 만추에는 잎이 빨갛게 물드는 나무다.
시난은 자신이 태어난 카파도키아에서 깨달은 태초의 신비를 건축으로 되살리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이른 새벽부터 준비해 하늘에서 일출을 감상하게 된다


동방의 일출로 빛나는 카파도키아 


이스탄불에서 이륙한 항공기가 80여 분 비행 끝에 카이세리(Kayseri) 공항에 착륙했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는 여정에 별빛이 반짝였다. 네브셰히르(Nevsehir) 공항이 일행이 묵었던 위르귀프(Urgup) 도시와는 더 가깝지만 비행편 수가 적어 카이세리 공항을 이용했다. 위르귀프는 도시라기보다는 군 단위의 작은 마을이다. 시외버스 정류장과 학교, 소방서, 경찰서 등이 있는 거리를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하루 아침에도 수십개의 열기구가 떠올라 카파도키아 상공을 수놓는다

이튿날 새벽 5시에 숙소를 나섰다. 열기구를 타고 비행한다니 살짝 긴장도 된다. 상승 장소와 하강 장소가 다른 것은 바람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다. 가스불이 찬 공기를 데우면 열기구가 상승하고 식으면 하강한다. 풍향에 내맡겨진 탑승자들은 카파도키아 상공에서 보이는 대지를 보며 탄성을 지른다. 자연보다 더 위대한 예술가는 없다. 눈으로 보는 풍광도 아찔하다. 대지의 속살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버섯을 닮은 바위들도 상공에서 관찰된다. ‘요정의 굴뚝’, ‘스머프의 집’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수백만년 풍화작용으로 생긴 바위들이다. 


열기구에서 맞이하는 하루. 새벽 먼동이 말갛게 떠오르는 방향이 해발 3,950m 에르지예스 설산인데, 손에 잡힐 듯하다. 네브셰히르, 괴레메, 카이세리, 우츠히사르, 위르귀프 지역들은 에르지예스(Erciyes) 화산의 용암이 식으며 넓게 형성된 거대 협곡과 계곡 지역이다. 터키에는 크고 작은 사화산 20여 곳이 있다고. 

자연이 빚어낸 명작에다 인간이 떠올린 열기구가 더해지니 장관이 만들어졌다. 괴레메(Goreme) 상공을 날며 미마르 시난이 태어난 카파도키아를 더 넓은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땅의 신비를 보며 성장했기에 터키를 대표하는 건축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열기구가 착륙한 후 선장이 건네주는 샴페인을 함께 마셨다. 



지하 8층까지 내려가 살아야 했던 이유


하늘에서 지상의 카파도키아를 본 후 지하 도시 데린쿠유(Derinkuvu)로 내려갔다. 지하 60m, 사람이 직접 판 8층 깊이의 지하 도시이다. 데린쿠유는 ‘깊은 우물’을 뜻한다. 지하도시 입구 환기구가 보인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기마저 희박한 공간이라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지하도시는 히타이트 제국 시기에 건설됐고 지하 도시 1층을 사용했다. 기원전 2,300년 전인데, 지하 1층이 지하 2~8층보다 오래됐다. 지하 2층에 도시를 만든 이들은 1세기경에 살았던 기독교인들이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로마정교로 선포하자 이들은 비로소 지하도시를 벗어났다. 

그들은 313년에 수도원이나 괴레메 야외 박물관 등지에 학교를 세우고 교회를 세우며 활기를 되찾았지만 7세기 네오 3세에 의해 성상파괴운동이 일어나자 다시 지하로 숨어 들었다. 네오 5세가 이를 바로 잡을 때까지 지하도시는 기독교인들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거 지역이 됐다. 거주 기간은 불과 2~3개월, 길어야 6개월이었다.  

지하의 생활공간에는 오븐을 갖춘 부엌에다 마실 물과 음식을 실어 날라 저장했고 굴뚝은 적들에게 들키지 않게 2~3km 떨어진 곳에 설치했다. 마구간도 화장실도 구비했다. 아기 울음소리가 날까 부부 생활도 금지했다. 지하 8층에 예배당도 자리 잡고 있다. 지하도시에는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나갈 수만 있는 맷돌 모양의 돌문도 설치했다. 함정도 만들었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예부터 농사가 주업이었다. 1,000년째 내려오는 포도주 축제를 비롯해 밀 농사도 긴 역사를 지녔다. 감자 농사와 호박 농사도 병행하고 있다. 홉은 터키 맥주인 에페스(Effes)의 주 원료로 사용된다. 괴레메 야외박물관과 여전히 주민들이 거주하는 카파도키아의 돌집들은 자연을 잘 활용해 인간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우츠히사르(Uchisar) 고지대에서 바라보는 낙타 바위, 파샤바(Pasabag) 계곡 요정들의 굴뚝은 사진에 꼭 담아야 하는 절경들이다. 도자기 케밥은 고기와 야채를 도자기에 넣어 조리하는데 여행의 피로를 풀어 주는 별미다. 와인이나 에페스 맥주와 곁들여도 맛있다.  




Cappadocia Info


카파도키아 괴레메 야외박물관(Goreme Open Air Museum)
기독교인들이 석굴 교회를 지어 생활한 공간이다. 1년을 상징하는 365개의 석굴 교회가 있다. 현재는 약 30여 개의 석굴 교회만이 야외 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입장료: 40리라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카파도키아 호텔(Best Western Premier Cappadocia Hotel)
카파도키아 위르귀프에 위치한 호텔이다. 옛 동굴 주택을 연결해 호텔로 개조했다. 카파도키아를 상징하는 동굴 룸은 방마다 구조가 다르다.
전화: +90 384 341 57 47

홈페이지: www.bwpremiercappadocia.com


터키항공 
터키항공이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매일 00시40분과 월·금·토·일요일 23시20분에 운항한다. 이 밖에도 화·목·토요일 오전(9시35분) 비행편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공동운항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행시간은 11시간35분~12시간15분이 소요된다.  

터키항공 CIP 라운지
터키항공 국제선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 승객, 터키항공 엘리트 플러스 회원(동반 가족과 손님 포함), 스타얼라이언스 골드 회원(동반 1인 포함)이라면 이용 가능하다.  



글 홍경찬  사진 Photographer 이승무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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